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트럼프, 한반도서 본격 격돌하나…모스 탄·스타벅스·배재고까지 번진 ‘미중 대리전’의 그림자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묘한 장면을 만들고 있다. 올해 1월 첫 정상외교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고, 이후 유럽 G7 외교를 거쳐 7월 24일부터 8월 3일까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를 잇는 7박 11일 순방에 나섰다. 따라서 이를 단순히 ‘친중 순방’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실제 이번 미국 방문에서는 앤트로픽·오픈AI·엔비디아 등 미국 AI 기업들과 연쇄 회동했고, 샌프란시스코 AI 선언까지 내놨다. 그러나 문제는 서울이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서 어떤 전략적 좌표를 택하고 있느냐다. 이재명 정부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강조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AI·반도체·조선·원자력·방산·공급망을 놓고 사실상 패권경쟁을 벌이는 시대에 ‘양쪽 모두와 잘 지내겠다’는 외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에도 경제·안보 부담의 분담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한미관계는 과거처럼 선언만으로 관리하기 어려워졌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와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가 앞으로 어디에서 충돌할지가 진짜 관전 포인트다.
그 충돌의 국내 정치적 상징으로 떠오른 인물이 바로 모스 탄이다. 탄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어린 시절 소년원에 수감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미국에서 공개적으로 제기했고, 이 내용은 이미 국내에서 허위사실로 판명된 주장이다. 경찰은 처음 미국에서 한 발언에 대해서는 공소권이 없다고 각하했지만,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경찰은 국내외 발언을 묶어 정보통신망법 및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탄 교수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고, 출국정지도 연장했다. 탄 교수 측은 이에 반발해 출국정지 취소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여기에 탄 교수가 ‘중국의 한국 부정선거 개입’ 주장까지 제기하면서 사건은 단순한 대통령 개인의 명예훼손 사건을 넘어섰다. 미국에서 활동했던 한국계 법학자가 한국 대통령을 둘러싼 허위정보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한국 경찰이 이를 수사하는 장면 자체가 한미관계의 민감한 경계선에 올라온 것이다. 그렇다고 탄 교수의 주장을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볼 근거는 없다. 바로 이 구분이 중요하다. 개인의 정치적 주장이 미국의 국가정책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주장이 한국 사회의 강한 보수층과 결합하면서 정치적 파급력을 갖는 것 또한 현실이다.
스타벅스의 이른바 ‘탱크데이’ 논란은 또 다른 폭발점이다.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마케팅에 사용했다는 논란이 발생했고, 경찰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을 대상으로 한 고발 사건을 수사했다. 서울경찰청은 압수수색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실제로 경찰은 6월 8일 스타벅스코리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그러나 여기서 정확히 짚어야 한다. 압수수색이 실시된 것이 아니라 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반려됐다. 경찰은 신세계그룹 감사팀장을 조사하고 자체 감사자료도 제출받았지만, 강제수사 여부와 적용 법리를 놓고 난항을 겪었다.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커피 브랜드 논란이 아니다. 기업의 마케팅 표현 하나가 역사 인식, 5·18의 법적 보호, 표현의 자유, 기업 경영진의 책임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논쟁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이 논란을 둘러싼 보수·진보의 대립은 다시 미국과 한국의 정치문화 차이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기업의 실수와 역사적 모욕을 처벌하는 문제는 법률의 영역이어야 하지만, 그것이 정치적 진영을 가르는 ‘충성 테스트’로 변하는 순간 사법의 신뢰는 오히려 약해진다.
배재고 야구부 사건 역시 같은 문제를 보여준다.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 지역 비하성 응원구호가 논란이 됐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배재고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이병태 부위원장이 이를 비판하며 5·18의 ‘성역화’를 문제 삼았고,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경고하면서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졌다. 이 사안을 ‘학생 2명 중징계’라고 단순화하면 안 된다. 현재 확인되는 핵심 징계는 학교 야구부에 대한 출전정지이며, 관련 학생·지도자 개인에 대한 추가 심의는 별도로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고교생의 무분별한 응원 구호를 어디까지 징계할 것인가, 역사적 비극을 조롱하는 표현을 어디까지 법적으로 제한할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청소년의 표현행위와 교육적 책임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이 문제가 곧바로 ‘5·18을 인정하느냐 마느냐’, ‘보수냐 진보냐’, ‘친미냐 반미냐’의 싸움으로 확장된다. 아이들의 야구 응원석까지 거대한 이념전쟁의 전선으로 만들어버리는 순간, 한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는 이미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한 것이다.
