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종합특검이 180일간의 수사를 마치고 24일 최종 결과를 내놨다. 3대 특검이 남긴 의혹을 이어받은 이번 특검은 152건을 접수해 126건을 처리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를 포함해 모두 58명을 재판에 넘겼다. 7명은 구속기소됐고, 결론을 내리지 못한 46건은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이첩됐다. 180일이라는 역대급 수사기간에 최대 271명 규모, 약 98억 원의 예산까지 투입된 대형 수사였다.
그러니 국민이 최종 결과문을 받아들고 기대한 것은 단순한 ‘기소 숫자’가 아니다. 어떤 혐의를 어떻게 입증했고, 어떤 사건은 왜 입증하지 못했으며, 무엇이 남았는지를 법률적으로 정확하고 명료하게 설명하는 국가 수사기관의 성적표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성과와 별개로 문서 곳곳에서 기본적인 오류가 쏟아졌다. 이쯤 되면 질문이 바뀐다. 180일과 100억 원에 가까운 국민 세금을 투입한 특검이 마지막 37쪽짜리 보고서의 교정·검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인가.
가장 상징적인 것이 ‘피고인’과 ‘피의자’의 혼동이다. 최종 보고서는 나승민 전 방첩사 신원보안실장을 ‘피고인’이라고 적었지만, 특검은 그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라면 법적 지위는 피의자 상태로 사건이 종결된 것이므로 ‘피고인’과는 다르다. 이것은 단순히 한 글자를 잘못 친 오탈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형사절차에서 피의자는 수사 대상이고, 피고인은 검사의 공소제기로 재판을 받는 사람이다.
국가가 사람의 형사법적 지위를 설명하는 공식 수사결과문에서 이 둘을 뒤바꿨다면 최소한 법률 용어에 대한 최종 검수 체계가 작동했는지는 물어볼 수 있다. 더욱이 특검은 법률전문가들이 모인 특별수사기관이다. 일반 언론 기사에서라면 정정할 수 있는 오류도, 수사기관의 공식 결과보고서에서는 무게가 달라진다. 그 문서를 근거로 검찰·법원·국회·언론과 국민이 후속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두 개의 오탈자로 끝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국토교통부를 ‘국가교통부’로, 수도방위사령관을 과거 명칭인 ‘수경사령관’으로 표기했고, 합동참모본부를 ‘함동참모본부’로 두 차례 잘못 적었다.관련자 이름인 ‘문연철’을 ‘문영철’로 표기한 사례도 확인됐다. 여기에 청탁금지법의 정식 명칭과 다른 표현을 사용하거나, 형법상 죄명인 ‘공무상비밀누설’을 ‘공무상기밀누설’로 잘못 적은 사례도 있었다.
특검법의 제정·개정 관계, 제22대 총선을 제24대 총선으로 표기한 부분까지 거론됐다. 이것들을 모두 ‘오타’라고 뭉뚱그리기에는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 기관명, 사람 이름, 법률명, 죄명, 선거 명칭, 법적 지위까지 서로 다른 층위에서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문서 작성 과정에서 사실 확인과 법률 검수가 몇 단계로 이뤄졌는지가 오히려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물론 여기서 특검의 수사 자체를 전부 무용론으로 몰아가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이번 특검은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의 특혜 의혹, 무자격 업체인 21그램 관련 의혹, 행정안전부 예산 전용 의혹, 감사원 관련 의혹 등을 수사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를 비롯한 58명을 재판에 넘기는 성과를 냈다. MBC 역시 관저 이전 특혜 의혹과 우방국에 계엄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보낸 의혹 등에서 수사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오류가 있으니 수사 결과도 틀렸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수사 결과의 실체적 판단과 결과문서의 품질은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그래서 더 엄격해야 한다. 수사 결과가 중요한 만큼 그 결과를 기록하는 문서도 정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검이 수십 명을 기소했다는 사실과 최종 보고서에 법률·기관명 오류가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은 동시에 참일 수 있다. 그리고 후자의 문제는 전자의 성과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
더구나 이번 특검은 모든 의혹을 끝낸 것도 아니다. 152건 가운데 126건을 처리했지만 46건은 국가수사본부로 넘겼고, YTN은 특검 스스로도 6개월짜리 수사만으로 모든 내란 관련 의혹에 마침표를 찍기 어렵다며 후속 특별수사본부 필요성을 제언했다고 전했다. 즉 이번 결과는 ‘모든 진실이 밝혀진 최종 판결문’이 아니라, 상당수 사건을 기소하고 일부는 후속 수사기관에 넘긴 수사의 한 단계 종료 보고서에 가깝다.
