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재판] “나를 더 벌하라, 군은 묶지 말라”…김용현 최후진술이 던진 이적죄의 역설
평양 무인기 의혹에 징역 25년 구형…군사작전이 법정에 서자, 대한민국 안보의 손발도 함께 묶였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징역 25년이 구형됐다. 혐의의 이름은 무겁다. 일반이적. 특검은 12·3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평양에 무인기를 투입하는 작전이 지시됐고, 그 결과 남북 군사 긴장이 고조됐으며 군사상 이익이 저해됐다고 본다. 같은 사건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는 징역 30년이 구형됐다. 이 재판은 단순한 형사재판이 아니다. 대한민국 군사작전의 성격을 법정이 어디까지 판단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적을 향한 군의 대응이 사후 정치 프레임 속에서 어디까지 범죄화될 수 있는지를 묻는 사건이다.
쟁점은 선명하다. 특검의 시각에서 이 작전은 북한을 자극해 군사적 충돌 분위기를 만들고, 비상계엄 선포의 정치적 명분을 쌓으려 한 위험한 행위다. 반대로 김 전 장관 측의 논리는 전혀 다르다.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응징과 억제 차원의 군사작전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충돌하는 것은 사실관계만이 아니다. 국가 안보를 보는 관점 자체가 충돌한다. 한쪽은 “도발 유도”를 말하고, 다른 한쪽은 “도발 억제”를 말한다.
김 전 장관의 최후진술이 강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가 자신의 처벌보다 군의 위축을 더 크게 말했기 때문이다. 요지는 이렇다. 자신에게 내릴 형량은 더 무겁게 해도 좋으니, 군의 대비 태세와 지휘 판단만큼은 흔들지 말아 달라는 호소다. 이것은 법정 전략이라기보다 군 조직 전체를 향한 경고처럼 들린다. 전쟁을 억제해야 할 군이, 적의 도발보다 사후 수사와 정치 보복을 더 두려워하게 되는 순간, 그 군대는 이미 절반은 무장해제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문제의식이다.
특히 그가 꺼낸 ‘당나라 군대’ 비유는 자극적이지만 상징적이다. 역사 속 당나라 군대가 권력 내부의 숙청과 정치적 계산 속에서 기강을 잃고 오합지졸의 상징으로 전락했다는 경고다. 적과 싸워야 할 장수들이 전장을 보는 대신 권력의 눈치를 보게 되면, 군대는 외형만 남고 정신은 사라진다. 이 비유는 오늘의 한국군을 향해 던지는 질문으로 바뀐다. “앞으로 지휘관들은 북한의 도발을 보고 즉각 판단할 것인가, 아니면 훗날 법정에서 자신의 판단이 어떻게 재단될지를 먼저 계산할 것인가.”
물론 재판의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할 일이다. 일반이적 혐의는 적과의 통모 여부와 별개로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준 경우 성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리상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죄목이다. 실제로 특검은 무인기 추락과 작전·전력 관련 기밀 유출 가능성, 군사 긴장 고조 등을 구형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므로 이 사건은 단순히 “북한에 강경했으니 무죄”라고 말할 수도 없고, 반대로 “정치적으로 위험했으니 이적”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정치적 파장은 이미 법정 밖에서 폭발하고 있다. 북한이 오물 풍선과 각종 심리전으로 한국 사회를 흔드는 상황에서, 그 대응 작전이 이적죄의 피고석에 오른 장면은 보수층과 안보 여론에 강한 충격을 준다. “북한을 겨냥한 작전이 어떻게 북한을 이롭게 한 죄가 되느냐”는 반문이 나오는 이유다. 이 질문은 법리의 영역을 넘어 국민 감정의 영역으로 번진다. 적을 향한 억제 조치가 내부 정치의 언어로 재해석되는 순간, 국민은 헷갈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대한민국 군은 어디까지 싸울 수 있고, 어디서부터 처벌받는가.
김 전 장관의 최후진술이 뜨거운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자신의 무죄만을 말한 것이 아니라, 군인의 본능이 법정에서 유죄가 되는 시대를 경고했다. 군인은 원래 위험을 관리하는 직업이다. 평화로운 책상 위에서 완벽해 보이는 판단은 실제 안보 현장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의 도발은 회색지대에서 오고, 대응 역시 회색지대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 회색지대를 사후에 흑백의 정치 구도로 잘라버리면, 다음 지휘관은 결심하지 않는다. 보고서를 올리고, 책임을 미루고,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군은 안전해질지 모르지만 국가는 위험해진다.
더 무서운 것은 이 사건이 앞으로의 안보 판단에 남길 그림자다. 북한이 또다시 풍선, 드론, 해킹, 국지 도발, 심리전으로 한국을 흔들 때 현장의 지휘관은 무엇을 떠올릴까. 국민의 생명인가, 적의 의도인가, 아니면 전임 장관에게 구형된 징역 25년인가. 바로 그 순간부터 억제력은 문서 속 단어가 된다. 적은 총을 쏘지 않아도 된다. 상대 군대가 스스로 손발을 묶게 만들면 된다.
그래서 이 재판의 진짜 쟁점은 김용현 한 사람의 운명만이 아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이 여전히 정전 상태의 나라라는 현실을 다시 묻는다.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멈춰 있을 뿐이다. 그 멈춤을 지키는 것은 선언문이 아니라 억제력이고, 억제력은 결국 군의 판단과 결심에서 나온다. 법은 군을 통제해야 한다. 그러나 법이 군의 정당한 대응 의지까지 마비시킨다면, 그 법적 승리는 안보의 패배가 될 수 있다.
김용현 전 장관의 최후진술은 그래서 한 노병의 항변처럼 들린다. “나를 벌하라. 그러나 군을 겁먹게 만들지는 말라.” 이 문장은 정치적으로는 논쟁적이고, 법적으로는 아직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안보적으로는 무겁다. 대한민국의 군대가 적을 향해 서는 조직인지, 아니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법정의 피고석을 먼저 떠올리는 조직인지, 그 갈림길이 이 재판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판결은 단순히 한 장관의 유무죄를 가르는 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앞으로 대한민국 군 지휘관들이 북한의 도발 앞에서 어떤 심장으로 결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법정은 죄를 판단하겠지만, 역사는 그 판결이 군의 용기를 살렸는지, 아니면 군의 눈치를 키웠는지를 함께 기록할 것이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평양무인기 의혹’ 尹·김용현 일반이적 혐의 오늘 1심 변론 종결」, 2026.04.24.
- 연합뉴스/뉴스통, 「특검, ‘평양무인기’ 윤석열에 징역 30년 구형…김용현 징역 25년」, 2026.04.24.
- MBC, 「‘北 무인기’ 의혹 尹·김용현 일반이적 재판 이번 주 결심」, 2026.04.19.
- SBS, 「‘평양 무인기 의혹’ 윤·김용현 일반이적 혐의 오늘 1심 변론 종결」, 20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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