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징역 12년, 누군가는 전원 무죄…12·3 계엄 재판의 엇갈린 잣대
12·3 비상계엄의 기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국회에 진입하려 했던 군 병력, 깨진 유리창, 봉쇄된 출입구와 계엄 해제를 요구하려던 국회의원들. 그날의 장면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남은 중대한 사건이자, 지금도 법정에서 그 책임과 경위를 따져야 하는 사법적 과제다. 그런데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이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원심의 사실인정과 재판 절차 자체에 이의를 제기했다.
논쟁은 다시 법정으로 돌아왔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강한 주장을 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증거로 확인됐고 무엇이 아직 검증돼야 하는가다. 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사법적 판단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고 있다. 국회 봉쇄와 진입에 관여한 혐의로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에게는 1심에서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반면 비상계엄 직전 이른바 ‘햄버거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방정환 전 준장을 비롯해 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병력을 투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군인 8명은 지난 10월 30일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같은 계엄 사태, 같은 군 지휘체계 아래에서 벌어진 사건인데 판결은 이처럼 엇갈렸다. 유무죄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국민이 묻는 질문은 분명하다.
계엄 당시 군의 행위와 책임을 판단하는 법적 기준은 무엇이며, 그 기준은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가. 이번 무죄 판결에서 법원이 주목한 것은 국헌문란 목적과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었다. 특검은 구삼회·방정환 전 준장이 계엄 선포 약 6시간 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만나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제2수사단 구성을 논의하고, 계엄 이후 관련 임무를 수행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사람이 명목상 단장과 부단장으로 거론됐을 뿐 구체적인 임무와 계획을 전달받지 못했고, 실제 지시나 보고를 주고받은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봤다. 나머지 6명에 대해서도 계엄 선포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급박하게 전달된 상관의 명령을 적법하다고 전제해 수행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결국 특검이 제시한 의심과 정황만으로 내란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고의와 목적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이 대목에서 군인의 명령 복종이라는 오래된 문제가 다시 등장한다. 군대는 명령과 지휘체계로 움직인다. 그러나 명령을 따랐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반대로 결과적으로 위헌·위법한 작전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휘관에게 동일한 형사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명령을 받은 시점의 상황, 전달된 정보, 수행한 행위, 이후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었던 정황이다.
특검은 임무를 처음 받을 때 위법성을 몰랐더라도 이후 상황을 파악하고도 임무를 계속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들이 구체적인 임무와 계엄의 목적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양측의 차이는 결국 인식과 고의를 어느 시점, 어떤 증거로 인정할 것인가에 있다. 그렇다면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김현태 전 707특수임무단장의 항소심은 무엇을 말해줄 것인가.
김 전 단장은 1심에서 국회 봉쇄와 진입 과정에 관여한 행위 등이 인정돼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지난 11월 2일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원심 판결과 재판 절차의 적법성까지 문제 삼았다. 변호인 측은 특검 공소사실이 추정에 기초했다고 주장하며 국회 현장 검증을 요청했고, 김 전 단장은 당시 19명이 창문을 넘어가는 데 최소 5분이 걸린다며 실제 현장에서 동선과 행동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기존 동선과 통신기록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현장 재연 결과를 당시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추가 검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항소심은 아직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기 전이다. 따라서 1심의 판단이 최종 결론인 것처럼 다뤄서도, 피고인의 주장이 곧 원심의 오류를 입증한 것처럼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같은 계엄 사태를 두고 법원이 인정한 행위의 무게와 형사책임의 범위는 왜 달라지는가. 김현태 전 단장과 함께 국회 봉쇄에 관여한 혐의를 받은 이상현 전 특전사 제1공수특전여단장에게는 징역 10년이 선고됐고,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에게도 징역 9년이 선고된 바 있다. 반면 10월 30일 무죄를 선고받은 8명 가운데는 국회와 선관위 등에 병력을 투입하거나 관련 작전에 관여한 혐의를 받은 지휘관들도 포함돼 있다.
물론 각각의 행위와 증거, 지휘상 위치, 인식의 정도가 다르므로 형량이나 무죄 판결만을 나란히 놓고 법원의 모순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권력이 군을 동원해 헌법기관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려 한 사건이라면, 지휘관별 책임의 차이가 무엇에서 비롯됐는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판결 이유가 충분히 설명돼야 한다.
더욱이 이번 판결은 형사재판과 군 내부의 징계 책임이 반드시 같은 결론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무죄를 선고받은 8명은 모두 국방부에서 해임 또는 파면 징계를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형사재판은 범죄의 구성요건과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는지를 판단하지만, 군 내부 징계는 군 조직의 복무규율과 지휘 책임이라는 별도의 기준을 적용한다.
따라서 형사 무죄가 곧 모든 행위의 정당성이나 지휘상 책임의 부재를 뜻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징계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형사상 내란죄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이 두 영역을 혼동하면 법적 책임의 경계는 흐려지고, 사건은 다시 진영의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적 논쟁으로 퇴행하게 된다. 특검의 책임도 함께 살펴야 한다.
중대한 헌정질서 침해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검사라면 사건의 정치적 상징성만큼이나 개별 피고인의 행위와 고의를 정밀하게 입증해야 한다. 특검은 8명에 대한 무죄 판결이 헌법재판소와 다른 관련 사건 재판부의 판단에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법원은 개별 피고인에게 국헌문란 목적과 위법성 인식이 있었는지를 따로 판단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판단과 개별 군인의 형사책임은 판단 대상과 법적 요건이 다르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군의 동원에 위헌·위법성이 인정됐다는 사실이 모든 현장 지휘관의 내란 고의까지 자동으로 증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특검은 명령을 내린 사람과 전달한 사람, 실제로 실행한 사람 각각의 책임을 구체적인 증거로 연결해야 한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유죄도 무조건적인 무죄도 아니다. 국가의 형벌권이 정치적 기대가 아니라 증거와 법률에 따라 행사되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의 사법적 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8명의 무죄 판결은 1심 판단이며, 김현태 전 단장의 징역 12년도 항소심에서 다투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무죄를 계엄의 정당성으로 확대하거나 중형을 헌정질서 수호의 상징으로만 소비하는 일이다.
법원은 군 지휘관의 명령 복종과 불법 명령에 대한 책임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특검은 의심을 넘어 증거로 고의를 입증해야 한다. 그리고 항소심은 1심의 판단을 반복하는 자리가 아니라, 제기된 사실관계와 절차적 의문을 다시 검증하는 자리여야 한다. 군은 명령을 따르는 조직이지만 헌법 위에 존재하는 조직은 아니다.
법원 역시 정치적 정당성을 확인해 주는 기관이 아니다. 계엄의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법치의 원칙마저 흔들린다면, 대한민국이 지키려 했던 헌정질서는 또 다른 질문 앞에 서게 된다. 계엄의 진실은 구호로 확정되지 않는다. 유죄도 무죄도 정치적 확신으로 결정될 수 없다. 결국 헌정질서를 지키는 마지막 기준은 권력의 목소리가 아니라 증거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법의 원칙이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2026.10.26 — 김현태 전 707단장 항소심 일정 및 1심 판결 내용.
- 뉴시스, 2026.10.21 — 항소심 보석 신청 기각 및 구속 유지.
- 뉴시스, 2026.8.27 — 1심 징역 12년 선고 및 다른 피고인들의 판결 결과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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