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감정 북한 지뢰였다면, 대북정책도 건너야 한다 — DMZ 발목에서 멈춰선 ‘평화공존’
결국 DMZ의 지뢰가 하나의 정치적 질문을 던졌다. 합동참모본부는 2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감정 결과를 토대로 이번 폭발 원인이 아군 지뢰가 아닌 것은 확실하며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사고 지역에는 우리 군의 지뢰 매설 기록이 없고, 인근에서 2025년 9월 북한군의 지뢰 매설 흔적이 발견됐다는 설명도 나왔다.
다만 아직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바로 이 ‘매우 높다’와 ‘확정됐다’ 사이의 한 칸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 한 칸을 빼더라도, 대한민국의 안보정책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 하나는 이미 드러났다. DMZ에서 우리 장병들이 북한군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에 희생될 가능성이 현실로 떠오른 것이다. 더욱 주목할 것은 강신철 국방부 장관의 말이다.
북한이 최근 매설한 지뢰로 최종 확인될 경우 “합당하고 상당한, 거기에 상응하는 대응과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말은 원론적이지만, 정치적으로는 결코 가벼운 표현이 아니다. 2015년 북한 목함지뢰 도발 당시 우리 군은 북한 소행을 확인한 뒤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북한의 포격에 포병 대응사격까지 이어졌다. 물론 지금 같은 조치를 반복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북한이 실제로 군사적 행위를 했다면 평화공존이라는 정책적 언어만으로 그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방부가 ‘상응 조치’를 언급한 순간, 공은 다시 정치권으로 넘어왔다. 이 대목에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은 시험대에 오른다.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와 긴장 완화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한반도에서 충돌을 막기 위한 대화의 통로는 필요하다.
그러나 대화와 억지는 서로 반대말이 아니다. 상대방의 군사적 행동을 정확하게 규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응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대화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이번 사건이 북한군의 최근 매설 지뢰로 최종 판명된다면, 정부로서는 ‘평화를 원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도발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메시지도 동시에 내놓아야 한다. 평화의 언어가 안보의 언어를 지워버리는 순간, 평화정책은 오히려 취약해질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지뢰 폭발 사고가 아니다.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다. 북한이 지뢰를 매설했다면 그것이 단순한 유실인지, 군사분계선을 넘어 의도적으로 매설한 것인지부터 밝혀야 한다. 후자라면 정전협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역시 북한군 지뢰일 경우 유실인지 고의적 매설인지가 핵심 쟁점이며, 군사분계선을 넘어 고의로 매설했다면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점을 짚었다.
결국 ‘북한이 그랬느냐’만큼이나 ‘어떻게 그곳까지 왔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평화공존을 말하려면 오히려 이 질문을 더 정확하게 해야 한다. 더 난감한 것은 사건 초기 군의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군은 안전 문제와 현장조사의 특수성을 이유로 조사에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지만, 사고 이후 한동안 “조사 중”이라는 답변이 반복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늑장 조사와 은폐 논란까지 제기됐다.
이데일리는 실제로 현장조사 준비 자체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군이 그 과정을 초기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강신철 장관도 은폐나 고의적인 지연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서 정부가 배워야 할 것은 단순하다. 안보 문제에서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위험 그 자체보다 위험을 숨기고 있다는 의심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적 선택이다. 야권에서는 벌써 대북확성기 재개 등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철수 의원도 북한 지뢰로 확인될 경우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떤 대응이 적절한지는 별도의 문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야권의 강경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반대로 대화 기조를 지키기 위해 사건의 의미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따지고, 군사적 억지력을 유지하면서도 불필요한 확전을 막는 대응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다. 북한 지뢰가 확인된다고 해서 곧바로 대북정책 전체가 폐기돼야 하는 것도 아니고, 대화정책을 유지한다고 해서 북한의 군사행동에 침묵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DMZ에 터진 것은 지뢰 하나만이 아니다. ‘평화를 말하면 평화가 온다’는 기대와 ‘평화를 지키려면 힘과 원칙도 필요하다’는 현실 사이의 간극이 함께 폭발했다.
