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반기] “정청래도 탄핵하라”… 이원택 공천 강행이 부른 민주당 내전
민주당의 심장부라 불리던 전북에서 반기가 터졌다. 그것도 국민의힘을 향한 반기가 아니다. 민주당 내부를 향한 반기다. 구호는 거칠었다. “정청래 사퇴하라.” “정청래 탄핵하라.” 심지어 “윤석열도 탄핵했는데 정청래는 왜 탄핵하지 못하느냐”는 식의 분노까지 터져 나왔다. 이쯤 되면 단순한 공천 잡음이 아니다. 전북 지방선거판이 민주당 중앙당 권력, 친청계 공천, 지역 민심의 자존심이 충돌하는 내부 전쟁터로 변한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로 확정된 이원택 의원이 있다. 이 의원은 전북지사 경선 과정에서 ‘제3자 식사비 대납 의혹’에 휘말렸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정읍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청년 간담회에 이 의원이 참석했고, 당시 식사·음주 비용 70여만원을 전북도의회 김슬지 의원이 대신 결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금액은 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 법인카드, 즉 업무추진비로 처리됐고 나머지는 개인카드로 결제됐다는 내용까지 보도됐다. 이 의원 측은 자신과 수행원 식비는 별도로 냈다며 의혹을 부인했고, 김슬지 의원 측도 해명을 내놨지만 논란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청래 대표는 이 의혹이 불거지자 윤리감찰단에 긴급 감찰을 지시했다. 그런데 당 윤리감찰단은 이후 이 후보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도됐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더 커졌다. 이원택 의원은 결국 안호영 의원을 누르고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로 확정됐다. 조선일보는 이 의원을 ‘친청’, 즉 친정청래계로 분류하며, 밥값 대납 의혹에도 경선에서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의혹은 정리되지 않았는데 공천은 강행됐고, 그 순간 전북 당심은 폭발하기 시작했다.
안호영 의원은 경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이원택 후보의 식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재감찰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갔고, 뉴시스는 안 의원이 12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선에서 진 후보가 단식까지 한다는 것은 단순한 불복 선언을 넘어 “이 공천은 정당하지 않다”는 정치적 항의다.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가 보통 선택하는 길은 승복 또는 침묵이다. 그런데 안 의원은 단식을 택했다. 그만큼 전북지사 경선 후폭풍이 컸다는 뜻이다.
더 큰 불씨는 김관영 전북지사 사례와의 대비다. 김관영 지사는 대리운전비 명목의 현금 제공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됐고, 법원에 제명 효력 정지 가처분 등을 신청했지만 기각된 것으로 보도됐다. 반면 이원택 후보의 식사비 대납 의혹은 당 감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처리되고 후보 확정까지 이어졌다. 그러자 지역에서는 “누구는 대리비로 제명, 누구는 식사비 의혹에도 공천이냐”는 불공정 논란이 커졌다. 공천의 잣대가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인식이 생기면, 그때부터 문제는 법리가 아니라 정치적 신뢰의 문제로 바뀐다.
정치 풍자적으로 보면, 민주당 전북 공천판은 완전히 역설적이다.
민주당은 늘 검찰과 권력을 향해 “공정한 잣대”를 외쳤다.
그런데 자기 공천판에서는 “잣대가 왜 이렇게 고무줄이냐”는 항의가 터진다.
대리비는 중징계, 식사비 의혹은 감찰 종료.
현직 지사는 제명, 친청계 후보는 본선행.
이런 그림이 만들어지면 아무리 중앙당이 절차를 말해도 지역 당원들은 묻는다.
“절차가 공정한가, 아니면 공정해 보이도록 포장된 것인가.”
여기서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 문제가 정면으로 떠오른다. 정 대표는 이원택 후보를 지역구를 잘 챙기는 인물로 평가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고, 결과적으로 이 후보 공천 과정의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위치에 섰다. 특히 이원택 후보가 친청계로 분류되면서, 이 공천은 단순한 후보 선택이 아니라 정청래 대표의 당내 기반 관리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공천은 언제나 권력의 언어다.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자르느냐는 당 대표가 당을 어떻게 운영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전북에서 터진 “정청래 탄핵” 구호는 법률적 탄핵이 아니라, 당심이 대표의 공천권을 향해 던진 정치적 탄핵장이다.
