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격 사진보다 무거운 질문…이재명·안규백 정부는 6·25를 어떤 전쟁으로 기억하는가
6·25 전쟁 76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의 풍경은 묘한 대비를 이뤘다. 대통령은 연평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고 직접 소총과 기관총을 잡았다. 서북도서 경계작전 현황을 보고받고, 북한 해안포 진지와 NLL 인근 해역을 살폈다. 이재명 대통령은 K2C1 소총과 K15 경기관총 실탄 사격을 했고, K9A1 자주포에 탑승해 K-6 중기관총 조준도 시연했다. 중국 어선의 NLL 인근 진입 문제를 두고도 단속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 장면만 놓고 보면 대통령의 안보 행보다. 그러나 논란은 대통령이 총을 쐈느냐, 몇 발을 맞혔느냐에 있지 않다. 연평도는 군 통수권자의 안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배경이 아니다. 2010년 북한의 포격으로 해병대 장병과 민간인이 희생됐고, 지금도 북한 해안포와 장사정포 위협이 맞닿아 있는 최전선이다. 국민과 장병들이 보고 싶었던 것은 사진 한 장의 강인함이 아니라, 이 정부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관한 분명한 답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25일 제76주년 6·25전쟁 기념식에서 “강력한 국방력으로 국민과 영토를 지키고, 전쟁이 일어날 걱정도, 싸울 필요도 없는 진정한 평화의 한반도를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리고 비정규군 공로자를 포상한 점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6·25의 본질은 추모와 예우만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6·25는 평화가 선의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역사다. 침략을 막지 못하면 국가가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억지력이 무너지면 국민의 일상이 얼마나 빠르게 파괴되는지를 보여 준 전쟁이다.
그래서 지금 군 안팎에서 제기되는 불안은 과장된 감정이 아니라 정책 신호의 누적에서 출발한다. 북한은 군사분계선 북쪽 비무장지대에서 철책을 설치하고 지뢰를 매설하며 도로를 정비하는 등 전선 요새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이 활동을 두고 유엔군사령부와 한국 국방부의 해석이 공개적으로 엇갈렸다. 유엔사는 최근 북한의 철책 설치와 지뢰 매설, 도로 보수 등이 군사분계선 이북에서 이뤄지고 중화기 반입을 수반하지 않는 한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반면 국방부는 북한의 장애물 설치가 안보 위협이며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평가를 유지해 왔다.
국민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 북한이 비무장지대를 사실상 국경선처럼 굳히고, 철책과 지뢰로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작업을 하는데 그것이 위반인지 아닌지조차 한목소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법리적 해석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군사적 현실은 별개다. 전선의 물리적 장벽이 강화되고, 우발 충돌 위험이 커지고, 상대가 장기 대치에 유리한 지형을 만드는 상황이라면 대한민국은 국민에게 그것이 어떤 위협이고 어떤 대비가 필요한지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전선의 긴장과 국내 국방정책의 변화가 한꺼번에 겹쳐 보인다는 데 있다. 방첩사령부 해체 및 기능 개편, 접경지역 군사시설 규제 완화, 민통선 조정, 후방 경계 업무의 민간 활용 가능성 논의 등이 각각은 저마다의 정책 논리를 가질 수 있다. 불법 정치 개입을 끊기 위한 방첩 기능 재설계도 필요할 수 있고, 접경지 주민의 재산권과 생활권을 보장하는 일도 미룰 수 없다. 병력 감소 시대에 반복적 경계업무를 기술과 민간 자원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국방은 정책을 개별 항목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다. 군은 하나의 조직이 아니라 전쟁이 났을 때 즉시 작동해야 하는 국가의 마지막 안전장치다. 방첩의 공백, 경계의 공백, 지휘의 공백, 동맹 조율의 공백은 평시에는 보이지 않다가 위기 때 한꺼번에 드러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개편의 명분이 아니라, 그 개편 이후에도 전시 지휘체계와 경계 태세, 정보 방어 능력, 장병의 사기가 오히려 더 강해지는가이다.
