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개헌 로드맵 전격 발표…걸림돌은 정말 제거됐나
더불어민주당이 드디어 개헌의 시간표를 꺼내 들었다. 9월 20일 출범한 민주당 개헌추진단은 내년 상반기까지 여야 합의안을 만들어 국민투표에 부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김민석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개헌을 통한 연임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혔다며 “야당이 제기하는 걸림돌도 명확히 정리됐다”고 선언했다. 추진단 역시 연말까지 국민적 공감대와 개헌안 마련에 집중하고, 내년 3~4월까지 합의안을 만드는 일정을 제시했다.
그런데 여기서 첫 번째 정치적 역설이 생긴다. 민주당은 걸림돌이 제거됐다고 하는데 국민의힘은 아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헌의 문은 열렸지만, 열쇠를 쥔 쪽의 생각은 아직 같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이 이번에 가장 공들여 제거하려는 것은 역시 ‘이재명 연임 개헌’이라는 의심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민주당이 개헌을 하려면 이 대통령의 연임 불가 선언부터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히 제한돼 있다’는 설명에도 국민의힘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답답할 만하다. 대통령이 연임 의사가 없다고 밝혔는데 또 무엇을 더 증명하라는 것이냐는 반문이다. 그러나 야당의 의심을 단순한 말꼬리 잡기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헌법 제128조는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이 그 개헌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법적으로는 이미 장치가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개헌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신뢰의 문제가 별도로 존재한다. 더 흥미로운 것은 민주당이 이번에는 개헌을 ‘원포인트’로 가져가지 않겠다고 사실상 선언했다는 점이다. 5·18을 비롯한 민주화 역사를 헌법 전문에 담는 문제, 국민의 기본권과 사회권적 권리 확대, 삼권분립과 지방분권, 선거·정당제도 개선, 권력구조 개편까지 한꺼번에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1987년 체제를 단순히 손질하는 수준을 넘어 ‘다음 대한민국의 운영체제’를 다시 설계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1987년 헌법이 만들어진 지 약 40년이 지났고 저출생·고령화·수도권 집중·기후변화·AI 전환 등 당시에는 헌법 의제로 상정하기 어려웠던 문제가 등장했다는 민주당의 문제 제기도 일정한 시대적 배경을 갖는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려워진다.
전문 하나를 고치는 것과 권력구조·기본권·선거제도까지 건드리는 것은 전혀 다른 크기의 정치적 협상이다. 특히 김민석 대표가 개헌을 ‘민생 개헌·국민통합 개헌’에서 더 나아가 ‘연속집권 성공’의 역사와 연결한 대목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역사를 소환하고 이재명 정부의 ‘국정 성공·개헌 성공·국민통합 성공·연속집권 성공’을 한 묶음으로 언급한 순간, 개헌은 순수한 헌법 논의를 넘어 집권세력의 정치적 역사와 맞닿게 된다.
물론 이것이 곧 연임 개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야당이 의심하는 정치적 동기를 불식시키려면 오히려 이런 대목일수록 더욱 신중해야 한다. 헌법을 바꾸자는 정치세력이 다음 선거를 이야기하는 순간, 야당이 계산기를 꺼내 드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로드맵의 진짜 승부처는 국민의힘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대화해 보면 개헌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또 국민의힘도 과거 개헌특위 등을 통해 개헌 방향을 논의한 전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장동혁 지도부가 보여준 태도는 ‘개헌 자체 반대’라기보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개헌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불신에 가깝다. 장 대표는 8월에는 이 대통령의 개헌 언급을 ‘야당 갈라치기’라고 비판했고, 9월에도 연임 불가 선언을 요구했다. 따라서 민주당이 정말로 ‘걸림돌 제거’를 말하려면 이제 공을 국민의힘 코트에 던져놓고 끝내서는 안 된다.
