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자] 7400억짜리 침묵…송경호가 던진 ‘대장동 항소 포기’의 진짜 폭탄
범죄수익의 문이 열렸다?
정치권은 늘 무대를 잘 고른다. 조명이 강한 곳에 청문회를 세우고, 박수를 칠 사람과 야유할 사람을 미리 배치한다. 그리고 “진실 규명”이라는 현수막을 걸어놓는다. 그런데 가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무대 위에서 크게 떠드는 질문보다, 무대 뒤에서 조용히 사라진 결정 하나가 더 큰 폭탄이 된다.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발언이 바로 그 지점을 찔렀다. 그는 대장동 사건 1심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를 두고 “부패 세력에게 천문학적 범죄수익을 사실상 헌납한 참담한 사법적 배임”이라고 직격했다.
이 사건의 숫자는 단순하지 않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7886억 원의 추징금을 구형했지만, 1심에서 인정된 추징금은 473억 원대에 그쳤다. 송 전 지검장의 주장은 여기서 시작된다. 검찰이 항소했다면 상급심에서 추징 범위와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다시 다툴 수 있었지만, 항소를 포기하면서 그 기회 자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송 전 지검장은 이를 “상급심의 판단 기회를 봉쇄한 비상식적인 결정”이라고 했다.
말하면 이렇다. 정치권은 “누가 조작했느냐”고 소리치는데, 정작 국민이 물어야 할 질문은 “누가 7400억 원짜리 문을 닫았느냐”일 수 있다. 범죄수익 환수는 정의의 마지막 계산서다. 징역형이 아무리 무겁게 나와도, 돈이 그대로 남으면 범죄는 실패한 사업이 아니라 성공한 투자처럼 보인다. 부패범죄에서 추징은 부속품이 아니라 본체다. 그런데 그 본체를 다툴 항소가 사라졌다면, 이것이야말로 청문회장을 통째로 세워 물어볼 사안 아닌가.
더 민감한 대목은 내부 의견이다. 송 전 지검장은 4년 동안 190여 차례 공판을 수행한 1·2기 수사팀 검사 24명 중 항소 제기에 이견을 가진 검사가 한 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즉 현장을 아는 수사·공판팀은 항소 필요성을 봤는데, 최종적으로 검찰 지휘부가 멈췄다는 구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건은 단순한 법률 판단 차이가 아니라 지휘 체계 붕괴 논란으로 간다. “수사팀이 졌다”가 아니라 “수사팀의 항소 의사가 묵살됐다”는 프레임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 항소 포기 당시에도 검찰 내부 반발은 거셌다. YTN은 수사팀이 “윗선에서 부당하고 전례 없는 지시로 항소장 제출을 막았다”고 반발했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대한변협신문도 검찰 내부에서 “검찰은 죽었다”는 식의 강한 반발이 나왔다고 전했다. 물론 법무부와 지휘부 쪽은 항소 포기가 법률적으로 문제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해왔다. 그러나 바로 그 설명이 국민에게 충분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여기서 송경호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폭발력을 갖는다. 그는 단순히 “내 수사가 옳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는 조작기소 의혹 청문회가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진짜 국정조사와 특검이 필요한 곳은 대장동 항소 포기라고 주장한다. 청문회가 박상용 검사나 수사팀을 겨누고 있다면, 송 전 지검장은 그 카메라를 반대로 돌리려는 것이다. “수사가 조작됐느냐”가 아니라 “왜 항소가 포기됐느냐”를 보라는 역공이다.
이 대목이 바로 핵심이다. 대한민국 정치권은 늘 “진실”을 말하지만, 진실은 자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켜지는 조명이다. 어떤 청문회는 수사팀을 피고석에 앉히려 하고, 어떤 입장문은 지휘부를 피고석에 앉히려 한다. 국민 입장에서는 둘 다 물어야 한다. 수사가 조작됐는지도 물어야 하고, 항소가 왜 포기됐는지도 물어야 한다. 다만 돈의 흐름과 법적 효과만 놓고 보면, 항소 포기는 매우 구체적인 결과를 남겼다. 상급심에서 추징금을 더 다툴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송 전 지검장은 국정조사 청문회 자체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장동 사건을 성남시 수뇌부와 민간업자가 장기간 결탁해 공공개발 이익을 사유화한 권력형 부패범죄로 규정했고,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책임 여부를 규명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녹취록을 조작할 이유나 실익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그는 피고인 변호인과 사건 고발을 주도한 의원들이 국정조사특위에 포함된 구조도 문제 삼았다.
