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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 수 없는 사회인가…정치적 적대가 자유를 잠식할 때

정치적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와 함께 살 수 없다고 느끼는 사회는 이미 위험한 문턱에 서 있다. J.B. 셔크(J.B. Shurk)는 American Thinker 기고문 「Why Leftists Won't Let Us Live」에서 좌파가 사회 전체를 통제하려 하기 때문에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공존할 수 있는가.
정치적 적대가 자유의 경계를 시험하고
있다./credit: united-nations

정치적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와 함께 살 수 없다고 느끼는 사회는 이미 위험한 문턱에 서 있다. J.B. 셔크(J.B. Shurk)는 ‘American Thinker’ 기고문 「Why Leftists Won’t Let Us Live」에서 좌파가 사회 전체를 통제하려 하기 때문에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의 글은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 환경주의, 다양성 정책, 관료주의를 하나의 통제 이념으로 묶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을 좌파 전체의 본질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정치 권력이 개인의 삶과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기고문이 겨냥하는 핵심은 거대한 국가기구와 관료주의, 언론·대학·시민단체·금융자본의 영향력이 특정 이념과 결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권력 집중이다. 정부 정책이든 기업의 ESG 전략이든 대학의 교육과정이든, 그 정당성은 구호가 아니라 공개적인 검증과 반론을 견딜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다양성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의견의 다양성을 제한한다면 그 정책은 스스로 내건 원칙과 충돌한다. 반대로 시장 규제나 복지정책, 기후 대응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곧바로 전체주의적 통제로 규정하는 것도 논증을 생략한 비약이다. 정책의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권한의 범위와 행사 방식이다.

이 문제는 좌파만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을 잡은 세력이 언론을 적으로 규정하고, 비판자를 국가의 적으로 취급하며, 행정기관을 정치적 충성의 도구로 만들 때 이념의 이름은 달라도 통제의 구조는 닮아간다. 민주주의는 다수파가 모든 것을 결정할 권리를 뜻하지 않는다. 유엔이 제시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에도 표현과 의견의 자유, 결사의 자유, 법치에 따른 권력 행사가 포함된다.

다수의 지지를 얻은 정부라 해도 소수자의 권리와 반대자의 발언권을 지워버릴 수는 없다. 미국 사회의 정치적 감정은 이미 깊이 갈라져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2025년 9월 실시한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층의 86%, 민주당 지지층의 89%가 상대 정당을 생각하면 좌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정치적 폭력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같은 해 조사에서 미국 성인 85%는 정치적 동기에 따른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답했고, 좌파 극단주의와 우파 극단주의를 모두 심각한 문제로 보는 응답도 각각 절반을 넘었다. 이 수치가 보여주는 것은 어느 한 진영의 독점적 책임이 아니라, 상대를 정치적 경쟁자가 아닌 제거해야 할 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원문의 ‘평화로운 사회적 분리’라는 발상도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공동체를 선택하고, 사상과 종교에 따라 자발적으로 결사하며, 교육과 생활방식을 달리할 자유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가를 이념별로 나누거나 상대 진영을 공동체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은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자유사회가 보장해야 할 것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선택할 권리이지, 다른 사람의 존재를 지우거나 권리를 박탈할 권리가 아니다. ‘우리끼리 살겠다’는 요구가 타인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순간, 분리는 자유가 아니라 배제의 언어가 된다. 정치적 다원주의를 지키는 기준은 간단하지만 엄격하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내가 누리는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가.

상대의 발언이 불쾌하다는 이유로 국가의 처벌을 요구하지 않는가. 정권이 바뀌어도 동일한 법과 절차를 적용할 수 있는가. 정부와 기업, 대학, 언론이 가진 영향력은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브이뎀(V-Dem) 연구소의 민주주의 보고서 역시 정치적 양극화와 혐오 표현, 정부의 허위정보 유포가 서로 강화되면서 민주주의 후퇴와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경고는 특정 이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문제는 좌파냐 우파냐가 아니다. 어느 진영이든 자신만이 사회의 정당한 주인이라고 믿고 반대편의 자유를 제한하려 할 때 민주주의는 내부에서부터 무너진다. 자유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누리는 특권이 아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법의 보호 아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원칙이다.

정치적 적대가 깊어질수록 필요한 것은 상대 진영을 몰아낼 더 큰 권력이 아니라, 누구도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와 자기 절제다. 함께 살 수 없는 사회가 된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규칙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

참고문헌

  • J.B. Shurk, “Why Leftists Won’t Let Us Live,” American Thinker, 2026년 10월. 원문의 주장과 논평의 출발점. 좌파의 제도적 영향력과 이념적 통제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담은 기고문으로, 사실 보도와 구분해 인용할 필요가 있다.
  • Pew Research Center, “Americans say politically motivated violence is increasing, and they see many reasons why,” 2025년 10월 23일. – 미국 사회의 정치적 폭력 우려와 좌우 극단주의에 대한 인식 조사.
  • Pew Research Center, “How Americans feel about the Republican and Democratic parties,” 2025년 10월 30일. – 양당 지지층의 상대 정당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정치적 양극화 관련 조사.
  • V-Dem Institute, Democracy Report 2025: 25 Years of Autocratization – Democracy Trumped? – 정치적 양극화, 혐오 표현, 정부의 허위정보가 민주주의 후퇴와 연결되는 양상 분석.
  • United Nations, “Democracy and Human Rights.” –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법치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 대한민국 헌법, 제19조·제20조·제21조. – 양심·종교·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에 관한 헌법적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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