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 탄, 경찰 조사 직전 불출석…“사진 찍히면 안 간다”는 대사의 역설
모스 탄 전 미국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가 경찰 조사 직전 출석하지 않았다. 주류 보도는 대체로 “사진이 찍히면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며 불출석했다”는 장면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단순한 불출석 해프닝으로만 보면 놓치는 것이 있다. 공적 권력을 비판해 온 외국 국적의 인권 전문가가,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출국이 제한된 상태에서 경찰 조사와 언론 노출을 동시에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과연 정상적 법집행의 모습인가라는 질문이다.
탄 교수 측은 경찰청 출석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진입 동선과 언론 노출을 둘러싼 사전 협의가 있었지만, 출석 직전 보호 조치가 달라졌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설명이다. 경찰은 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보지 않고 일정을 재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이번 사태는 “조사를 피했다”는 한 줄보다, 수사기관과 피의자 측이 공개 노출·안전·절차적 보호를 두고 충돌한 사건에 가깝다.
물론 모스 탄의 발언은 검증 대상이다. 공적 인물과 선거, 형사 의혹을 둘러싼 주장이라면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하고, 허위사실에 따른 법적 책임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와 비판적 발언자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절차는 구분돼야 한다. 특히 그가 이재명 대통령의 사퇴와 선거 검증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해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수사가 정치적 논쟁의 연장선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더 높은 절차적 투명성이 필요하다.
한국 사법체제는 수사 대상자의 방어권과 인격권을 보장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경찰은 왜 비공개 출석 또는 노출 최소화 방안을 끝까지 신뢰 가능하게 설계하지 못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피의자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곧 유죄를 뜻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한다. 사진 한 장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진이 이미 형성된 정치적 낙인과 결합해 재판 전 처벌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 사건은 모스 탄 개인의 주장에 동의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더 큰 질문은 이것이다. 한국에서 대통령을 비판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외국 국적 인사가 형사수사와 출국제한의 대상이 되었을 때, 국제사회는 이를 독립적 수사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발언을 다루는 국가의 태도로 볼 것인가.
이재명 정부와 수사기관이 정말 자신 있다면 답은 강압이 아니다. 더 투명한 절차다. 혐의 사실, 적용 법리, 출국정지 필요성, 재수사 사유, 조사 과정의 인권보호 장치를 국민과 국제사회가 검증할 수 있게 공개해야 한다. 대통령 비판은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불편한 비판을 다루는 방식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수준을 드러낸다.
모스 탄의 불출석은 분명 그에게도 부담스러운 장면이다. 공적 발언을 했다면 조사 절차에 응해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 동시에 경찰 역시 피의자 조사라는 이름 아래 언론 노출과 정치적 낙인이 결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사건의 진짜 역설은 “사진이 찍히면 안 간다”는 말이 아니다. 대통령을 향해 가장 거친 비판을 던진 외국인 인권 전문가가, 한국의 법 절차 안에서 얼마나 공정하게 다뤄질 수 있는지를 세계가 지켜보게 됐다는 데 있다.
미국 국무부와 워싱턴의 시선도 이제 완전히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은 한국을 자유민주주의 동맹국으로 규정해 왔지만, 동시에 국무부 인권보고서에서는 표현의 자유 제한과 형사법을 통한 발언 규제 문제를 꾸준히 언급해 왔다. 모스 탄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명예훼손 수사로 끝날지, 아니면 정부 비판과 선거 의혹 제기를 둘러싼 절차적 권리 논쟁으로 번질지는 한국 수사기관의 태도에 달려 있다. 수사가 공정하다는 확신을 주려면, 혐의와 증거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만큼이나 조사 과정에서의 방어권·언론 노출 최소화·출국 제한의 비례성까지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의 부임도 이런 맥락에서 상징성이 작지 않다. 스틸은 상원 인준을 통과한 한국계 미국인 보수 정치인으로, 청문회에서 한미 동맹, 시장 접근, 투자 약속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아직 모스 탄 사건이나 선관위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새 대사가 서울에 부임한 뒤 한국의 사법 절차와 표현의 자유, 선거 제도 논란이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관심사로 번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한국 내 논란이 외교 현안과 맞물릴 경우, 정부가 “국내 수사 사안”이라고만 선을 긋기 어려운 국면이 올 수 있다.
선관위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정선거 의혹이 사실로 확정됐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며, 검증되지 않은 주장까지 국제 이슈로 과장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투표용지 부족, 자료 보존과 폐기 경위, 국정조사 증언, 선거관리기관의 설명 책임은 민주주의 국가라면 국제사회가 당연히 주목할 수 있는 주제다. 이재명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외부의 비판 그 자체가 아니라, 국내에서 제기된 의문에 기록과 절차로 답하지 못해 “선거의 투명성”과 “법치의 공정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상황이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U.S. professor accused of defaming President Lee fails to appear for police questioning,” 2026년 6월 24일.
- MBC, 「모스탄, ‘허위정보 유포’ 첫 조사 불출석‥‘사진 한 장이라도 안 돼’」, 2026년 6월 24일.
- 뉴시스, 「‘모스 탄’ 첫 경찰조사 불발…‘사진 한 장이라도 찍히면 안 돼’」, 2026년 6월 24일.
- Korea JoongAng Daily, “Professor skips Lee defamation questioning,” 2026년 6월 24일.
- 연합뉴스, “Court denies suspension of exit ban against U.S. scholar under probe for defaming Lee,” 2026년 6월 4일.
- Human Rights Watch, “South Korea: Human Rights Issues for New Government,” 2025년 6월 24일.
Socko/Gh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