그렇다면 더욱더 보고서는 냉정하고 정확해야 한다. 기소한 사건은 무엇이 입증됐는지, 불기소·이첩한 사건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앞으로 무엇을 수사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남겨야 한다. 그런데 그 문서에서 기본적인 기관명과 법률용어가 흔들린다면 국민은 자연스럽게 더 큰 질문을 하게 된다. “이 문서에서 우리가 믿어야 할 부분과 다시 확인해야 할 부분은 어디까지인가?”
그래서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설마 무료 버전 AI를 돌려 작성한 것 아니냐”는 식의 조롱은 풍자로서는 꽤 강력하다. 물론 특검이 생성형 AI로 최종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증거는 없다. 따라서 그렇게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하지만 이 풍자가 웃기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오늘날 생성형 AI에게도 법률 문서를 맡길 때는 사실관계 검증과 인간 전문가의 최종 감수가 필수이다.
한데 정작 국가의 특별수사기관이 만든 공식 문서에서 피의자와 피고인, 법률명과 죄명, 기관명과 인명, 제정일과 개정일을 혼동했다면 “AI가 작성했느냐”보다 “AI보다도 못한 검수 시스템이었느냐”라는 역설적인 질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책임은 AI가 질 수 없다. 보고서에 서명하고 국민 앞에 결과를 발표한 사람과 조직이 책임져야 한다. 이 풍자는 특검을 조롱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전문가 조직이라면 전문가답게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역설적 질책으로 사용해야 한다.
결국 2차 종합특검의 진짜 평가는 기소한 사람 숫자만으로도, 보고서의 오탈자만으로도 끝나서는 안 된다. 180일, 약 98억 원, 최대 271명이라는 거대한 국가 자원을 투입한 수사기관이 무엇을 밝혀냈고 무엇을 밝히지 못했으며, 그 판단을 얼마나 정확하게 기록했는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특검은 분명 여러 의혹에서 성과를 냈다. 그러나 그 성과가 클수록 문서의 오류는 더 아쉽다. ‘피고인’을 ‘피의자’로, ‘국토교통부’를 ‘국가교통부’로, ‘합동참모본부’를 ‘함동참모본부’로 적은 것이 단순한 오타라면 왜 20여 곳이나 반복됐는지 설명해야 한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특검의 완벽함이 아니다. 틀렸다면 무엇이 틀렸는지 인정하고 바로잡고, 누가 검수했는지 밝히고, 같은 오류가 다시 나오지 않을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이번 특검이 남긴 가장 불편한 질문은 “누구를 기소했느냐”가 아닐지도 모른다. 100억 원에 가까운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가 수사기관의 최종 성적표에조차 빨간 줄을 그어야 한다면, 우리는 과연 그 수사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는가.이 질문에는 정치적 진영이 아니라 특검 스스로 답해야 한다.
참고자료
서울신문 단독 보도가 이번 논평의 핵심 근거다. 2차 종합특검이 8월 24일 배포한 37쪽짜리 최종 수사 결과 문건에서 20여 곳의 오류가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 나승민 전 방첩사 신원보안실장 → ‘피고인’ 표기, 실제는 기소유예로 피의자 상태
- 신용해 전 법무부 교정본부장 → 기소일 8월 12일·8월 7일 혼재, 실제 8월 7일
- 이은우 전 KTV 원장 → 기소일을 8월 19일로 표기, 실제 8월 11일
- 문연철 → 문영철
- 국토교통부 → 국가교통부
- 수도방위사령관 → 수경사령관
- 합동참모본부 → 함동참모본부
- 청탁금지법 관련 죄명 → ‘부정청탁방지법 위반’
- 공무상비밀누설 → 공무상기밀누설
- 특검법 제정일과 개정일 혼동
- 제22대 총선 → 제24대 총선
- 방첩사 기관 변천 관계 설명 오류 등이 확인됐다. 서울신문 — ‘함동’참모본부, ‘국가’교통부…2차특검 수사 발표문 곳곳에 오류…이 자료 하나만으로도 이번 논평의 ‘20여 곳 오류’ 부분은 충분히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180일·약 98억 원·최대 271명: 2차 종합특검은 2026년 2월 25일부터 8월 23일까지 180일간수사했다. 법정 최대 인력은 271명, 배정 예산은 약 98억 원으로 보도됐다. 머니투데이 — 180일 동안 100억 쓴 종합특검, 핵심 의혹 다시 경찰로, 이 부분은 제목의 “180일·100억”이라는 표현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58명 기소와 46건 경찰 이첩: 특검은 총 152건을 접수해 126건을 처리했고 58명을 재판에 넘겼다. 반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주요 사건들은 국가수사본부로 넘어갔다. 보도에 따라 46건이 경찰로 이첩됐다는 점이 이번 논평에서 특검 성과와 한계를 함께 평가하는 근거가 된다. 법률신문 — 180일 수사한 종합특검, 주요 사건 도로 경찰행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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