아직 북한군 지뢰라는 최종 판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합참이 ‘북한군 지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 순간부터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새로운 질문이 생겼다. 북한에 대화를 제안하는 것과 북한의 군사행동에 책임을 묻는 것은 양자택일인가. 평화공존을 추진하면서도 군사적 억지를 강화할 수 있는가. 그리고 북한이 실제로 우리 장병을 위협하는 행위를 했다면 정부는 어디까지 단호해질 것인가.
DMZ의 지뢰는 아직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것이 던진 정치적 질문은 이미 땅 위로 올라왔다. 이제 이재명 정부가 답해야 할 차례다. 어쩌면 이번 지뢰 사건은 수면 아래 있던 ‘대북 안보’라는 현실을 강제로 수면 위로 끌어올린 사건인지도 모른다. 평화를 말하는 동안 국방의 존재감이 희미해졌다면, 북한의 군사적 행동은 그 빈자리를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일깨운다.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한 유화적 메시지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유화책은 상대가 받아들일 때 비로소 정책이 되고 상대가 군사적 행동으로 응답하면 그 순간부터 다시 억지의 언어를 준비해야 한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북한군 지뢰 여부가 최종 확인된다면 그 대가는 분명히 따져야 한다. 북한이 강경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만 평화의 언어를 반복한다고 해서 북한의 계산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결국 이재명 정부가 마주한 것은 ‘평화냐 강경이냐’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평화를 지키기 위해 국방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복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강신철 국방장관 역시 북한의 최근 매설 지뢰로 최종 확인될 경우 “합당하고 상당한, 거기에 상응하는 대응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 대응과 조치는 김정은에게 어떤 형태여야 할까.
참고문헌
- 한겨레, 2026.09.28, 「[속보] 합참 “DMZ 폭발 사고, 북한군 지뢰 가능성 매우 높아”」— 국과수 1차 감정 결과, 아군 지뢰가 아니라는 판단과 북한군 지뢰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합참의 공식 발표. 사고 지점 인근 북한군 지뢰 매설 흔적 및 최종 확인 시 상응 조치 방침도 보도.
- 연합뉴스, 2026.09.28, 「강신철, ‘北 지뢰 확인 시 대응’ 묻자 “상응하는 조치할 것”」— 강신철 국방부 장관의 북한 지뢰 최종 확인 시 “합당하고 상당한, 거기에 상응하는 대응과 조치” 발언 및 현장조사·투명한 설명 방침.
- 연합뉴스, 2026.09.28, 「DMZ 사고 ‘미폭발 지뢰 목격’ 증언…현장조사서 스모킹건 찾을까」— 사고 현장 인근에서 북한군 목함지뢰 등과 유사한 미폭발 지뢰를 봤다는 장병 진술과 현장조사 진행 상황.
- 연합뉴스, 2026.09.21, 「서부전선 DMZ 수색 중 지뢰 추정 폭발사고…부상자 3명 발생」— 9월 21일 사고의 최초 발생 경위와 부상자 3명, 북한 매설 가능성이 당시에는 확인되지 않았던 상황 및 과거 북한 목함지뢰 사건과의 맥락.
- 연합뉴스, 2026.09.28, 「軍, 국방위에 “北지뢰로 추정하는 부분…결과 종합해 말할 것”」— 국회 국방위원들의 현장 방문과 군 당국의 북한 지뢰 추정 관련 보고 및 종합조사 필요성.
- 파이낸셜뉴스, 2026.09.28, 「DMZ 폭발에 與 “남북 평화 공감대↑” 野 “대북굴종”」— DMZ 사고를 계기로 여야가 대북·안보정책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는 정치적 상황. 다만 이는 정당의 주장·평가로 구분해 참고할 필요가 있음.
- 시대일보, 2026.09.28, 「’목함지뢰와 비슷’ 북한 지뢰 가능성…’11년 전과 달라’」— 북한 지뢰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2015년 목함지뢰 사건과 현재 정부의 대북정책 환경을 비교한 보도.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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