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오만한 권력자”라는 유시민 vs “어떤 피고인이 대법관을 고르나”라는 이준석…이재명 권력의 경계선을 묻다

이재명 대통령이 뜻밖의 ‘동네북’이 됐다. 그것도 야당의 공격만이 아니다. 범여권 논객으로 분류돼온 유시민 작가가 “1년간 대통령이 보인 모습은 오만한 권력자의 모습”이라고 직격했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아예 대통령의 사법적 이해충돌 문제를 겨냥해 “어떤 형사 피고인이 감히 자신을 재판할 대법관을 고르나”라고 공격했다. 유시민의 비판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김민석 후보를 측면 지원했다는 논란과 대통령의 당 장악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 작가는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자신이 선택해 세우려는 것은 왕정·귀족정으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준석의 공격은 대법관 인사와 향후 이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연결한다. 이 대통령의 재판은 헌법상 대통령 재임 중 형사소추가 제한되면서 절차가 정지된 상태이고, 이준석은 향후 재판을 맡게 될 대법관 인사에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여기서 먼저 물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시민에게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런 강도의 비판을 받아야 하는가. 개인적인 원한이나 정치적 결별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유시민의 논리가 꽤 구조적이다. 유시민은 이재명이 대선에서 얻은 49%가 내란 극복을 위해 진보·개혁 세력을 폭넓게 결집한 결과였는데, 취임 이후 오히려 그 연합을 스스로 해체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원했다는 인식이 당내 비주류의 반발을 키웠고, 전당대회 결과에서도 정청래 후보가 40%를 넘는 득표를 하면서 친명 일색의 완전한 장악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유시민의 해석이다.

결국 유시민이 문제 삼는 것은 이재명의 정책 하나가 아니라 대통령이 너무 강한 권력을 갖게 된 뒤 자신을 견제할 정치적 공간까지 좁히고 있다는 인식이다. 유시민의 표현은 거칠지만, 민주주의에서 승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패배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해도 된다’는 착각이라는 점에서 그의 문제 제기를 단순한 독설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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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유시민의 공격에는 역설이 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야권 정치인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지지했던 정부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경고하는 것이라는 자기 논리를 펴고 있다. 실제로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기반을 스스로 해체하고 있으며, 결국 불안정한 국면으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저주와 모욕”이라는 반발까지 나왔다.

하지만 권력 내부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반대자가 비판할 때가 아니라, 우군이 “당신이 잘못 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워지는 순간이다. 대통령 주변에 “그건 아닙니다”라고 말할 사람이 사라지고, 여당이 대통령의 뜻을 정치적 정답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면 국정운영은 빠르게 폐쇄적인 구조로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유시민의 질문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되돌려야 한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저 사람이 나를 공격하는가”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에서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할 사람이 줄어들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석의 공격은 훨씬 다른 층위다. 그는 20일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 법인카드, 대북송금 등 다섯 건의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이라고 주장하면서, 향후 자신을 재판할 대법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특히 공직선거법 사건은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 재판이 재개될 경우 현재 임명되는 대법관들이 그 재판에 관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의 핵심 논리는 간단하다. 국민은 대통령을 뽑았지만 판결까지 뽑아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대법관 임명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정상적인 인사 절차이고,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한다는 사실만으로 향후 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재판 가능성이 존재하는 대통령과 사법부 인사의 관계가 국민에게 이해충돌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제기 자체는 헌법적 관점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다.

결국 유시민과 이준석은 전혀 다른 진영에 서 있으면서도 하나의 공통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권력은 어디까지인가?” 유시민은 그 선을 당과 공화정의 경계에서 찾는다. 대통령이 여당 대표까지 자신의 정치적 선택으로 만들려 한다면 당의 자율성이 무너지고 결국 대통령 중심의 왕정적 정치문화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은 그 선을 사법부에서 찾는다.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직접 연결된 사법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법치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표현과 정치적 목적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공통분모는 ‘대통령 권력의 자기절제’다. 강력한 대통령제를 가진 한국에서 이것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은 국정운영의 정당성을 부여하지만, 헌법기관 전체를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백지수표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재명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반박보다 경계일 수 있다. 유시민의 비판을 “배신자의 독설”로, 이준석의 비판을 “야당 정치인의 공격”으로만 치부하면 두 사람이 각각 다른 방향에서 제기한 핵심 문제가 사라진다. 특히 이 대통령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행정부를 동시에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권력의 크기보다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의 영향력이 실제로 어느 정도였는지와 별개로 당원들이 대통령의 선택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려 있어야 하고, 대법관 인사 역시 대통령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를 떠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 100명이 아니라, 필요할 때 “그건 안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역설적으로 그런 견제가 살아 있을 때 대통령의 권력도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결국 ‘동네북 이재명’이라는 현상을 단순한 정치적 공격의 증가로 볼 것인가, 아니면 권력이 너무 빠르게 집중되면서 나타나는 경고음으로 볼 것인가가 핵심이다. 유시민은 “오만한 권력자”라는 언어로 대통령의 정치적 태도를 공격했고, 이준석은 “어떤 피고인이 자신을 재판할 대법관을 고르느냐”는 질문으로 사법적 이해충돌의 경계선을 그었다. 두 사람 모두 대통령에게 똑같은 답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질문은 하나로 수렴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어디까지 행사할 것인가, 그리고 스스로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 권력자는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견제할 사람이 사라졌을 때 무너진다. 지금 유시민과 이준석의 서로 다른 공격이 오히려 이 대통령에게 가장 불편하지만 가장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이유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과 “대통령이 해도 되는 것”은 과연 같은가?그 경계를 지키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진짜 시험대다.

참고자료

  • 연합뉴스 — 유시민 “대통령이 與대표 세우는 건 왕정…오만한 권력자 모습”. 유시민이 8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 1년을 평가하며,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세우는 것은 왕정·귀족정으로 가는 것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또한 이 대통령이 집권 연합을 스스로 해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원문
  • 연합뉴스 — 이준석 “李대통령은 피고인…누가 자기 재판할 대법관 고르나”. 이준석 대표가 대법관 후보자 제청 논란과 이 대통령의 향후 형사재판을 연결해 문제를 제기한 핵심 자료다. 그는 “국민은 대통령을 뽑았지만 판결까지 뽑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원문
  • 경기일보 — 대법관 제청 절차와 논란. 조희대 대법원장이 손봉기·김성수 후보자를 이 대통령에게 서면 제청했고, 여권에서는 대통령 임명권 침해라는 반발이 나왔다는 내용이다. 동시에 헌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만, 대법원장이 제청 전에 대통령과 사전 협의해야 한다는 법률 규정은 없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경기일보 관련 보도
  • 시사저널/다음 — 유시민 발언에 대한 민주당 내부 반응. 유시민의 “오만한 권력자” 발언 이후 박홍근 장관 등이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등 민주당 내부에서도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는 후속 흐름을 참고했습니다.
  • 채널A 정치시그널. 유시민 발언과 민주당 내부 권력관계, 김민석 대표 체제 등에 대한 정치권의 상반된 평가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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