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청구서는 시리아에 도착했다
트럼프의 중간선거와 이란 공격 재개 가능성, 호르무즈의 에너지 위기, 러시아산 연료 차질…아사드 이후 시리아의 재건을 흔드는 전쟁의 연쇄 비용. 전쟁은 국경 안에서만 진행되지 않는다. 미사일과 폭격은 전선을 만들지만, 유가와 연료 부족은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사회까지 무너뜨린다. 시리아의 경제난은 중동의 전쟁이 어떻게 한 국가의 재건과 시민의 일상을 동시에 압박하는지 보여준다.
중간선거가 끝나면 전쟁도 다시 시작되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공격 재개 가능성이 다시 중동을 긴장시키고 있다.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작전 재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 당국자들은 중동 국가들과 동맹국들에 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공격과 이에 따른 보복 가능성에 대비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도됐다. A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공격이 재개될 경우 수일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작전 선택지를 검토하고 군사적 준비를 진행해 왔다. 문제는 전쟁의 재개 여부가 외교적 협상이나 안보 상황뿐 아니라 미국 국내 정치 일정과도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전쟁이 선거 전에는 부담이고 선거 후에는 선택지가 되는 것인가. 미국 유권자의 경제적 불만과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하나의 정치적 시간표 위에 놓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경제의 목줄이다
중동 위기의 중심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이곳에서 선박 공격과 통항 차질이 이어지면서 국제 원유시장은 전쟁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10월 30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배럴당 117달러를 넘어섰으며, 10월 한 달 상승률도 약 1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한 공격과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시설 공격 주장까지 겹쳤다.
이란과 미국의 해상 봉쇄 및 통항 통제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호르무즈의 불안은 단순히 중동 산유국의 수출 문제가 아니다. 원유와 석유제품의 공급, 선박 운임, 보험료, 정제 비용, 항공과 물류 비용이 연쇄적으로 상승하는 구조적 충격이다. 전쟁 당사국이 아닌 국가들도 에너지 가격이라는 형태로 전쟁 비용을 지불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시리아의 주유소에 도착했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중동의 에너지 위기와 연결되는 방식이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는 올해 러시아산 원유를 하루 약 6만 배럴 수입해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생산과 공급에 차질이 생겼고, 러시아가 휘발유와 경유 수출을 제한하면서 시리아의 연료 수급에도 압박이 가중됐다. 여기에 시리아 최대 정유시설인 바니아스 정유공장의 장기간 정비까지 겹쳤다.
시리아 정부가 연료 가격을 인상한 배경에는 국제 유가만이 아니라 정제유 부족, 운송비와 조달비 상승이 함께 작용하고 있었다. 이것은 현대전의 새로운 경제적 연결망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러시아 정유시설을 압박하고, 러시아의 수출 제한이 시리아의 연료 공급을 흔들며, 그 결과는 시리아 시민의 교통비와 식료품 가격으로 돌아온다. 전쟁의 전선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있지만 경제적 충격은 국경을 넘어간다.
아사드는 떠났지만 가난은 떠나지 않았다
BBC가 10월 30일 보도한 ‘Syrians struggle with soaring prices as crisis challenges post-Assad recovery’는 이 문제를 시민들의 일상에서 보여준다.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고 아흐메드 알샤라가 이끄는 새로운 정치체제가 출범한 지 약 2년. 국제 제재 해제와 정치적 변화가 있었지만 국민이 기대했던 생활 개선은 아직 현실화하지 못했다. 연료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여러 지역으로 확산했고, 정부가 인상 조치를 철회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BBC가 전한 시민들의 증언에는 빵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호소가 담겼다. 세계은행은 시리아 재건 비용을 약 2,160억 달러로 추산했다. 유엔개발계획은 시리아 인구의 약 90%가 빈곤선 아래에 있다고 평가해 왔다. 정권 교체는 정치적 사건이지만 경제 회복은 일자리와 소득, 전력과 연료, 주거와 식량으로 증명된다. 독재자의 퇴진이 곧 시민의 삶의 회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레바논의 폭격과 시리아의 불안, 중동은 하나의 위기권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긴장도 끝나지 않았다. 6월 휴전 합의 이후에도 이스라엘의 남부 레바논 공습과 군사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10월 27일에도 남부 레바논에서 드론 공격과 포격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란과 미국의 대치,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 이스라엘의 안보정책,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후티 반군의 충돌은 서로 독립된 사건이 아니다.