물론 이 사안에는 반론도 있다. 항소 포기가 곧바로 “범죄수익 헌납”이라는 표현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와 검찰 지휘부는 1심 판결의 법리, 항소 실익, 피고인 측 항소 여부 등을 따졌을 가능성이 있다. 피고인들이 항소한 상태에서 검찰이 항소하지 않았을 때 어떤 법적 제한이 생기는지, 추징금 문제를 어디까지 다툴 수 있는지 역시 법률적으로 정교하게 봐야 한다. 그러나 바로 그래서 더더욱 공개적 설명이 필요하다. 7886억 원과 473억 원의 간극은 행정적 해명 몇 줄로 덮기엔 너무 크다.
정치적 감각으로 보면 이 사건은 “조용한 폭발”이다. 총선도 아니고 대선도 아니고, 거리 시위도 아니다. 그러나 사법 시스템 안에서 항소장 하나가 제출되지 않은 순간, 수천억 원의 국가적 이해가 방향을 틀었다는 의혹이 생겼다. 이것은 자극적 구호보다 훨씬 무겁다. 검사들이 줄줄이 반발했고, 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으며, 전직 지검장이 공개적으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한다면, 최소한 “왜 그랬는지”는 국민이 들어야 한다.
결론은 간단하다. 대장동 사건은 처음부터 돈의 사건이었다. 땅값, 개발이익, 배당금, 특혜, 배임, 추징금.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도 결국 돈이 남았다. 검찰이 얼마를 구형했고, 법원이 얼마를 인정했으며, 항소를 했으면 얼마를 더 다툴 수 있었는지. 이 숫자의 싸움이야말로 대장동의 본질이다. 그런데 정치권은 자꾸 사람만 보여준다. 누구를 청문회장에 세울 것인가, 누구를 망신 줄 것인가, 누구의 진술을 뒤집을 것인가. 하지만 국민이 궁금한 것은 더 단순하다. 돈은 어디로 갔고, 누가 그 돈을 다시 다툴 기회를 멈췄는가.
송경호의 발언은 그래서 폭탄이다. 폭탄이 반드시 새 사실을 터뜨려서 폭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던 숫자를 다시 읽게 만들 때도 폭탄이 된다. 7886억 원과 473억 원. 그리고 그 사이의 7400억 원대 간극. 이 숫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정치권의 어떤 고함보다 크게 들린다.
국회가 정말 진실을 원한다면 묻는 순서는 간단하다. 조작기소 의혹도 묻고, 항소 포기도 물어라. 검사의 수사도 묻고, 지휘부의 침묵도 물어라. 피고인의 주장도 듣고, 190여 차례 공판을 버틴 수사팀의 판단도 들어라. 그런데 만약 한쪽 질문만 크게 틀고 다른 쪽 질문은 꺼버린다면, 그것은 진상규명이 아니라 정치 편집이다. 그리고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은 그 편집된 화면 바깥에서 계속 묻고 있다. 누가 7400억짜리 항소장을 멈춰 세웠는가.
참고문헌
- 뉴스1/다음, 「전 중앙지검장 ‘조작기소’라는 정치적 판결…사법권 독립 침해」, 2026.04.19.
- 뉴시스/네이트, 「대장동 수사 지휘 송경호 前지검장 ‘항소 포기, 국조·특검해야’」, 2026.04.26.
- 네이트, 「송경호 전 지검장 ‘국정조사·특검 필요한 곳은 대장동 항소 포기’」, 2026.04.26.
- YTN, 「대장동 항소 포기에 수사팀 강력 반발…중앙지검장 사의」, 2025.11.08.
- 대한변협신문,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 ‘검찰은 죽었다’ vs. ‘문제 없어’」, 2025.11.11.
- 경기일보, 「검찰 항소 포기로 7천억 ‘대장동 재벌’ 생긴다」, 2025.11.10.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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