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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질문은 20번 했는데, 왜 혼자서는 문제를 못 풀까? – 학생들의 AI 대화 속에 숨겨진 학습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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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절반이 AI로 공부하는 시대, 최근 학술연구가 발견한 ‘질문의 함정’​

요즘 학생들에게 AI는 더 이상 낯선 기술이 아닙니다. 수학 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ChatGPT를 열고, 영어 지문이 이해되지 않으면 쉬운 말로 다시 설명해 달라고 합니다. 어떤 학생은 AI에게 자신의 풀이를 보여주고 틀린 부분을 찾아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제 AI는 학생들에게 검색 도구라기보다 언제든 질문할 수 있는 개인 과외 선생님에 가까워졌습니다. 실제로 진학사가 2026년 2월 전국 고등학생 3,5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47.7%가 주 1회 이상 학습에 AI를 활용한다고 응답했습니다.​ AI를 사용하는 학생 중 가장 많은 49.7%가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설명을 요청한다고 답했습니다. 문제풀이 도움은 29.0%였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과거에는 선생님에게 질문할 기회가 없거나 질문하기 어려웠던 학생도 이제는 원하는 시간에 설명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발표된 학술논문들을 살펴보면 조금 다른 장면이 보입니다. AI와 대화를 많이 나누는 학생이 반드시 깊이 있게 공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연구자들은 학생들이 AI와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그 대화가 실제 사고로 이어지는지를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1. AI와 여러 번 대화했다고 모두 깊이 공부한 것은 아니다 ​

2026년 9월 22일,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STEM Education에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연구 제목은 ‘More than getting the answer: How students engage with generative AI in technical problem solving’입니다.​

미국 퍼듀대학교 연구진이 대학생 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입니다. 학생들은 운영관리 과목의 선형계획법 문제를 먼저 혼자 풀고, 같은 문제를 ChatGPT를 이용해 다시 해결했습니다. 연구진은 단순히 정답이 맞았는지를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이 AI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자신의 사고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의 AI 활용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었습니다.​

  • 첫째, AI가 제공한 답을 받아들이는 학생입니다. 문제를 그대로 복사해서 AI에게 입력하고 풀이 과정과 정답을 받습니다. 추가 질문이나 검토 없이 AI의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 ​둘째, 자신의 풀이를 확인하는 학생입니다. 먼저 스스로 문제를 풀고 AI에게 자신의 풀이가 맞는지 확인합니다. AI는 정답을 대신 만들어 주는 도구가 아니라 검산이나 확인을 위한 보조 도구가 됩니다.​
  • 셋째, 개념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학생입니다. 정답을 확인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특정 조건이 달라지면 결과가 어떻게 변하는지, 문제에 사용된 개념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추가로 질문합니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 가장 눈여겨볼 결과가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학생들의 대화 기록을 분석했지만,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눈 경우에도 학생이 앞선 답변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거나 AI의 설명에 반론을 제기하면서 새로운 이해를 공동으로 만들어 가는 수준의 상호작용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즉, 질문이 여러 번 이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깊은 사고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교육 현장에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그동안 학생들에게 AI에게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질문을 받은 뒤 학생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새로운 이해를 만들어 내느냐가 아닐까요?​

​2. AI가 정답을 잘 알려줄수록 오히려 공부를 덜 할 수도 있다?​

이 문제를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연구가 있습니다. 2025년 6월 국제학술지 PNAS에 발표된 하버드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진의 고등학생 수학 학습 실험입니다. 약 1,000명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일반적인 ChatGPT 방식과 학습을 보호하도록 설계된 AI 튜터를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일반적인 AI를 사용한 학생들은 연습 문제에서 성적이 48% 향상되었습니다. 반면 교사가 설계한 힌트를 제공하고 학생의 사고를 유도하도록 만든 AI 튜터를 사용한 학생들은 127% 향상되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AI가 훌륭한 과외 선생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이 AI를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 다시 시험을 치렀을 때, 일반적인 AI를 사용했던 학생들은 AI를 사용하지 않았던 학생들보다 성적이 17% 낮았습니다. 반면 사고를 유도하도록 설계한 AI 튜터 집단에서는 이러한 부정적인 효과가 상당 부분 완화되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요? 연구진은 학생들이 일반적인 AI를 문제 해결의 지름길로 사용하는 경향에 주목했습니다. 학생들이 정답과 풀이를 요청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동안 실제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학생들이 AI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자신의 학습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는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실을 보여줍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능력은 다릅니다.​

학생이 AI의 도움으로 10문제를 모두 맞혔다고 해도, 다음 날 AI 없이 비슷한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학습이 완성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3. AI를 활용한 자기주도학습,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렇다면 AI에게 질문하고 설명을 듣는 경험이 쌓이면 자기주도학습 능력도 자연스럽게 좋아질까요? 2026년 4월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에 발표된 독일 연구진의 무작위 대조 실험은 이 질문에 답을 제공합니다. 연구진은 독일 중학생 371명을 대상으로 물리와 영어 수업에서 6회에 걸쳐 생성형 AI를 활용한 학습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은 세 집단으로 나뉘었습니다.

