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판례 논란 고발장으로 경찰 조사까지…“초대형 국정농단”이라던 특검은 출국금지만 하다 왜 수사를 멈췄나. 허위 판례 논란으로 경찰 조사까지…고발은 빠르고, 정의는 느리다? 마지막 종은 누가 울리나. 이번 사건의 진짜 승부는 1억 원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은 각자 다른 종을 울리고 있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던진 말들이 점점 정치적 풍자를 넘어 하나의 법정 밖 승부수가 되고 있다. 박 검사는 지난 27일 경찰에 출석해 국정조사특위의 자신에 대한 고발을 “허무맹랑한 내용”이라고 비판했고, 특히 고발장에 자신과 관련 없는 대법원 판례가 들어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28일에는 한발 더 나갔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에게 사실상 “그 고발이 틀렸다면 1억 원을 걸자”는 공개 내기를 제안했다. 자신의 무죄 또는 불기소 등에 걸고, 서 위원장이 이기지 못하면 지역구 중랑구의 범죄피해자들을 위해 1억 원을 기부하자는 제안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가장 황당한 대목은 ‘1억 내기’가 아니다. 고발장에 인용된 대법원 2009도10645 판결이 실제로는 증인의 선서나 증언거부와 관련된 판례가 아니라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이었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특위는 이 판례를 근거로 “증언거부권은 선서 후 개별 질문에 대해 행사하는 것이지 선서 자체를 거부할 수 없다”는 취지의 논리를 제시했는데, 해당 판결에서는 그런 법리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사를 고발하면서 검찰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판례’부터 정확히 확인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정치적 구호의 문제가 아니라 법률 문서의 기본기 문제다. 더구나 박 검사는 경찰 조사에서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며 법적 조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래서 박상용의 1억 원 내기는 단순한 객기가 아니라 나름의 계산된 승부수로 읽힌다. “지르는 것은 오늘 할 수 있지만 정의를 실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나는 아직 젊으니 끝까지 해볼 수 있다”는 식의 태도는 정치인에게 상당히 불편한 메시지다. 국회의 고발은 당장 사람을 경찰 조사실에 세울 수 있지만, 그 고발의 법률적 정당성이 무너지면 오히려 고발한 쪽이 설명해야 할 시간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물론 1억 원 내기가 법적 판단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법은 내기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적 책임을 묻는 상징으로서는 꽤 강력하다. “내가 틀렸다면 돈을 내놓겠다. 그렇다면 당신도 당신의 고발이 틀렸을 때 책임질 수 있느냐”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그 뒤에 숨어 있다. 박상용 검사를 둘러싼 또 다른 사건에서는 2차 종합특검이 지난 4월 박 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금지까지 했다. 당시 특검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수원지검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가권력에 의한 초대형 국정농단 의심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특검은 이후 약 3개월 동안 박 검사나 관련 참고인을 실제로 조사하지 않았고, 7월 7일 박 검사에 대한 출국금지를 더 연장하지 않으면서 해제했다. 연합뉴스와 YTN 모두 박 검사가 그 기간 동안 한 차례도 조사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특검이 출국금지만 유지하다 해제한 사실을 보도했다.
여기서 정말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초대형 국정농단”은 대체 어디까지 수사된 것인가? 4월에는 국가권력에 의한 초대형 국정농단을 의심한다며 출국금지까지 했는데, 몇 달 뒤에는 제대로 된 피의자·참고인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출국금지를 풀었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당연히 묻게 된다. 출국금지는 수사의 필요성을 전제로 한 강한 기본권 제한인데, 수사는 하지 않고 출국만 막았다면 그 결정의 비례성과 필요성은 누가 설명하는가.
물론 특검이 수사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은 자료를 검토했을 가능성도 있고, 수사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것을 곧바로 “특검의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초대형 국정농단”이라는 표현과 실제 수사 결과 사이의 간극은 설명돼야 한다.
그러니 지금의 장면은 묘하다. 한쪽에서는 “최악의 빌런”이라는 정치적 언어가 나오고, 다른 쪽에서는 “허무맹랑한 고발”, “가짜 판례”라는 반격이 나온다. 서영교 위원장 측은 고발 취지 자체에는 문제가 없고, 박 검사가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다.
