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7억 반환 시계와 계엄 사과…조국의 사법개혁 압박, 민주당의 선택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유지됐다. 대선 후보 시절 두 차례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에 대해 법원이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가 강조한 것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었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후보자의 발언은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이며, 그 정보가 허위라면 선거의 공정성과 유권자의 판단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였다.
이제 남은 것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다. 유죄가 확정되면 윤 전 대통령의 당선무효와 함께 국민의힘이 반환해야 할 선거비용과 기탁금은 397억 원에 이른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후보 개인의 형사책임이 정당의 재정적 책임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대통령 후보가 일정 득표율을 넘으면 국가는 선거비용을 보전한다.
그러나 선거범죄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이 확정되면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도 보전받은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2022년 대선에서 보전받은 금액은 선거비용과 기탁금을 합쳐 397억 원이다. 이는 단순한 회계상의 손실이 아니다. 공적 자금으로 지원된 선거의 정당성과 후보 검증 책임을 다시 묻는 제도적 장치다. 다만 아직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의 비상계엄 2주년 대국민 사과 추진 보도가 나왔다. 보도 내용대로라면 당시 집권 여당으로서 계엄을 사전에 막지 못한 책임과 국민에게 불안과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한 반성을 담겠다는 것이다. 시점은 공교롭다. 윤 전 대통령의 선거법 항소심 판결을 전후해 당의 과거와 현재를 둘러싼 책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만 원내지도부는 사과문 발표가 공식적으로 합의된 방침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따라서 이를 당의 확정된 결단으로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정 원내대표의 사과 추진에는 어떤 정치적 계산이 담겨 있을까. 계엄 책임론을 정리하고 당내 갈등을 봉합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관계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선거를 앞두고 당의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나아가 397억 원 반환이라는 재정적 위험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책임을 먼저 인정해 여론의 부담을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혹시 사과가 정치적 책임을 미리 정리하는 일종의 면제부를 기대한 것인가. 그러나 사과는 선거비용 반환을 막거나 면제하는 법적 효력이 없다. 사과 추진과 반환 문제를 직접 연결할 근거도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
정치적 의문은 제기할 수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의도를 사실처럼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윤석열 판결 직후 나온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의 발언은 이 사안을 한층 복잡하게 만든다. 조 원장은 민주당을 향해 “손뼉 칠 때가 아니다”라며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과 국정조사, 법원행정처 폐지 등 사법개혁에 속도를 내라고 촉구했다.
조희대 사법부가 윤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한 이번 판결을 법원의 공정성을 입증하는 알리바이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의 구성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법 개정을 요구했다. 그 목적 가운데 하나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면소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할 사안과 사법부의 구조를 바꾸려는 정치적 요구가 한꺼번에 등장한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조 원장의 법 개정 주장이 윤석열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앞서 9월에도 ‘행위’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명확해 자의적인 법 집행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해당 요건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이 개정되면 윤석열 사건과 이재명 사건 모두에 차례로 면소 판결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이 주장은 이재명만을 위한 예외적 구제 논리로 한정되지 않는다. 윤석열에게도 같은 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입법의 명분과 정치적 효과를 어떻게 구분하느냐다.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정치의 사법화를 막기 위한 법 개정이라는 설명은 입법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재판에 유리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법을 추진하면서 사법부 탄핵까지 동시에 요구한다면, 국민은 그 입법의 시점과 목적, 적용 범위를 함께 살펴볼 수밖에 없다. 법 개정의 정당성은 특정 정치인의 재판 결과가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원칙으로 설명돼야 한다.
비교의 대상은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다. 이 대통령 역시 2022년 대선 후보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기소됐고, 대법원은 2025년 5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후 대통령 취임에 따라 파기환송심 재판은 중단된 상태다. 향후 재판이 재개돼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이 확정된다면 민주당도 당시 보전받은 선거비용과 기탁금 약 434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국민의힘의 397억 원보다 큰 금액이다. 그러나 두 사건은 공소사실과 재판 진행 단계가 다르다. 윤 전 대통령은 현재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 대통령 사건은 파기환송심이 중단돼 있다. 두 정당의 반환 의무가 이미 동일한 단계에 놓인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에는 397억 원의 반환 가능성이 현실적인 법적 쟁점으로 다가왔고, 민주당에는 434억 원의 잠재적 반환 책임과 대통령 임기 중단된 재판이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은 윤석열의 선거법 판결이나 정점식 원내대표의 사과 추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계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윤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유죄가 확정될 경우 397억 원의 반환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민주당 역시 상대 당의 반환 책임을 요구하는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법 개정과 사법개혁 요구가 어떤 원칙에 기초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조국 원장의 주장처럼 법 개정이 윤석열과 이재명 모두에게 같은 기준으로 적용된다면 그 법적 효과와 입법 취지를 투명하게 논의하면 된다. 반대로 누구에게는 엄격한 법의 잣대를 적용하고 누구에게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법을 바꾸려 한다는 의심을 받는다면 사법개혁의 명분도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계엄 사과문 한 장이 397억 원의 반환 의무를 지울 수 없고, 사법개혁이라는 이름이 특정 사건의 법적 책임을 자동으로 없애주지도 않는다. 결국 국민이 묻는 것은 누가 먼저 사과했느냐가 아니다. 정당과 권력이 자신에게 불리한 법적 책임 앞에서도 동일한 원칙을 지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2026.11.04. 「윤석열 선거법 2심도 징역형 집유…확정시 국힘 397억원 반환」. 기사 원문
- 연합뉴스, 2026.11.04. 「尹 당선무효형 확정시 역대최대 선거비용 환수」. 반환 절차 및 환수 방식
- 뉴스핌, 2026.11.03. 「국민의힘, ‘정점식 계엄 2주년 대국민 사과’ 보도에 공식 입장 아냐」. 기사 원문
- 시사저널, 2026.11.03. 「국민의힘, 계엄 2주년 사과 나서나…당 공식 입장 아냐」. 기사 원문
- 동아일보, 2026.07.28. 「與도 2022년 대선비용 434억 걸린 재판 재개 여부 주목」. 이재명 사건과 민주당 반환 가능성
- 서울경제, 2026.11.04. 윤석열 항소심 판결 및 양당의 상호 반환 책임 공방. 관련 보도
- 뉴스1, 2026.11.04. 「조국 “尹 당선무효에 손뼉 칠 때 아냐…조희대 탄핵 사법개혁 서둘러야”」. 기사 원문
- 뉴스1, 2026.09.06. 「조국 “허위사실공표죄 ‘행위’ 삭제로 李 ‘유죄’ 아닌 면소길 열려”」. 법 개정 주장 관련 보도
- 뉴스핌, 2026.09.06. 「조국 “李대통령 선거법사건, 공소취소 아닌 법개정 면소로 가야”」. 법 개정의 적용 범위
- 뉴스핌, 2025.05.01.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 전문」. 대법원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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