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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라인을 지키기 위해 강훈식을 내보냈나…비선과 공적 라인의 이상한 역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사의 표명을 놓고 정치권의 해석이 엇갈린다. 표면적으로는 간단하다. 용혜인·김승원 장관 후보자의 잇단 낙마와 인사검증 논란에 비서실장이 종합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그림이다. 실제 대통령실도 강 실장이 비서실장으로서 종합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전혀 다른 질문이 튀어나왔다.

왜 공식적인 인사 시스템의 책임자인 비서실장이 물러났는데, 논란의 한복판에 놓인 ‘경기·성남 라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인적 조치가 보이지 않는가. 바로 여기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책임지는 비서실장’의 이야기를 넘어선다. 통상적인 해석은 ‘김현지를 지키기 위해 강훈식이 총대를 멨다’는 것이다. 야권은 실제로 강 실장의 사의를 ‘꼬리 자르기’ 또는 희생양 만들기로 규정하면서 김현지 제1부속실장 등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비틀어 보면 정반대의 가설도 가능하다. 강훈식이 김현지를 지키기 위해 잘린 것이 아니라, 강훈식이 빠져야 오히려 성남라인이 더 선명하게 살아남는 구조였던 것은 아닌가. 물론 이것은 현재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해석의 한 갈래다. 하지만 공식 인사라인과 대통령의 오래된 정치적 인연을 가진 참모진 사이에 역할과 영향력의 경계가 어디까지였는지를 묻는 순간, 이번 사퇴는 단순한 책임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비선’이라는 표현 자체다. 김현지 실장이나 이른바 경기·성남 라인의 실제 인사개입 여부가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박지원 의원 역시 강훈식 사의와 김현지 실장 사이를 권력투쟁으로 해석하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반면 야권에서는 공식 인사권자가 아닌 인물들의 영향력이 인사 과정에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감사에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지금 존재하는 것은 하나의 확정된 사건이라기보다 서로 충돌하는 두 개의 정치적 서사다. 하나는 ‘공식 시스템의 인사 실패’이고, 다른 하나는 ‘공식 시스템 바깥의 영향력’이다. 진짜 문제는 어느 쪽이 맞느냐를 정치적 구호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의 인사 결정 과정이 국민에게 설명 가능한 구조였느냐에 있다. 그런데 만약 이번 사태가 정말로 공적 라인의 책임을 줄이고 성남라인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정리되는 것이라면 정치적으로는 묘한 역전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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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비서실장은 헌법상 대통령을 보좌하는 공식적 직위이고 인사위원장으로서 상당한 책임을 지는 자리다. 반면 대통령과 과거부터 함께해온 측근 참모는 직위의 높고 낮음과 별개로 정치적 신뢰의 축을 형성할 수 있다. 민주주의 행정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대통령과 친하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권한을 가지고 어떤 절차를 통해 결정했느냐다.

공식 라인의 권한은 책임으로 연결되는데 비공식적 영향력은 책임의 주체가 되기 어렵다면, 어느 순간 권력의 무게중심이 제도 밖으로 기울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강훈식의 사퇴를 ‘성남라인의 패배’로만 읽는 것도 섣부르고, 반대로 ‘성남라인을 지키기 위한 희생’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아직 이르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사퇴 이후 누가 남고 누가 이동하며, 후임 인사가 어느 방향으로 구성되는가다.

실제로 강 실장 사의 이후 후임 비서실장과 참모진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언론에서는 이 과정에서 경기·성남 라인의 향방을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 결국 인사는 말보다 배치도가 더 정확한 정치 언어다. 누가 비서실장이 되느냐보다 대통령의 인사·정무·민정 기능이 누구에게 연결되는지를 보면 이번 사태의 실체에 훨씬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더구나 지금 대통령실은 단순히 한 사람의 사퇴로 끝내기에는 설명해야 할 문제가 많다. 김용범 정책실장 사퇴에 이어 강훈식 비서실장까지 거취를 표명하면서 이른바 ‘3실장 체제’의 핵심 축이 흔들렸고, 동시에 김승원 후보자의 낙마 과정에서 청와대에 전달됐다는 탄원서 문제까지 불거졌다. 이때 대통령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사람을 바꿔 책임을 정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공개하고 시스템 자체를 고치는 것이다.

전자는 빠르지만 의혹을 남긴다. 후자는 불편하지만 제도를 남긴다. 강훈식의 사퇴가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는 결국 후속 인사와 인사검증 시스템의 공개적 개선 여부가 말해줄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의 아이러니는 ‘성남라인을 지키기 위해 강훈식이 사퇴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냐 아니냐보다, 그런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설득력을 얻을 만큼 공식 라인과 비공식 라인의 경계가 흐려졌다는 데 있다.

대통령에게 오래된 인연은 정치적 자산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운영에서는 그 인연이 공적 권한과 책임의 구조를 대신할 수 없다. 강훈식이 정말 인사 실패의 종합적 책임을 진 것이라면 그에 걸맞은 시스템 개편이 뒤따라야 하고, 반대로 그의 사퇴가 특정 라인의 보호와 권력 재편을 위한 것이었다면 후속 인사가 그 의혹을 더욱 키울 수도 있다. 결국 ‘누가 누구를 지켰느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비서실장은 떠났는데 경기·성남 라인은 남았다…‘공적 라인과 비공식 영향력’ 사이의 이상한 권력 구조. 대통령실에서 국민이 보이는 권력과 국민에게 보이지 않는 권력 사이의 거리는 지금 얼마나 벌어져 있는가. 이번 인사는 그 거리를 확인하는 시험대가 됐다.

참고자료

  1. 연합뉴스, 「수세 몰린 靑, 강훈식 사의 ‘인적쇄신 초강수’…돌파구 마련될까」, 2026.09.21.
    강훈식 실장의 사의 배경과 대통령실의 공식 설명, 경기·성남 라인을 둘러싼 야권의 의혹 제기를 확인할 수 있다.
  2. 연합뉴스, 「강훈식, 첫 비서실장 맡아 李정부 진두지휘…지지율 하락에 사의」, 2026.09.21.
    강훈식 실장의 임명 경위와 재임 과정, 인사위원장으로서의 역할 및 과거 인사 투명성 관련 발언을 확인할 수 있다.
  3. 동아일보, 「강훈식, 李 출국 4시간전 이례적 사의…‘성남라인’과 갈등설 수면위로」, 2026.09.22.
    강훈식 사의 시점, 김승원 후보자 낙마 이후 탄원서 논란, 성남·경기 라인 갈등설 등 정치권의 상반된 해석을 다룬다.
  4. 한국일보, 「강훈식 전격 사의에도 김현지는 남았다… 靑 인사 시스템 변화 있을까」, 2026.09.22.
    강훈식 사의 이후에도 김현지 등 경기·성남 라인이 남아 있다는 점과 인사 시스템 변화 여부를 주요 쟁점으로 다룬다.
  5. 연합뉴스, 「국힘 “강훈식 사퇴, 꼬리자르기…비선실세 인사농단 규명해야”」, 2026.09.21.
    국민의힘이 강훈식 사의를 ‘꼬리 자르기’로 규정하고 김현지·정진상 등에 대한 국정감사 검증을 요구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야당의 주장으로 귀속해 인용해야 하는 자료다.
  6. 미디어오늘, 「靑 ‘김현지-강훈식 알력설’ 반박했지만… 민주당 하헌기도 “김현지 책임져야”」, 2026.09.23.
    대통령실의 알력설 반박과 민주당 내부에서도 제기되는 책임론 등 상반된 반응을 비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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