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교육국장 Andreas Schleicher가 한국 교육에 전하는 메시지 : PISA 2025가 말하는 AI 시대 영어교육의 방향
“영어 단어를 많이 외우면 영어를 잘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오랫동안 영어교육의 목표를 높은 시험 점수와 정확한 문장 해석에 두어 왔습니다. 그러나 OECD PISA 2025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학생이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영어를 통해 얼마나 깊이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오해가 있습니다. 미래교육이 문법과 어휘를 버리자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한국과 같은 EFL 환경에서는 정확한 언어 이해 능력이 모든 역량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번 PISA 2025 프레임워크를 통해 한국 영어교육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AI 시대, 우리는 아직도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가, 아니면 영어를 통해 사고하는 힘과 생성을 하도록 길러 주고 있는가
최근 OECD PISA 2025 프레임워크가 발표되면서 미래 영어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 글로벌 역량, 비판적 사고력, AI 활용 능력과 같은 키워드가 부각되면서 일부에서는 문법과 어휘 중심의 영어교육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한국과 같은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환경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OECD가 강조하는 미래 역량은 결코 언어의 기초 역량을 건너뛰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탄탄한 언어의 기초 역량 위에서 더 높은 수준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구축하자는 의미로 이해해야 합니다.
EFL 환경에서는 정확성(Accuracy)이 먼저입니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국가와 한국의 영어교육 환경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와 같은 환경에서는 학생들이 교실 밖에서도 영어를 지속적으로 접합니다. 반면 한국 학생들에게 영어는 대부분 교실 안에서 배우는 외국어입니다.
최근에는 교실 밖에서도 영어를 접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긴 하지만, 여전히 교실수업에서 과목으로 영어를 배우는 실정입니다. 즉, 영어 자체가 생활언어가 아니라 학습언어라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영어교육은 영어를 활용하기 전에 먼저 영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언어학자 Jim Cummins가 구분한 BICS(Basic Interpersonal Communication Skills)와 CALP(Cognitive Academic Language Proficiency)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학문적 사고는 일정 수준 이상의 언어 능력을 전제로 합니다.
언어 능력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차원적 사고를 기대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현실성이 낮습니다.
언어를 모르면 사고도 제한됩니다
예를 들어 학생이 영어 지문을 읽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학생이 개별 단어를 모르고 문장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문장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단락의 논리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단락의 논리를 따라가지 못하면 글쓴이의 주장과 근거를 분석할 수 없습니다.
결국 비판적 사고도, 추론도, 정보 평가도 불가능해집니다. 우리는 종종 “생각하는 영어”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생각은 언어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영어를 통해 사고하려면 먼저 영어를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어 문장을 해석할 수 없는 학생에게 영어 지문의 논리적 오류를 찾아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수학의 사칙연산을 배우지 않은 학생에게 미적분 문제를 풀라고 요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확성 없는 유창성은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최근 영어교육에서는 Accuracy와 Fluency를 대립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언어 습득 과정에서는 둘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성장 단계의 관계입니다. 정확성이 형성되어야 유창성이 만들어집니다. 유창성이 형성되어야 리터러시가 확장됩니다.

리터러시가 확장되어야 비판적 사고와 글로벌 역량이 성장합니다. 즉 미래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Accuracy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Accuracy를 출발점으로 삼아 Fluency와 Literacy 그리고 Competency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문법 교육이 아니라 문법 교육에서 멈추는 교육입니다. 문제는 어휘 학습이 아니라 어휘 학습이 최종 목표가 되는 교육입니다.
OECD가 보는 영어는 더 이상 과목이 아닙니다
OECD 교육국장 Andreas Schleicher는 오랫동안 미래교육의 핵심을 ‘얼마나 많이 아는가’가 아니라 ‘아는 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설명해 왔습니다. PISA 2025 역시 같은 철학 위에서 설계되었습니다.
학생이 얼마나 많은 영어 단어를 외웠는지보다 영어 정보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려는 것입니다. 학생이 영어로 된 다양한 정보 속에서 무엇이 사실인지 판단하고, 어떤 정보가 신뢰할 만한지 평가하며, 서로 다른 관점을 비교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영어를 단순한 교과목이 아니라 사고와 문제 해결의 도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PISA 2025가 강조하는 디지털 읽기 리터러시의 의미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디지털 읽기 리터러시(Digital Reading Literacy)입니다. 오늘날 학생들은 더 이상 하나의 교과서만 읽지 않습니다. 인터넷 검색 결과, 블로그, 뉴스 기사, SNS 게시물, 생성형 AI의 답변 등 수많은 정보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래 사회에서는 영어를 읽을 수 있는 능력보다 영어 정보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같은 주제에 대한 여러 영어 자료를 비교하고, 출처의 신뢰성을 검토하며,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정보의 왜곡 가능성을 판단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PISA 2025는 바로 이러한 능력을 측정하려고 합니다.
AI 시대가 되면서 영어교육의 목표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영어교육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영어를 잘해야 세계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AI가 번역하고, 요약하고, 설명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영어를 배울 필요가 사라진 것일까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AI가 정보를 제공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를 검증하는 능력입니다. AI는 답을 제공할 수 있지만 판단을 대신해 주지는 못합니다. 결국 학생들은 영어 자료를 읽고 AI의 답변을 검토하며 다양한 관점을 비교하고 자신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AI 시대의 핵심 역량은 정보 접근 능력이 아니라 정보 판단 능력입니다.