후방 경계의 민간 위탁 논란도 이 관점에서 봐야 한다. 민간 경비 인력이 평시 시설 보안과 단순 감시 업무에 참여하는 것과, 전시에도 지속되어야 하는 군 경계 임무를 떠받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군인은 법과 명령 체계, 동원 체계, 작전 지속성 안에서 움직인다. 민간 인력은 계약과 고용 관계 안에서 움직인다. 전쟁이나 대규모 도발, 장기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계약 인력이 어느 수준까지 위험을 감수하고 임무를 지속할 수 있는지, 이탈·파업·인력 공백이 생겼을 때 누가 어떤 방식으로 즉시 대체하는지, 지휘권은 어디까지 작동하는지에 대한 답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
민통선 북상과 군사시설 규제 완화도 마찬가지다. 주민 재산권 침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는 정당하다. 국방부 역시 작전 영향 평가와 경계펜스, 감시 장비 등 보완책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접경지 정책은 “완화”라는 말 자체가 강한 정치·군사적 신호가 된다. 북한이 철책과 지뢰, 전술도로로 전선을 굳히는 시점이라면 대한민국은 왜 경계 공간을 조정하는지, 작전상 어떤 안전장치를 마련했는지, 유사시 어떤 방식으로 즉시 통제권을 회복하는지까지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군 내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이를 모두 정치적 반발로 치부하는 것은 위험하다. 군은 정치적 구호보다 명확한 임무와 일관된 국가 메시지에 의해 움직인다. 장병들이 듣고 싶은 것은 “평화가 중요하다”는 당연한 선언만이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드론 전력 고도화, DMZ 요새화, 서북도서 위협, 중국 어선과 해양 경계 문제 앞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포기하지 않을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 약속이다.
6·25를 기념하는 날, 대통령이 연평도에서 총을 잡은 장면은 상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상징은 정책을 대신하지 못한다. 총을 쏜 사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총을 든 장병들이 국가가 자신들의 임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일이다. 군 통수권자와 국방장관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이벤트가 아니라, 전쟁 억지와 전시 대비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일관된 국방 철학이다.
6·25는 과거형이 아니다. 한반도는 아직 평화협정이 아닌 정전협정 위에 서 있다. 북한이 전선을 굳히는 동안 대한민국이 해야 할 일은 경계와 방첩, 정보와 지휘, 동맹과 장병 사기를 한꺼번에 강화하는 것이다. 국민이 묻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이재명·안규백 정부는 6·25를 단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으로 기억하는가. 아니면 언제든 대비하지 않으면 반복될 수 있는 전쟁으로 기억하는가.
참고문헌
- 세계일보, “이 대통령, 연평도 부대 방문…실탄 사격 및 현장 시찰”, 2026년 6월 24일. 대통령은 연평부대에서 K2C1 소총·K15 경기관총 실탄 사격과 K9A1 자주포 탑승 조준 시연을 했고, 서북도서 경계 현황을 보고받았다.
- MBC 뉴스데스크, “이 대통령, 첫 6·25 기념식 참석…강력한 국방력으로 평화의 한반도”, 2026년 6월 25일. 대통령은 강한 국방력과 참전유공자 예우 확대를 언급했으며, 기념사에서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 한겨레, “유엔사, ‘북 정전협정 위반’ 국방부에 ‘아니다’ 공개반박…DMZ 관할권 신경전”, 2026년 6월 24일. 유엔사와 국방부 사이의 북한 철책·지뢰 매설 관련 정전협정 해석 차이를 다뤘다.
- 국방부, “국군방첩사령부 해체 및 기능 개편(안) 발표”, 2026년 6월 10일. 방첩사 조직과 기능 재편의 정부 공식 발표 자료.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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