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소음 속에 홀로 남은 전한길… 권력은 무엇에 바쁜가
전한길 씨가 결국 공소청으로 송치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혼외자설과 해외 비자금 의혹,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학력 조작 주장, 5·18 민주화운동의 북한 개입설 등을 유포한 혐의다. 경찰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5·18민주화운동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그의 유튜브 방송과 정치적 주장은 이제 수사기관의 판단을 받게 됐다.
그러나 정작 정치권은 이 사건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는다. 여야는 각자의 정치 일정과 당내 권력 다툼, 특검과 국정조사 문제에 더 분주하다. 한때 정치권을 향해 거친 목소리를 쏟아냈던 유튜버는 어느새 정치적 관심의 중심에서 밀려난 모양새다. 물론 송치가 곧 유죄를 뜻하지는 않는다. 혐의의 성립 여부와 발언의 사실관계는 법적 절차를 통해 가려져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견해가 불편하거나 틀렸다는 이유만으로 제한될 수 없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면허는 아니다. 특히 5·18 북한 개입설처럼 오랜 기간 공적 검증과 반박이 이어진 사안을 단정적으로 주장하는 행위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른다.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사실 확인의 의무를 외면하면, 그 피해는 당사자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를 훼손한다.
그런데 전 씨의 송치 소식이 전하는 또 다른 장면은 정치적 관심의 선택성이다. 대통령 부부와 정부 주요 인사의 여권번호 등이 포함된 공군 1호기 탑승자 명단이 외부에 유출됐다는 의혹은 국가안보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중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대통령의 이동 정보와 주요 인사의 신상정보가 어떤 경로로 외부에 노출됐는지, 누가 접근했고 관리 책임은 어디에 있었는지 규명해야 한다.
야당 대표가 청와대를 비판하는 것은 정치적 역할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은 정쟁의 소재로 소비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유출 경위와 보안 체계의 허점, 책임 소재를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집권여당의 풍경도 다르지 않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김민석 대표의 사과와 눈물, 의원들의 박수가 있었지만 회의장 밖에서는 정청래 의원과 친청계 인사들의 공개 반발이 이어졌다.
신천지의 정치 개입 의혹을 둘러싼 조사 결과 보고가 돌연 취소되면서 지도부 내부의 불신까지 드러났다. 김 대표는 조직적 개입을 우려했지만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고, 정 의원은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공개 사과와 책임을 요구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느 계파가 이겼느냐가 아니다. 종교단체의 정치 개입이라는 중대한 의혹이 제기됐다면, 당내 유불리를 떠나 증거와 조사 결과로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의혹을 제기할 때는 강경하고, 검증을 요구받으면 내부 갈등으로 번지는 정치는 결국 국민에게 피로만 남긴다. 그 와중에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조작 기소 여부를 밝히겠다며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르면 5일 본회의 처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는 추가 의견 수렴을 이유로 속도를 조절했다.
대통령 관련 사건의 수사와 기소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진상을 규명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특검의 범위와 권한, 수사 대상의 독립성, 기존 사법 절차와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도 함께 해소해야 한다. 특히 과거 발의안에 포함됐던 공소취소 권한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던 만큼, 이번 법안이 무엇을 수사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명분이 특정 정치인의 사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수단으로 비치지 않도록 하는 일은 여당 스스로 감당해야 할 책임이다. 이렇게 보면 오늘의 정치에는 서로 다른 사건들이 하나의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허위정보 유포 의혹은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고, 국가 중요 인사의 정보 유출은 철저히 조사해야 하며, 종교단체의 정치 개입 의혹은 증거로 검증해야 한다.
대통령 관련 사건의 조작 기소 의혹 역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객관적 자료와 독립적인 절차로 밝혀야 한다. 문제는 정치권이 사안의 중대성보다 자신의 진영에 미치는 유불리를 먼저 계산한다는 데 있다. 상대의 의혹은 엄중한 범죄로 규정하면서 자기편의 의혹에는 정치적 맥락과 사정을 앞세우는 이중잣대가 반복되면, 법과 제도는 공정성의 기준이 아니라 진영의 무기로 전락한다.
전한길 씨는 이제 수사와 사법 절차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그가 홀로 남았다는 사실이 그의 주장을 정당화하지도, 반대로 정치권의 무관심이 그의 혐의를 입증하지도 않는다. 다만 한 사람의 유튜버가 송치되는 동안 국회와 정당은 서로의 책임을 묻고, 대통령 관련 특검을 추진하고, 국가 보안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인다.
정치가 바쁘다는 이유로 어느 사건도 끝까지 책임 있게 다루지 않는다면, 결국 홀로 남는 것은 전한길 한 사람만이 아니다. 진영의 언어에 지친 시민들, 사실을 확인할 기회를 잃은 국민들, 그리고 정치가 자신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는 믿음마저 잃어가는 대한민국 사회다. 정치가 모든 것을 말하지만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순간, 그 사회는 소음으로 가득 차고 신뢰는 가장 먼저 침묵한다.
참고문헌
- 뉴시스, 「’李 명예훼손·5·18 北 개입설’ 전한길 공소청 송치」, 2026.11.02. 전한길 씨의 송치 사실과 적용 혐의, 경찰 수사 경과.
- 연합뉴스, 「경찰, 李대통령 부부 등 168명 개인정보 유출 내사 착수」, 2026.11.03. 공군 1호기 탑승자 명단 유출과 개인정보 노출, 경찰 내사 착수.
- 경향신문, 「경찰 ‘1호기 탑승자 개인정보 유출’ 내사 착수」, 2026.11.03. 유출 파일의 내용과 온라인 노출 기간, 청와대의 대응 설명.
- 연합뉴스, 「김민석 “반명·신천지 연합 증거 없었다”…정청래 “책임져야”」, 2026.11.03. 민주당 자체 조사 결과 보고 취소, 김민석 대표의 사과와 정청래 의원의 책임 요구.
- 연합뉴스, 「與, 5일 ‘조작기소 특검법안’ 처리 추진…曺국조는 의견 추가수렴」, 2026.11.03. 민주당의 특검법 당론 채택과 본회의 처리 추진,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 논의 조정.
- 대한민국 국방부,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개입설 관련 공식 입장(2013년). 5·18 북한군 개입설에 관한 정부의 기존 공식 입장을 확인할 때 참고할 자료.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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