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사퇴가 남긴 것 — 이재명 정부와 김민석 대표에게 돌아온 ‘인사 청구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후보직을 내려놓았다.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지 불과 14일 만이다. 용 후보자는 1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감사와 송구의 뜻을 밝히면서도,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않으니 “결단해달라”는 뜻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형식은 자진 사퇴였지만 정치적으로는 여권이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인사가 됐다는 의미가 강하다. 청와대 역시 “국정과 민생에 미칠 부담을 줄이고자 후보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사퇴가 용혜인 한 사람의 거취로 끝날 것인가 하는 데 있다. 애초 용 후보자 인선은 이재명 정부가 범여권·진보진영을 아우르는 통합의 메시지를 던지려 했던 카드로 해석됐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 문제, 기본소득당 운영을 둘러싼 이른바 사당화 논란, 과거 행보와 도덕성 논란이 겹치면서 통합의 상징이 오히려 인사 검증 논란의 상징으로 뒤집혔다. 특히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논란은 단순한 개인의 자격 문제를 넘어 ‘정치적 특혜와 공정성’이라는 훨씬 민감한 문제로 번졌다.
여기서 더욱 뼈아픈 숫자가 등장한다. 한국갤럽의 9월 2주차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8%, 부정평가는 51%였다. 취임 후 처음으로 30%대에 내려앉은 것이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부정 평가 이유에서 인사가 16%로 뛰어올랐다는 점이다. 부동산 정책 24%에 이어 두 번째였다.
용혜인 후보자 지명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61%로 적절하다는 13%를 크게 웃돌았다. 물론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용혜인 한 사람에게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인사가 국정평가의 독립적인 악재로 부상했다는 사실만큼은 무겁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당대표 선거에서 ‘당정 일치’를 강조했고, 취임 후 3개월 안에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정치적 목표까지 내걸었다. 그런데 개각 직후 당대표가 가장 먼저 받은 시험지는 정책도, 개혁입법도 아닌 ‘누구를 지킬 것인가, 누구에게 물러나라고 할 것인가’였다.
김 대표는 용혜인 문제에서는 “국민의 여러 목소리나 판단은 그 자체로 존중하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고, 이후 당 안팎의 의견을 종합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반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며 “지킬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방어했다.
이 온도 차이는 앞으로 김민석 대표에게 꽤 긴 그림자를 남길 수 있다. 용혜인에게는 ‘국민 눈높이’를 이유로 사실상 퇴로를 열어주면서 김승원에게는 강력한 방어막을 치는 순간, 인사 검증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두 후보자의 논란 성격과 정부 정책상의 역할이 다르다는 반론은 가능하다. 하지만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논리적 차이만이 아니라 국민이 받아들이는 일관성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인사 문제가 부정 평가의 주요 이유로 떠오른 시점이라면, 김 대표가 어느 후보자를 지키고 어느 후보자를 정리하는지가 곧 당정의 판단 기준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용혜인 사퇴는 야당에게 상당히 편리한 정치적 프레임을 남겼다. 야권은 처음부터 용 후보자와 김승원 후보자를 이재명 정부 2기 개각의 핵심 낙마 대상으로 묶어 공격해왔다. 용혜인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정부·여당은 일단 한 개의 불씨를 제거했지만, 역설적으로 “결국 문제가 있었던 인사를 대통령이 지명했고 여당이 뒤늦게 수습했다”는 공격을 받을 여지도 생겼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이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사를 위해 검증과 인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단순한 후속 인선 약속이 아니라,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검증 시스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사실상 인정하고 다시는 같은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결국 용혜인의 사퇴가 남긴 가장 큰 후폭풍은 ‘한 명의 장관 후보자가 물러났다’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 시스템이 국민의 눈높이를 얼마나 정확하게 읽고 있는지, 그리고 김민석 대표가 당정 일치를 ‘대통령의 인사를 무조건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대통령에게도 민심을 전달하는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용혜인은 떠났지만 인사청문회라는 정치적 계산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김민석 대표의 진짜 시험일 수 있다. 용혜인을 정리했다고 끝난 것이 아니라, 왜 용혜인이 처음부터 그 자리에 올라갔는지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가장 비싼 비용은 잘못된 인사 한 명의 퇴장이 아니라, 그 인사를 가능하게 만든 판단의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참고문헌 / 참고자료
- 연합뉴스, 「용혜인 사퇴에 급변한 청문 정국…여야, 김승원 놓고 ‘2라운드’」, 2026.09.13.
- 연합뉴스, 「김민석, 龍에 자진사퇴 권유…“국민 눈높이·정서 부합 못 해”」, 2026.09.13.
- MBC, 「용혜인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 14일 만에 자진사퇴…“여당서 결단 의사 전달받아”」, 2026.09.13.
- 한겨레21, 「용혜인 성평등부 장관 후보 사퇴…“오늘 내려놓는다”」, 2026.09.13.
- 머니투데이, 「“지킬 것” vs “국민 눈높이”…與, 김승원 지키고 용혜인 버리기?」, 2026.09.11~13.
- 한국경제, 「‘용혜인은 결단, 김승원은 지킨다’…민주당 대응 온도 차」, 2026.09.13.
- 문화일보, 「김민석 “볼수록 잘된 인사…김승원 지킬 것”」, 2026.09.11.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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