한국 교육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
OECD가 한국 교육에 보내는 메시지는 매우 분명합니다. 영어를 가르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어를 어디까지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지금까지의 영어교육은 문장 해석 단계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해석 이후의 단계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영어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에서 시작하여, 영어 정보를 분석하고, 영어 자료를 평가하며, 영어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즉 Knowledge에서 Literacy로, Literacy에서 Competency로 이동해야 합니다.

“Knowledge, Literacy, Competence가 정확히 무엇이 다른가요?”
“Knowledge는 아는 것 → Literacy는 이해하는 것 → Competence는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 쉽게 말하면 영어 독해 과정과 매우 비슷합니다. Knowledge는 단어와 문법을 아는 단계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이 climate change, carbon emissions, renewable energy라는 단어의 뜻을 알고 문장을 해석할 수 있다면 이것은 Knowledge입니다. 하지만 단어를 알고 문장을 해석할 수 있다고 해서 글 전체를 이해한 것은 아닙니다.
글쓴이가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어떤 근거를 제시하는지, 무엇을 강조하려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단계가 Literacy입니다. 즉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며 정보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OECD가 궁극적으로 평가하려는 것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예를 들어 학생이 기후변화에 대한 여러 영어 자료를 읽고, 서로 다른 국가의 정책을 비교하고, 어떤 해결책이 현실적인지 판단하며, 자신의 의견을 영어로 제시하거나 프로젝트를 설계할 수 있다면 이것이 Competence입니다.
Knowledge가 “아는 것”이라면, Literacy는 “이해하는 것”이고, Competence는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Knowledge는 운전법을 배우는 단계이고, Literacy는 실제 도로 상황을 이해하며 운전하는 단계이며, Competence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까지 해결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OECD가 PISA 2025를 통해 강조하는 것은 Knowledge를 버리라는 것이 아닙니다. Knowledge에 머물지 말고 Literacy로 확장하고, 궁극적으로 Competency까지 성장시키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Competence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출발점인 Knowledge가 먼저 형성되어야 한다는 사실 역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미래의 영어교육은 4단계로 재설계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한국 영어교육은 다음과 같은 구조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습니다. 1단계는 Accuracy입니다. 어휘, 문법, 구문 독해를 통해 영어 문장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단계입니다.
2단계는 Fluency입니다.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쓰기를 통해 영어를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단계입니다.
3단계는 Literacy입니다. 영어 정보를 분석하고 평가하며 의미를 재구성하는 단계입니다.
4단계는 Competence입니다. 영어를 활용하여 실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입니다.
OECD가 말하는 미래교육은 사실상 4단계 역량의 완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4단계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1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주목해야 하는 미래교육의 방향
PISA 2025는 영어교육의 종말을 선언하는 문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영어교육의 진화를 요구하는 문서입니다. 정확성을 버리라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성에 머물지 말라는 것입니다. 문법을 버리라는 것이 아닙니다. 문법을 활용하여 사고하는 단계까지 나아가라는 것입니다.
어휘를 외우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어휘를 활용하여 세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입니다. 결국 미래교육의 핵심은 영어를 잘하는 학생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영어를 통해 생각하고, 판단하고, 협력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학생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여전히 탄탄한 언어 기초 역량입니다. PISA 2025가 한국 교육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이것입니다. “정확성은 출발점이고, 글로벌 역량은 도착점입니다. 미래교육은 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성 위에 사고력을 세우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AI는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입니다. 번역도 해주고, 요약도 해주고, 글도 대신 써줄 것입니다. 그러나 AI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의 판단력입니다. OECD PISA 2025가 강조하는 미래 역량 역시 결국 판단력과 문제해결력입니다.
영어교육도 이제는 단어 암기와 문제풀이에서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정확한 언어 이해 능력을 기반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학생을 길러야 합니다. 미래교육은 Accuracy와 Competence 중 하나를 선택하는 교육이 아닙니다. Accuracy 위에 Literacy를 세우고, Literacy 위에 Competence를 세우는 교육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AI 시대 한국 영어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참고자료
- OECD, PISA 2025 Assessment and Analytical Framework
- Andreas Schleicher, OECD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 OECD Learning in the Digital World Framework
- OECD Global Competence Framework
- Jim Cummins, BICS and CALP Theory
- OECD Reading Literacy Framework
- The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 Project
- OECD Education Policy Outlook
- PISA 2025 Digital Reading Literacy Framework
- 21st Century Skills and Competency-Based Education Research
원문 보기 : OECD 교육국장 Andreas Schleicher가 한국 교육에 전하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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