이 사태의 밑바닥에는 민주당의 오래된 공천 병이 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내 편 살리기, 반대편 죽이기” 논란이다. 예전에는 친명과 비명 구도였다면, 지금은 친청과 비청 구도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공천의 기본 문법은 비슷하다는 비판이다. 친한 사람은 의혹이 있어도 살고, 불편한 사람은 작은 흠도 치명상이 된다. 이 논리가 당원들에게 설득되지 않으면, 강한 지역 기반도 순식간에 균열이 간다.
전북은 민주당에게 단순한 지역이 아니다.
민주당이 어려울 때도 지지해준 뿌리이자, 전국 선거의 정통성을 떠받치는 상징 지역이다.
그런 전북에서 중앙당을 향해 “사퇴하라”, “탄핵하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큰 경고다.
호남 민심은 한 번 등을 돌리면 오래 기억한다.
그리고 호남의 분노는 항상 조용히 시작되지만, 터질 때는 중앙당 전체를 흔든다.
물론 이원택 후보 측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며, 최종 법적 판단이 나온 것은 아니다. 중앙일보 계열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원택 의원의 식사비 대납 의혹과 허위사실 공표 의혹을 병합 수사하고 있고, 앞서 부안 지역구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따라서 단정은 금물이다. 그러나 선거판에서 수사의 결론보다 먼저 작동하는 것은 민심의 판단이다. 유권자는 판결문이 나오기 전에 이미 질문한다. “왜 이 사람은 살리고, 저 사람은 죽였나.”
정청래 대표가 직면한 진짜 위기는 법적 의혹 자체보다 이 질문이다.
김관영은 왜 제명됐나.
이원택은 왜 공천됐나.
안호영은 왜 단식까지 갔나.
전북 당원들은 왜 중앙당을 향해 분노했나.
이 네 가지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민주당은 본선에서 이겨도 상처를 안고 간다. 그리고 그 상처는 지방선거 이후 당권 경쟁, 대선 구도, 계파 재편의 불씨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 사태는 결국 정청래 대표가 만든 정치적 시험대다.
그가 말하는 개혁은 공정한가.
그가 휘두르는 공천권은 원칙적인가.
그가 보호하는 사람과 버리는 사람의 기준은 같은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정청래 탄핵”이라는 구호는 현장의 일회성 분노가 아니라 민주당 내부 권력투쟁의 시작 신호가 될 수 있다.
풍자적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민주당은 밖으로는 검찰개혁을 외치고, 안으로는 공천감찰을 한다.
밖으로는 공정한 세상을 말하고, 안으로는 친한 사람 살리기 논란에 휩싸인다.
밖으로는 탄핵의 정의를 말했는데, 안에서는 당원들이 대표 탄핵을 외친다.
이보다 더 날카로운 정치 패러디가 있을까.
전라도의 반기는 아직 선거 결과가 아니다. 그러나 이미 정치적 사건이다.
전북의 공천 갈등은 단순한 도지사 후보 논란이 아니라, 민주당 중앙당이 호남을 어떻게 대하는지, 계파 권력이 공천을 어떻게 쓰는지, 그리고 지역 당심이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결론은 하나다.
이원택 공천은 끝났지만, 전북의 분노는 끝나지 않았다.
정청래 대표는 후보 한 명을 지켰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민주당의 심장부에 금이 갔다.
참고문헌
- 중앙일보, 「김관영 제명 다툼 속…이원택도 ‘식사비 대납’ 의혹, 전북지사 경선 ‘진흙탕’」, 2026.4.7.
- 서울신문, 「진흙탕 싸움된 민주당 전북지사 경선, 쟁점은 제삼자 기부행위」, 2026.4.12.
- 조선일보, 「與 전북지사 후보 ‘친청’ 이원택 확정」, 2026.4.11.
- 뉴시스, 「안호영, ‘식사비 대납 의혹’ 이원택 재감찰 요구하며 12일째 단식」, 2026.4.22.
- 중앙일보, 「이원택 사무실·車블박 압수수색…경찰 ‘식비 대납 의혹’ 강제수사 착수」, 2026.4.15.
- 중앙일보, 「경찰, 이원택 의원 ‘식사비 대납·허위사실 공표’ 의혹 병합 수사」, 2026.4.19.
- 중앙일보,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 이원택 선출…안호영 ‘경선 무효’ 김관영 ‘무소속 출마 고민’」, 2026.4.10.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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