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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참군인’ 다른 평가…명령인가 헌법인가, 시험대 오른 강신철-홍준표 충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전직 군 지휘부 5명에 대한 중형 선고를 두고 “명령에 죽고 사는 그들을 내란범으로 몰고 가는 세상이 과연 바른 세상인가”라고 물었다. 계엄을 기획하고 실시한 극소수만 처벌하고 나머지는 전역으로 끝낼 수 없었느냐는 주장이다. 질문 자체는 가볍지 않다. 군대는 명령체계로 움직이는 조직이고, 하급자가 상급자의 명령을 매번 정치적·법률적으로 재판한다면 군의 지휘체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의 문제 제기는 바로 그 오래된 군대의 딜레마를 건드린다.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군대가 군대일 수 있는가. 그러나 청문회에서 나온 다른 답변은 그 질문에 다른 선을 긋는다. 강신철 국방장관은 ‘참군인’의 기준을 결국 헌법과 국가·국민을 지키는 것에 두었다. 군인이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원칙은 인정하면서도 “어떤 경우에도 따라서는 안 되는 명령”이 존재하며, 그 기준을 군 교육에서 명확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취지다.

군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명령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결국 두 견해의 충돌은 ‘복종이냐 항명이냐’가 아니다. 군인이 최종적으로 복종해야 할 대상이 상관의 명령인가, 헌법과 법률인가라는 문제다. 여기서 아렌트가 기록한 아이히만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논리가 소환된다. 청문회에서도 바로 이 지점이 언급됐다. 물론 나치의 국가범죄와 12·3 계엄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과 윤리의 질문은 남는다. “나는 명령을 받았으니 책임이 없다”는 논리가 군인의 책임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는가. 반대로 모든 군인에게 현장에서 상관의 명령을 법률가처럼 심사하라고 요구한다면 군 지휘체계 자체가 작동하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무제한적인 복종도, 무제한적인 명령심사권도 아니다. 복종해야 할 명령과 거부해야 할 명령의 ‘마지노선’을 제도적으로 분명히 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1심 판결에서 법원이 판단한 것은 단순히 “상관의 명령을 수행했다”는 사실 하나가 아니었다. 서울중앙지법은 국회와 중앙선관위에 병력을 투입하고 정치인 체포조를 운영한 행위 등을 유죄로 판단했고, 일부 지휘관에 대해서는 계엄의 목적과 위법성을 사전에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특히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는 계엄 준비 과정에서의 역할과 정치인 체포 지시 등이 양형 사유로 제시됐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단순히 ‘명령에 복종한 말단 군인들을 처벌했다’고만 규정하면 재판부가 인정한 구체적인 행위와 지휘책임의 문제를 놓치게 된다. 그렇다고 홍준표의 질문을 법정 밖으로 밀어낼 수도 없다. 오히려 이번 사건이 군에 남겨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장교가 대통령이나 장관, 상급 지휘관으로부터 헌법과 법률에 명백히 충돌하는 명령을 받았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국회 봉쇄, 선관위 장악, 정치인 체포처럼 민주적 헌정질서의 핵심기관을 대상으로 한 명령이라면 어디에서 ‘복종의 의무’가 ‘거부의 의무’로 바뀌는가. 이 기준을 사후 형사재판에서만 판단하게 해서는 부족하다. 군인에게 평소부터 가르치고, 지휘관에게 책임을 묻고, 하급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까지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참군인’이라는 말도 이제 감상적인 훈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를 참군인이라고 부르는 순간 그 반대편에는 누군가를 ‘거짓 군인’으로 규정하는 위험도 생긴다. 참군인의 기준을 사람의 평판이나 정치적 진영이 아니라 행동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명령을 잘 수행했다고 참군인인 것도 아니고, 명령을 거부했다고 자동으로 참군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헌법과 법률을 수호해야 할 군인이 그 경계를 어떻게 인식했고, 어떤 명령을 받았으며,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실행했는가가 판단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명령에 충실한 군인’과 ‘헌법에 충실한 군인’이라는 두 표현이 서로 다른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법적·군사적 기준으로 정리될 수 있다. 결국 홍준표의 질문과 청문회 답변 가운데 어느 한쪽을 간단히 ‘정답’이라고 선언하는 것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홍준표는 군의 명령체계가 무너질 위험을 묻고 있고, 청문회 답변은 헌법에 반하는 명령까지 복종해서는 안 된다는 한계선을 묻고 있다.

두 질문 모두 군대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12·3 사건이 남긴 숙제는 더욱 선명하다. 군인은 상관의 명령을 수행하는 사람인 동시에 헌법을 수호할 책임을 가진 국가기관의 구성원이다. 따라서 진짜 문제는 “명령에 따랐으니 죄가 없는가”가 아니라 “그 명령이 어디에서부터 군인의 복종 의무를 벗어났는가”다. 그 선을 제대로 긋지 못한 군은 명령만 남고, 그 선을 정치적으로 그어버린 군은 헌법을 잃는다.