판례번호를 다시 확인하고, 고발장의 법률 논리를 공개적으로 검증하면 된다.박 검사가 틀렸다면 박 검사가 책임지면 된다. 반대로 고발장에 실제로 사건과 무관한 판례가 들어갔다면 그것을 작성·검토한 과정 역시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한다. 정치적 고발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누가 더 큰소리를 치느냐’가 아니라 법률 문서가 사실과 법리를 제대로 담고 있느냐다.
결국 이번 사건의 진짜 승부는 1억 원이 아니다. 누가 국정농단을 말했고, 누가 누구를 고발했으며, 그 고발의 근거가 무엇이었고, 왜 거대한 의혹은 실제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는가가 핵심이다. 박상용의 1억 원 내기는 그래서 웃기면서도 묘하게 아프다. 정치인은 오늘 고발장을 던질 수 있고, 특검은 오늘 출국금지를 할 수 있으며, 경찰은 오늘 피의자를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정의는 내일도, 모레도 기록을 남긴다. 박 검사가 말한 것처럼 자신이 아직 젊어서 끝까지 해볼 생각이라면, 이 싸움은 결국 페이스북의 말싸움이나 국회장의 고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서영교 위원장에게 던진 1억 원짜리 내기보다 더 큰 내기는 이미 국민 앞에 놓였다. “초대형 국정농단”이라고 시작한 사건에서, 정작 마지막에 밝혀져야 할 것은 국정농단의 실체인가, 아니면 그 거대한 의혹을 만들어낸 수사의 실체인가.
그런데 이 싸움을 한 단계 더 멀리 바라보면 전혀 다른 질문이 남는다. 서로 다른 세력이 각자의 방식으로 그리고 있는 최종 그림에서, 결국 “종은 누가 울리는가.” 국회는 고발이라는 종을 울리고, 특검은 수사와 출국금지라는 종을 울리며, 경찰은 소환과 조사라는 종을 울린다. 검찰은 기소라는 종을 울리고 법원은 판결이라는 마지막 종을 울린다. 그런데 각각의 종소리가 하나의 거대한 정치적 결말을 향해 동시에 울리고 있다면, 국민은 그 종이 정확히 무엇을 알리는 것인지 물어야 한다.
정권의 책임을 묻는 종인가, 특정 세력을 정치적으로 퇴장시키는 종인가, 아니면 정말 국가권력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종인가. 더구나 서로 다른 세력이 서로 다른 ‘최종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지금 벌어지는 고발·수사·재판은 각각의 승부가 아니라 마지막 장면을 향해 놓인 퍼즐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진짜 승자는 마지막 종소리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그 종이 울린 뒤 무엇이 남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쪽일 것이다.
참고 자료
- 박상용 검사 경찰 출석 및 ‘허무맹랑한 고발’ 주장: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는 2026년 8월 27일 국회 국정조사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혐의 등으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했다. 그는 고발 내용이 “허무맹랑하다”며 조사 없이 각하돼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 ‘2009도10645’ 판례 논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고발장에는 대법원 2009도10645 판결이 증인 선서 거부와 관련된 판례인 것처럼 인용됐지만, 확인 결과 해당 사건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으로 선서·증언거부와 무관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 때문에 고발장의 법률 검토 과정과 작성 경위를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단순한 사건번호 오기인지, 아니면 고발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잘못된 판례가 들어간 것인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 ‘AI가 작성한 것 아니냐’는 논란: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해당 판례 인용의 오류를 두고 AI의 이른바 할루시네이션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다만 실제로 국회가 AI를 사용해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사실은 확인된 것이 아니므로, “AI 작성 의혹” 정도도 나오는 상황이다.
- 박상용 검사에 대한 2차 종합특검의 출국금지: 2차 종합특검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의 진술 회유·조작기소 의혹 및 대통령실의 수사 개입 의혹과 관련해 박상용 검사를 수사 대상으로 삼았고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그러나 2026년 7월 특검은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않았고, 박 검사는 이를 두고 3개월 동안 자신에 대한 조사나 문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 ‘초대형 국정농단’ 표현: 당시 특검은 대통령실의 수원지검 수사 개입 의혹을 ‘초대형 국정농단’ 의심 사건으로 표현했다. 따라서 “국정농단이 없었다”고 단정하기보다, “그렇게 거대한 의혹을 제기했다면 실제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가”를 묻는 방식이어야 바람직하다.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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