각 전선은 별도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갖지만 에너지 수송로와 군사적 보복, 난민과 물류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서로의 위기를 증폭시킨다. 시리아는 이러한 지정학적 충돌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국가 재건에 집중해야 할 시리아가 주변의 군사적 긴장과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평화를 되찾기도 전에 또 다른 전쟁의 경제적 비용을 떠안는 셈이다.
전쟁의 승패보다 오래 남는 것은 생활비다
전쟁은 군사적 목표의 달성 여부로 평가되지만 시민들은 다른 기준으로 전쟁을 경험한다. 오늘 살 수 있는 빵의 양, 내일 출근할 수 있는 연료, 자녀의 교육비, 병원에 갈 수 있는 교통비가 그 기준이다. 시리아 정부가 연료 보조금을 줄이고 국제가격에 맞춰 가격을 조정하는 데에는 재정적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경제적 합리성과 시민이 감당할 수 있는 현실은 별개의 문제다.
아사드 정권이 남긴 경제적 파괴를 복구해야 하는 새 정부는 외국 자본과 원조를 필요로 하지만, 투자자는 정치적 안정과 에너지 공급의 지속 가능성을 요구한다. 연료 가격이 상승하면 운송비가 오르고, 운송비가 오르면 식품과 생필품 가격이 오른다.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면 정부에 대한 지지도 흔들린다. 알샤라 정부가 직면한 시험은 단순히 정권의 안정성이 아니라 국민에게 재건의 성과를 언제 보여줄 수 있느냐는 문제다.
전쟁은 멀리서 시작해 가장 약한 곳에서 끝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동 전쟁은 미국의 안보와 이란의 핵 문제, 국내 정치와 에너지 가격이 얽힌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이란에는 체제와 국가 주권의 문제이고, 이스라엘에는 안보와 군사적 억지력의 문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는 국가 생존과 영토의 문제다. 그러나 시리아 시민에게는 당장 내일의 빵값과 연료비 문제다. 각각의 전쟁은 서로 다른 명분과 목표를 내세우지만 그 비용은 공급망을 타고 확산된다.
아사드가 축출됐다고 시리아의 고통이 끝난 것은 아니며, 휴전이 선언됐다고 레바논의 불안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한 척이 멈추면 세계 에너지 시장이 흔들리고, 러시아 정유시설 하나가 공격받으면 시리아의 주유소가 영향을 받는다. 이것이 오늘날 전쟁의 경제학이다.
정권은 바뀌어도 가난은 남고, 전선은 멀어져도 전쟁의 청구서는 도착한다. 중동에서 지금 벌어지는 가장 냉혹한 현실은 전쟁을 결정하는 사람과 그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참고문헌
- BBC News (2026.10.30), Syrians struggle with soaring prices as crisis challenges post-Assad recovery. 시리아 연료 가격과 생활비 위기, 알샤라 정부의 정치적 부담.
- Associated Press (2026.10.29), US warns allies to prepare for possible Iran strikes, retaliation after elections.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이란 공격 가능성과 동맹국에 대한 사전 경고.
- Reuters (2026.10.30), Oil set for fourth monthly gain as Hormuz tanker attack highlights supply risks.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공격과 국제유가 상승. Reuters
- Reuters (2026.09.14), Syria fuel price hikes trigger widest protests since Assad fall. 시리아 연료 가격 인상, 러시아산 원유 공급 압박,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영향.
-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2026.09.24), Fueling Discontent. 시리아의 연료 가격 상승과 이란 전쟁의 경제적 파급효과. CSIS 분석
- Al Jazeera (2026.10.30), Iran war live: Qatari delegation in Tehran for talks over US-Iran conflict. 미국과 이란의 협상 및 호르무즈 해협 상황. Al Jazeera 현지 보도
- Al Jazeera (2026.10.30), Oil flows are up as Iran war turmoil eases. Why do prices keep rising? 공급 회복에도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배경. 에너지 시장 분석
- Anadolu Agency (2026.10.27), Israel carries out strikes in southern Lebanon in fresh ceasefire violations. 레바논 남부의 이스라엘 군사행동과 휴전 이후 긴장. 레바논 현지 보도
- World Bank, Syria Economic Monitor and Reconstruction Assessment. 시리아의 경제 회복과 재건 비용 관련 자료.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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