  • 학습 내용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도록 돕는 AI
  • 학습 전략과 설명하기 등의 사고 활동을 유도하는 AI
  • 일반적인 ChatGPT를 사용하는 집단

연구진은 학습 동기, 학습 전략, 교과 지식 등을 비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학습 내용의 가치를 생각하도록 지원한 집단에서는 학습 가치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나 AI의 개입만으로는 학습 전략 사용이나 교과 지식 성취가 일반 ChatGPT 집단보다 유의미하게 향상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연구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부분은 바로 이것입니다. 학생이 AI를 활용하는 것과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자기주도학습은 단순히 혼자 공부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는 능력이 아닙니다.

  •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파악하고,
  • 무엇을 모르는지 판단하고,
  • 적절한 학습 방법을 선택하고,
  • 결과를 스스로 점검하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AI가 이 모든 과정을 대신해 준다면 학생은 편리해질 수 있지만 자기조절 능력을 기를 기회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4. AI를 사용하는 학생의 진짜 학습 능력은 어떻게 확인할까?​

앞의 세 연구를 종합하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연구자들은 AI 사용 여부나 질문 횟수보다 학생의 사고가 실제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교와 학원에서는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수학 문제 하나를 AI와 함께 공부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학생에게 처음부터 정답을 알려주기보다는 다음과 같은 학습 과정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 1단계. AI를 만나기 전, 학생의 생각을 확인합니다. 문제를 읽고, 어떤 개념을 사용해야 할지, 어디까지 해결할 수 있는지 먼저 작성합니다.​
  • 2단계. AI에게 설명과 힌트를 요청합니다. 학생이 막힌 부분만 설명하도록 합니다. 처음부터 전체 풀이를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 3단계. 처음 생각과 달라진 부분을 확인합니다. AI의 설명을 듣고 무엇을 새롭게 이해했는지, 처음 생각에서 어떤 부분을 수정했는지 기록합니다.​
  • 4단계. 새로운 조건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비슷하지만 조건이 다른 문제를 제시해 학생이 배운 원리를 적용하도록 합니다.​
  • 5단계. AI 없이 자신의 언어로 설명합니다. 정답뿐 아니라 왜 그렇게 풀었는지,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지 설명하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학생의 최종 정답뿐 아니라 최초의 생각과 수정 과정, 새로운 문제에 대한 적용 능력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 대화 기록을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의 사고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학습 증거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5. 앞으로의 교육평가는 ‘정답’보다 ‘사고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AI가 학생의 질문에 답하고 문제까지 해결해 주는 시대에는 기존의 평가 방식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학생이 제출한 답안이나 결과물을 보고 실력을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결과물을 제출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학생의 실제 사고 수준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학생은 개념을 이해하고 스스로 해결했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학생은 AI가 제공한 답을 그대로 옮겼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다음 세 가지를 구분해서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가 영역확인해야 할 질문
개념 이해학생은 핵심 원리를 자신의 말로 설명할 수 있는가?
사고 과정AI의 설명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검토하고 수정했는가?
독립적 적용AI 없이 새로운 문제에 배운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가?

저는 특히 두 번째 영역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학생이 처음에 잘못 생각했던 부분을 AI의 설명을 통해 수정하고, 자신의 판단 근거를 다시 세우는 과정은 매우 중요한 학습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평가가 가능해지면 AI는 단순히 답을 만들어 주는 도구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 과정을 관찰하고 사고의 성장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마치며: AI와 나눈 대화 횟수가 아니라, 대화 후 달라진 생각을 보세요​

이번 연구들을 살펴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AI 기술 자체보다 학생들의 학습 행동이었습니다. 같은 AI를 사용하고 같은 문제를 풀더라도 어떤 학생은 답을 얻는 데서 멈추고, 어떤 학생은 자신의 풀이를 확인하며, 또 어떤 학생은 개념의 원리까지 탐구합니다.​

AI는 학생에게 동일한 설명을 제공할 수 있지만, 그 설명을 받아들이는 학생의 사고 과정까지 동일하게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교육 현장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학생이 AI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가만이 아닙니다. AI를 사용하기 전과 후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설명을 듣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었는지, 새로운 문제를 만났을 때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의 AI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질문을 이렇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AI가 이 문제를 풀어주었는가?”가 아니라 “AI의 도움을 받은 학생이 다음 문제를 혼자 풀 수 있게 되었는가?” 이 질문의 차이가 AI 활용 교육과 진정한 AI 기반 학습 설계를 구분하게 될 것입니다. 교육의 목적은 AI가 만들어 준 정답을 더 많이 얻는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공부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 학생을 길러내는 데 있습니다.​

참고자료​

이번 글은 아래 세 편의 실증연구를 중심으로 작성했습니다. 특히 2026년 9월 논문은 최신 연구이면서 학생의 AI 대화 행동을 직접 분석했다는 점에서 핵심 자료로 추천합니다.​

  1. Jaiswal & Nanda (2026), More than getting the answer: How students engage with generative AI in technical problem solving. 원문 보기
  2. Fütterer et al. (2026), Enhancing School Students’ Self-Regulated Learning through Generative AI Support: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원문 보기
  3. Bastani et al. (2025), Generative AI without guardrails can harm learning: Evidence from high school mathematics. 원문 보기
  4. 진학사 (2026.03.11), 고등학생 3,525명 AI 학습 활용 조사. 조사 결과 보기

원문보기 : AI에게 질문은 20번 했는데, 왜 혼자서는 문제를 못 풀까? – 학생들의 AI 대화 속에 숨겨진 학습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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