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은 누구에게 등을 돌렸나…정부인가, 북한인가, 아니면 안보 현실인가
미중 태평양 제1차 도련선 4개국 안보협의에서 빠진 한국, 헤그세스의 조건부 전작권, 그리고 군인의 언어로 돌아온 국방장관. 강신철 장관의 발언을 정부에 대한 배신으로 볼 근거는 아직 없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정치적 목표와 군사적 현실이 충돌할 때 국방부가 무엇을 기준으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국방장관의 연설문에 없던 한 문장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제1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준비된 연설문을 수정했다. 북한이 원산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했다는 보고를 받은 직후였다. 그는 현장에서 연설문에 문장을 추가했다. “오늘 바로 이 시각에도 북한은 미사일을 다수 발사하면서 한반도와 역내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단순한 의례적 발언이 아니었다. 지난달 군사분계선 남쪽에서 발생한 북한 지뢰 폭발로 우리 군 장병들이 다친 사건도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자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남북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북한의 군사행동을 국제사회 앞에서 분명하게 지적한 것이다.
정부의 언어와 군인의 언어는 같아야 하는가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강 장관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벗어난 것인가, 아니면 군인으로서 자신의 본분으로 돌아온 것인가. 이재명 정부는 남북 간 긴장 완화와 대화 채널 복원을 강조해 왔다. 강 장관 역시 남북 군사당국 회담에 북한이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므로 그의 발언을 정부 정책에 대한 반기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대화가 평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의 무력행동을 침묵으로 덮는다고 긴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대화를 제안하는 것과 도발을 도발이라고 부르는 것은 양립할 수 있다. 오히려 국방장관이라면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외교가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일이라면 국방은 그 문 뒤에서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한국은 1차 도련선 안에 있으면서 왜 그 회의에 없었나
이번 회의에서 더욱 주목할 대목은 한국이 빠진 4개국 안보협의다. 미국의 피트 헤그세스 장관은 일본의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호주의 리처드 말스 국방장관, 필리핀의 길베르토 테오도로 국방장관과 별도의 협의를 진행했다. 이른바 ‘스쿼드(Squad)’로 불리는 협의체다. 일본 규슈와 오키나와에서 대만을 거쳐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1차 도련선의 방어와 역내 안보협력이 주요 의제였다.
그런데 그 지리적 안보 구도 안에 있는 한국은 참석하지 못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국방부는 초청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빠진 이유를 특정 국가의 의도나 한국 정부의 외교적 선택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이 인도태평양 안보협력의 구체적인 틀을 짜는 자리에서 한국이 제외됐다는 사실은 가볍지 않다. 한국은 한반도 방위만으로 인도태평양 안보를 설명할 수 없는 국가다. 그렇다면 한국의 전략적 위치는 어디에 있는가.
헤그세스가 보여준 원칙, 전작권은 정치 일정이 아니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중요한 신호가 나왔다. 이재명 정부는 임기인 2030년 이전, 가능하면 더 이른 시점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정치적 일정에 맞춘 조기 전환보다 합의된 군사적 조건의 충족을 강조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은 세 단계의 능력 검증을 거치는 조건에 기초한 절차다.
현재 핵심 쟁점은 한국군 주도의 미래연합군사령부가 완전운용능력(FOC)을 갖췄는지에 대한 검증이다. 한국 측은 필요한 평가를 마쳤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측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변화 등을 고려해 검증 기준과 조건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전작권은 구호로 환수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 주권의 문제인 동시에 국가의 생존을 책임질 군사적 능력의 문제다. 헤그세스가 강조한 조건부 접근은 바로 이 지점에 놓여 있다.
한미동맹의 이상과 현실 사이
더욱 눈여겨볼 부분은 회담 이후의 풍경이다. 한미 양측은 당초 예상됐던 올해의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내년 초로 미루고, 12월 워싱턴에서 별도의 국방장관 회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 국방부는 헤그세스가 전작권 전환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 측은 한국과의 회담에 관해 별도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물론 공식 발표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한미동맹의 균열을 단정할 수는 없다. 강 장관은 30일 귀국 후 헤그세스가 동맹 갈등 보도를 두고 ‘가짜뉴스’라고 말했다며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담의 형식과 일정, 발표의 차이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맹은 사진 한 장이나 공동성명 한 줄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위협에 대한 공동 인식, 군사적 능력, 전략적 신뢰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강신철의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의 기준이다
강 장관이 4개국 협의에서 제외된 데 대한 불만 때문에 북한을 강하게 비판했다는 해석도 가능성의 영역에서 제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정부에 대한 배신이라는 해석 역시 성급하다. 오히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강 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지뢰 사건을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알렸다는 점이다.
국방장관은 정부의 정책 방향을 존중해야 하지만, 군사적 위협을 정치적 수사에 맞춰 축소해서는 안 된다. 대북 대화는 정부의 선택이지만, 북한의 미사일은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평화를 추구하는 정부일수록 안보의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해야 한다. 군의 전문적 판단이 정치적 기대와 다를 때 그것을 불편한 목소리로 취급한다면 국가안보의 기준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에 충성하는 군대인가, 국가에 충성하는 군대인가
강신철 장관은 누구에게 등을 돌린 것인가. 이재명 정부인가, 북한인가, 아니면 정치적 언어와 안보 현실 사이의 간극인가. 이번 일을 개인의 배신이나 돌연한 변심으로 규정하기보다는 국방장관의 책무가 무엇인지 묻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군은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며, 국방은 특정 정부의 정치적 성과를 위한 수단도 아니다. 정부가 바뀌어도 국가의 안보는 계속되어야 한다.
전작권 환수도 마찬가지다. 자주국방은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고, 군사적 능력과 책임을 감당할 준비로 증명된다. 남북 대화도 필요하고 한미동맹도 필요하며, 역내 안보협력에서 한국의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는 일도 필요하다. 어느 하나를 다른 하나의 대가로 삼을 수는 없다.
군인은 정부에 충성하는가, 국가에 충성하는가. 그리고 정부는 그 차이를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강신철 장관의 연설문에 추가된 한 문장은 어쩌면 이재명 정부가 답해야 할 더 큰 질문을 남겼다.
참고문헌
- 대한민국 국방부 (2026.10.29), 「강신철 국방부장관 제1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참가」. 공식 보도자료.
- 국방부 공식 자료2. 연합뉴스 (2026.10.29), 「남북 군사회담 제안 엿새만에…北, 탄도미사일 10여발 무력시위」.
- 북한 미사일 발사 보도3. 조선일보 (2026.10.30), 「美 주도 제1도련선 회담, 한국은 없었다」.
- 제1도련선 4개국 회담 분석4. 연합뉴스 (2026.10.29), 「美·日·호주·필리핀 ‘스쿼드’ 국방장관 회의…방위협력 강화」.
- 스쿼드 회의 보도5. 연합뉴스 (2026.10.28), 「한미 국방장관, SCM은 내년초 개최키로…전작권 전환 적기에」.
- 한미 국방장관 회담6. 대한민국 정책브리핑·국방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 및 3대 조건 설명.
- 전작권 전환 공식 설명7. 일본 방위성 (2026.10.29), 「Minister of Defense Koizumi’s Participation in the 13th ASEAN Defense Ministers’ Meeting Plus」.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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