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진영을 허무는 대통령, 홀로서기를 두려워하는 정치
이재명 대통령은 누구의 대통령이어야 하는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진영의 대통령인가, 아니면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은 국민까지 책임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인가. 이 질문은 집권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한국 정치의 오래된 숙제다. 유시민 작가가 지난 28일 유튜브 ‘박시영TV’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윤석열 전 대통령처럼 자기 집을 허물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한 것은 이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단순한 지지층 내부의 설전으로 치부하기에는 발언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그 기반을 지켜야 할 정치세력이 오히려 균열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홀로서기는 배신과 동의어가 아니다. 선거를 통해 권력을 얻은 정치인이 특정 계파와 열성 지지층의 이해관계를 넘어 더 넓은 국민적 신임을 확보하려는 것은 오히려 정상적인 통치의 과정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기존 지지층을 적으로 돌리거나,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배척하거나, 정책의 성과보다 충성 경쟁을 앞세우는 경우다. 대통령이 자기 진영을 넘어 국민 전체를 향해 나아가려면 지지층의 확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변 정치인들이 기존 진영의 경계선을 지키는 일에만 몰두한다면 대통령의 확장은 내부의 배신으로 오해받고, 통합의 시도는 분열의 명분으로 바뀐다. 이재명 대통령의 홀로서기가 실제로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그 가능성 자체를 진영의 위기로 받아들이는 정치문화부터 돌아봐야 한다.
유시민이 꺼내 든 ‘파브르의 딱정벌레’ 비유는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의 비판은 눈앞의 행동이 결국 자신이 살아갈 환경마저 파괴하는 자기훼손의 역설에 가깝다. 정치에 대입하면 더욱 선명해진다. 지지층을 결집한다는 명분으로 반대 의견을 밀어내고, 자기편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외연 확장을 방해하며, 당장의 내부 권력 경쟁에 몰두하다가 정작 정권을 지탱하는 국민적 신뢰를 잃는 것이다.
당장의 승리가 장기적인 생존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정치세력이 자기 진영 안에서 박수를 많이 받을수록 바깥의 국민에게서 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민주주의의 불편한 역설이다. 다만 이 비유를 특정 인물의 필연적인 몰락을 예고하는 예언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누가 딱정벌레인가를 가리는 일이 아니라, 왜 정치가 스스로의 생존 조건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가를 살피는 일이다.
30%대에 머무는 대통령 지지율은 그래서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지율이 일정 수준에서 정체된다면 정책 추진력은 약해지고, 국회와의 협상은 어려워지며, 경제·민생 현안에서 성과를 내더라도 이를 정치적 신뢰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지지층 내부의 갈등이 겹치면 대통령은 바깥의 반대와 안쪽의 불신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유시민이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의 임기 중단 사례까지 거론한 것도 이런 위험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물론 현재의 지지율만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중단을 예측할 수는 없다. 대통령의 임기와 정치적 운명은 헌정질서, 정책 성과, 국회와의 관계, 위기 대응 등 여러 변수에 달려 있다. 그러나 지지율 하락을 일시적인 여론의 출렁임으로만 여기고 그 원인을 내부 비판자의 탓으로 돌린다면, 경고를 무시한 대가는 생각보다 커질 수 있다.
김민석 대표를 둘러싼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시민은 민주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 ‘민티07’ 운영을 거론하며 당 대표가 진영을 해체하는 일에 앞장서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29일 분열의 언어에 분열로 답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당 공식 방송을 정파적·계파적 시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공식 채널을 정비하고 당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일 자체는 정당의 정상적인 홍보 활동이다.
그것만으로 진영 분열을 의도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집권당 대표에게 중요한 것은 채널의 출범이나 홍보의 효율성만이 아니다. 그 운영이 다양한 지지층의 목소리를 담아내는지, 비판 세력과의 소통을 차단하는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실질적으로 힘을 보태는지도 함께 평가받아야 한다. 당 대표가 대통령의 성공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움직이면서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 필요한 연합을 좁힌다면, 의도와 결과 사이의 간극을 설명할 책임이 생긴다.
여기서 진영 정치의 가장 큰 모순이 드러난다. 대통령의 독자적인 판단을 요구하면서도 그 판단이 기존 지지층의 기대와 다르면 배신이라고 비난하고, 중도 확장을 주문하면서도 확장을 위해 필요한 타협에는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것이다. 반대로 대통령에게 충성한다는 이유로 모든 비판을 정파적 공격으로 몰아가는 태도 역시 문제다. 비판을 무조건 수용할 필요는 없지만, 비판자의 이름과 소속만으로 내용을 판단해서도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말 홀로서기를 하려 한다면 그 과정은 지지층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지지층의 정치적 역할을 재정의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김민석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 역시 내부 경쟁에서 누가 더 대통령과 가까운지를 증명하기보다, 대통령이 국민적 신임을 넓힐 수 있도록 갈등을 관리하고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진영의 결속은 통치의 수단이지 통치의 목적이 아니다.
정권의 위기는 언제나 외부의 적 때문에만 찾아오지 않는다. 때로는 자기편을 지키겠다는 열정이 자기편의 미래를 망가뜨리고, 내부의 승리를 좇는 정치가 정작 국민의 신임을 잃게 만든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몰락을 단순히 특정 인물의 성격이나 판단 착오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력은 자신을 지탱하는 사회적 기반과의 관계를 관리해야 하며, 그 기반을 좁히는 선택이 반복될수록 위기는 커진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진영의 박수만으로 유지되는 권력이 아니라 진영 밖에서도 납득할 수 있는 국정의 성과다. 김민석 대표에게 필요한 것도 내부의 주도권을 과시하는 정치가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 동력을 보강하는 정치다. 30%대 지지율이 정권의 운명을 미리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숫자가 보내는 경고를 외면한 채 서로의 진영만 지키려 든다면, 파브르의 딱정벌레가 남기는 교훈은 결국 권력의 주인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자기 집을 허무는 정치가 끝내 누구를 무너뜨리는지, 역사는 대개 그 선택이 끝난 뒤에야 냉정하게 답한다.
참고자료
- 조선일보, 「유시민 “윤석열 딱정벌레처럼, 李대통령도 똑같이 자기 집 해체”」, 2026년 10월 28일 보도, 10월 29일 업데이트.
- 연합뉴스, 「김민석, 유시민 ‘李대통령 비판’에 “평가나 답 불필요”」, 2026년 10월 29일.
- 뉴시스, 「김민석 ‘유시민 李 진영 해체 주장에 “분열의 언어로 답하지 않을 것”」, 2026년 10월 29일.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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