그럴 것이 아니라, 야당이 우려하는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대통령 권한, 국회 권한을 구체적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더구나 개헌은 기자회견으로 끝나는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헌법상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지만, 국회 의결에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고 이후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의석 우위를 갖고 있다고 해도 개헌선은 별개의 문제다. 결국 국민의힘의 협조 없이는 국회 통과부터 쉽지 않다. 그래서 ‘내년 상반기 국민투표’라는 로드맵은 야심찬 시간표인 동시에 여야 협상이 얼마나 빨리 진행되느냐에 달린 정치적 시험표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말하는 ‘걸림돌 제거’가 실제 정치적 합의로 이어질지는 이제 말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참여할 수 있는 개헌안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이번 개헌 추진단 출범은 헌법을 바꾸겠다는 선언보다 정치권에 던진 시험지에 가깝다. 민주당은 “대통령 연임이라는 의심은 사라졌으니 이제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고 한다. 국민의힘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맞선다. 이 간극을 메우는 방법은 서로 상대방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개헌의 내용을 공개하고 하나씩 합의하는 것뿐이다.
5·18과 부마항쟁을 헌법 전문에 넣는 문제, 기본권과 사회권 확대, 지방분권, 삼권분립, 선거제도, 권력구조까지 무엇을 바꿀 것인지 국민 앞에 펼쳐놓고 국민의힘과 다른 야당, 시민사회가 함께 논의하면 된다. 개헌은 대통령의 약속만으로도, 여당 대표의 로드맵만으로도 완성되지 않는다. 국회의 3분의 2와 국민투표라는 두 개의 문을 동시에 통과해야 한다.
그러니 이제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민주당이 말한 ‘걸림돌 제거’가 끝난 것인가, 아니면 이제부터 진짜 걸림돌을 제거해야 하는 것인가. 개헌의 시계는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아직 헌법은 한 글자도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민주당이 말하는 ‘걸림돌 제거’ 앞에 놓인 더 뜨거운 문제는 어쩌면 대통령 연임이 아니라 5·18의 헌법 전문 수록일 수 있다. 김민석 대표는 이미 5·18과 부마항쟁을 헌법 전문에 넣는 것을 개헌의 출발점으로 제시했고,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5·18을 수용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다.
반면 야권과 일부 보수 성향 사회단체에서는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5·18의 역사적 평가와 헌법 전문 수록 문제, 그리고 5·18 유공자 개인의 신상·보훈정보 공개 문제는 서로 다른 사안이다. 실제로 최근에도 정치인 이름이 들어간 이른바 ‘5·18 유공자 명단’이 온라인에서 확산됐지만, 언론 팩트체크 결과 일부는 실제 유공자였고 일부는 유공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개헌을 진짜 국민통합의 과정으로 만들려면 이 논쟁을 ‘5·18을 인정하느냐 부정하느냐’라는 진영 대결로만 몰아갈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합의와 보훈 대상자의 개인정보 보호, 국민의 알 권리 사이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지까지 정면으로 논의해야 한다. 민주당이 말하는 ‘걸림돌 제거’가 정말 완성되려면 바로 이 지점에서 국민의힘과 야권이 납득할 수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김민석 “대통령, 개헌 걸림돌 정리…연속집권 성공의 길 갈 것”(종합)」, 2026.09.20. — 민주당 개헌추진단 출범, 5·18·부마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권력구조 개혁, 내년 상반기 국민투표 추진 및 김민석 대표의 ‘걸림돌 제거’ 발언.
- JIBS 제주방송, 「민주당 “5.18 헌법 전문에”…내년 상반기 개헌 국민투표 추진」, 2026.09.20. — 민주당 개헌추진단의 구체적 로드맵과 5·18·4·19·부마항쟁, 기본권 확대, 지방분권 등의 개헌 의제.
- 뉴스1, 「민주, 개헌 국민투표 내년 상반기 목표…김민석 “대통령, 개헌 걸림돌 정리”」, 2026.09.20. — 내년 3~4월 합의안 마련, 총선과 거리를 둔 국민투표 추진 등 추진단의 일정과 전략.
- 채널A, 「‘상반기 개헌 국민투표’ vs ‘국면전환용’」, 2026.09.20. — 민주당 개헌 추진에 대한 야권의 반응과 정치권의 상반된 해석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
- 대한민국헌법, 국가법령정보센터.
- — 개헌 절차와 대통령 임기 관련 헌법 규정 확인. 특히 개헌안의 국회 의결 및 국민투표 절차를 검토하는 법적 기준 자료. 국가보훈부, 「5·18민주유공자에 대한 보훈혜택 내용은 무엇인지」.
- — 5·18민주유공자의 법적 범위와 보훈 지원 제도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 5·18민주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09.08 시행.
- — 5·18민주유공자와 유족·가족의 법적 범위 및 관련 제도 확인.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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