이 모든 장면 위에 미셸 스틸이라는 새로운 미국의 얼굴까지 등장했다. 스틸 후보자는 6월 17일 미국 상원에서 찬성 55표, 반대 39표로 인준됐고, 한국 정부 역시 이미 아그레망을 부여했다. 1년 5개월 이상 이어진 주한 미국대사 공백이 사실상 끝난 것이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스틸이 전통적인 직업외교관이 아니라 공화당 출신 정치인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서울신문은 그의 부임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직선적 외교’ 가능성을 전망했다. 그렇다면 스틸의 서울 부임을 ‘멸공 대사’라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한국에서 어떤 형태로 구현될지 지켜봐야 한다. 미국은 한국에 단순히 북한 억제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조선·반도체·AI·원자력·방산·핵심광물·공급망까지 동맹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반대로 이재명 정부는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포기할 수 없다는 현실을 갖고 있다. 결국 스틸 대사의 등장은 ‘반공 대 친공’의 상징이라기보다 미국 중심의 자유세계 공급망과 중국 중심 경제권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 워싱턴의 새로운 질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금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단순히 ‘이재명 대 트럼프’로 보는 것도 부족하다. 더 정확한 표현은 ‘미중 전략경쟁이 한국 정치의 내부 균열을 통해 표출되기 시작했는가’일 것이다. 중국 국빈방문, 미국 AI 협력, 모스 탄 수사와 출국정지, 부정선거 의혹, 스타벅스·신세계 수사 논란, 배재고 5·18 논쟁, 그리고 미셸 스틸 대사의 등장까지 서로 직접 연결된 사건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들이 하나의 정치적 공간에서 소비되는 방식은 분명히 연결돼 있다. 한쪽은 이를 ‘반미·친중·좌파 세력의 확장’으로 보고, 다른 쪽은 ‘극우·반중·친미 세력의 공세’로 받아들인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이 진영전쟁의 소용돌이에 들어가는 순간 외교와 사법과 교육과 기업의 영역까지 모두 정치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와 이재명이 실제로 충돌한다면 그것은 말싸움 때문이 아니라 관세·투자·조선·방위비·주한미군·대중국 정책 같은 구체적인 국익의 충돌에서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 한국 내부에서 이미 ‘친미냐 친중이냐’라는 진영전선이 과열돼 있다면 대통령의 외교적 선택 하나가 곧 국내 정치의 폭발점이 될 수 있다. 지금 한반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미중 갈등 자체가 아니다. 미중 갈등이 한국 사회의 내부 갈등과 결합해 ‘누가 대한민국 편인가’를 서로 심판하는 정치로 변하는 것이다. 그 순간 이재명 정부의 진짜 시험대가 열린다. 외교는 국익으로 버티고, 사법은 증거로 버티며, 정치는 헌법으로 버틸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하반기 대한민국은 미중 패권경쟁의 관찰자가 아니라 그 충돌이 직접 통과하는 전장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이재명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이재명 대통령 미국·남미 순방 및 샌프란시스코 AI 협력
- 연합뉴스 — 모스 탄 관련 경찰 송치 및 수사 경과
- 연합뉴스 — 스타벅스 ‘탱크데이’ 수사 및 압수수색 영장 반려 경과
- 연합뉴스 — 신세계그룹 감사팀장 조사 및 압수수색 검토
- 서울신문 — 배재고 야구부 6개월 출전정지 징계
- 서울신문 — 배재고 논란과 5·18 ‘성역’ 논쟁
- 연합뉴스 —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 인준 및 한국 아그레망
- 서울신문 —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 인준과 외교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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