12·3 이후 대한민국 군이 만들어야 할 것은 ‘누가 참군인이었는가’라는 훈장이 아니라, 어떤 명령 앞에서 군인이 멈춰야 하는지를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만큼 명확한 헌법적 기준일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강신철의 청문회 발언이 뜨거운 논쟁을 만든다. 강 장관은 ‘참군인’의 기준을 국가와 국민, 헌법 수호에 두면서, 질문이 김현태 전 707특수임무단장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게 닿자 사실상 “그들은 군인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답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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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태는 12·3 당시 707부대를 이끌고 국회에 투입됐지만, 이후 공개된 증언에서는 자신이 받은 임무를 국회 봉쇄로 이해했다고 설명했고, 법원은 그의 국회 진입과 병력 운용 등에 대해 형사책임을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김용현 역시 법정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군인의 사명을 강조해 왔다. 그렇다면 묘한 장면이 만들어진다. 한쪽에서는 명령을 수행한 김현태를 ‘참군인’의 표상으로 보고, 다른 쪽에서는 국가와 국민을 강조한 김용현의 군인론을 말하며, 강신철은 두 사람 모두를 참군인의 범주에서 밀어낸다.

같은 군복을 입고도 ‘군인’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서로 달라진 셈이다. 그래서 홍준표의 “명령에 죽고 사는 군인을 내란범으로 몰아서야 되겠느냐”는 질문과 강신철의 “그것은 참군인이 아니다”라는 답변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합쳐진다. 군인의 충성 대상은 상관의 명령인가, 헌법인가. 여기에 김현태와 김용현이라는 서로 다른 사례가 놓이면서 논쟁은 더욱 복잡해진다.

김현태를 둘러싸고는 상관의 명령에 따른 군인의 책임이라는 문제가, 김용현을 둘러싸고는 최고 지휘부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군인이라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실제로 어떤 결정을 했는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따라서 ‘참군인’이라는 말만으로 누구를 성인군자로 만들거나 반대로 누구를 군인 자격조차 없는 사람으로 밀어낼 일도 아니다. 말이 아니라 명령의 내용, 명령을 받은 위치, 당시 인식할 수 있었던 위법성, 실제 행동, 그리고 그 결과를 하나씩 따져야 한다.

결국 강신철의 단호한 답변이 던진 가장 큰 역설은 이것이다. 홍준표가 말하는 ‘명령에 복종하는 군인’과 강신철이 말하는 ‘헌법을 지키는 참군인’ 사이에서, 대한민국 군은 이제 그 경계선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번 위기에서 군인은 또다시 “명령을 따르라”와 “헌법을 지키라” 사이에서 어느 목소리가 진짜 명령인지 묻게 될 수밖에 없다.

이제 강신철 장관에게 ‘참군인’의 정의는 곧 현실의 시험대에 오른다. 특히 지금 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는 그 첫 시험처럼 보인다. 군은 유엔사 현장조사를 위한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 사고가 났다고 밝혔고, 강 장관은 현재로서는 북한 지뢰인지 우리 지뢰인지, 매설인지 유실인지 단정할 수 없다며 “증거를 토대로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명령과 자신의 헌법적 판단이 충돌하는 순간 강 장관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대통령의 명령이 곧 헌법의 명령은 아니다. 반대로 장관 개인의 판단 역시 헌법 그 자체가 될 수 없다. 지금 강 장관 앞에는 MDL 사건에 대한 사실 규명과 유엔사 조사 문제라는 구체적인 현실이 놓여 있다. 유엔사 조사를 받아들이는 것이든, 우리 군의 독자적 조사를 우선하는 것이든, 중요한 것은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 군사협정과 작전 원칙에 따라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를 국민과 군 앞에 설명할 수 있느냐다.

청문회에서 “김현태·김용현은 군인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던 그에게 이제 진짜 질문이 돌아온다. 참군인은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군인인가, 헌법에 충성하는 군인인가. 그리고 그 답을 강신철 장관 자신이 실제 명령권을 행사하는 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는가.

참고자료

  • 홍준표, 계엄 군 지휘부 중형 비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2026년 9월 24일 SNS에서 “명령에 죽고 사는 군인들을 내란범으로 몰고 가는 것이 바른 세상인가”라며 전직 군 지휘부 5명의 실형 선고를 비판했다. 그는 상급자 명령에 대한 하급자의 심사권과 향후 군 통수체계의 혼란 가능성을 문제로 제기했다.
  • 12·3 계엄 관련 군 지휘부 1심 판결: 서울중앙지법은 2026년 9월 21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징역 18년,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15년,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12년,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10년,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국회·선관위 등에 대한 병력 투입 등을 판단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강신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참군인의 기준을 헌법과 국가·국민 수호에 두고, 군인의 복종 의무에도 넘지 말아야 할 ‘마지노선’이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관련 청문회 영상에서는 김현태 전 707특임단장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둘러싼 ‘참군인’ 기준에 대한 후보자의 단호한 답변이 확인된다.
  • 강신철 후보자 부동산 관련 청문회 쟁점: 청문회에서는 강 후보자 본인과 가족의 부동산 관련 의혹이 검증됐으며, 강 후보자는 철거민 보상 절차는 정당했다고 설명하면서도 가족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부분에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DMZ 지뢰 추정 폭발 및 유엔사 현장조사: 9월 21일 서부전선 DMZ에서 수색로 개척 중 지뢰 추정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군은 해당 작업이 MDL 인근 지형 변화와 북한의 지뢰 매설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유엔사 현장조사에 앞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군은 북한 지뢰인지 아군 지뢰인지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 강신철 장관의 사고 이후 대응: 강신철 장관은 9월 23일 부상 장병들을 찾아 치료와 지원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과 현장조사는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므로, 향후 조사 결과와 국방부의 대응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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