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혈투] 조국을 쏘던 김용남, 이제는 민주당 간판 달고 맞붙었다
정치판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어제의 저격수가 오늘의 같은 편 후보가 되고, 어제의 공격 대상이 오늘의 경쟁 상대가 된다. 6·3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가 딱 그런 무대가 됐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같은 선거구에서 맞붙는다. 그런데 이 대결이 묘하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난 경쟁자가 아니다. 과거 김용남 후보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 소속으로 조국 대표를 강하게 공격했던 인물이다. 당시 그는 ‘조국 저격수’ 이미지로 정치적 존재감을 키웠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지금은 민주당 후보가 됐다. 조국을 쏘던 사람이 민주당 간판을 달고, 조국은 조국혁신당 간판을 달고 같은 표밭에서 충돌하는 장면이 만들어진 것이다.
조국 대표는 이 구도를 피하지 않았다. 그는 29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용남 후보를 겨냥했다. 사모펀드 의혹을 다시 꺼내 허위사실을 말한다면 “반격”하겠다고 했다. 핵심은 사모펀드다. 조 대표는 자신이 해당 의혹과 관련해 수사나 기소, 판결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5촌 조카와 배우자 관련 판결은 있었지만, 자신을 “주식 작전 세력의 최정점”이라거나 “권력형 비리”의 당사자로 몰아가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다. 과거 공격은 정치적 상황 속에서 감당하겠지만, 선거판에서 다시 같은 프레임을 꺼내면 명예를 지키기 위해 맞받아치겠다는 경고다.
여기서 풍자의 첫 번째 장면이 나온다. 김용남 후보는 과거 국민의힘 노선에 충실하게 조국을 공격했다. 그런데 지금 그는 민주당 후보로 평택을에 섰다. 정치적 이동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정치인은 노선을 바꿀 수 있고, 시대 상황에 따라 입장을 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권자가 보는 장면은 그렇게 점잖지만은 않다. “그때는 조국을 때려서 컸고, 지금은 민주당 이름으로 조국과 싸운다.” 이 한 줄만으로도 선거판의 아이러니가 완성된다. 평택을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의 현재 공약만 볼 수도 있지만, 후보의 과거 발언과 정치적 궤적을 함께 볼 수밖에 없다.
조국 대표가 던진 역공 포인트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김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에게 해명할 것은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한·일 위안부 합의를 옹호한 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세금 낭비라고 한 점, 이태원 참사 원인을 광화문 집회와 연결해 언급한 점 등을 거론했다. 조국을 공격하던 과거는 넘어가더라도, 국민적 참사와 역사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는 해명하라는 압박이다. 이는 단순한 후보 간 말싸움이 아니다. 김용남 후보가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나선 이상, 과거 보수 진영에서 했던 발언과 현재 민주당 후보라는 정체성 사이의 간극을 설명해야 한다는 정치적 공격이다.
이 대결이 더 흥미로운 이유는 범여권 내부 경쟁이라는 점이다. 평택을 재선거는 국민의힘 대 민주당이라는 익숙한 구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민주당 후보 김용남, 조국혁신당 후보 조국이 동시에 뛰면서 야권·범여권 표심이 갈릴 수 있는 구도가 됐다. 한겨레는 이 선거를 두고 김용남 후보와 조국 대표의 장외 기싸움이 본격화됐다고 보도했다. 김 후보는 자신이 앞서 있다고 말하고, 조 대표는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맞받는 식이다. 결국 이 선거는 후보 개인의 승부이면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이의 힘겨루기이기도 하다.
정치적으로 보면 조국 대표에게 평택을은 복귀 무대이자 생존 시험대다. 조국혁신당이 총선 이후 만들어낸 존재감을 유지하려면, 상징적 지역전에서 승리하거나 최소한 강한 파괴력을 보여줘야 한다. 반대로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국혁신당이 독자 후보로 계속 치고 나오는 상황이 부담이다. 민주당이 제1야당의 중심성을 유지하려면, “정권 심판”이라는 큰 구호 아래 범야권 표를 다시 흡수해야 한다. 그런데 조국이라는 인물은 민주당 지지층 일부에게 여전히 강한 감정적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김용남 대 조국의 평택을 대결은 단순히 두 후보의 문제가 아니라, 야권 내부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의 전초전처럼 보인다.
김용남 후보에게도 딜레마가 있다. 그는 보수 정당 출신으로 조국을 공격했던 이력이 있다. 그 이력은 중도 확장성으로 포장될 수도 있다. “보수에서 왔지만 지금은 민주당 후보”라는 이미지는 일부 유권자에게 실용 정치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나 조국 지지층에게는 정체성 의심을 부른다. 과거 조국을 그렇게 공격했던 사람이 왜 지금 민주당 후보인가. 당시의 공격은 여전히 유효한가, 아니면 이제는 철회된 것인가. 철회하지 않는다면 민주당 후보로서 조국 지지층의 표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 철회한다면 과거의 정치적 발언은 무엇이 되는가. 어느 쪽을 택해도 쉽지 않다.
조국 대표 역시 마냥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자신은 기소·판결 대상이 아니었다고 선을 긋지만, 조국 사태 전체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억은 여전히 복잡하다. 조국 지지층에게 그는 검찰개혁의 상징이고, 반대층에게는 내로남불 정치의 상징이다. 선거는 법정이 아니다. 법적으로 무엇이 확정됐느냐도 중요하지만, 유권자가 어떤 기억을 갖고 있느냐도 중요하다. 그래서 조 대표가 “허위사실이면 반격”이라고 말한 것은 방어이자 공격이다. 과거 프레임을 차단하면서 동시에 김용남 후보의 과거 발언을 다시 심판대에 올리는 전략이다.
이번 장면의 정치 풍자는 결국 이것이다. 평택을 선거판에는 세 명의 김용남이 서 있다. 국민의힘 시절 조국을 저격하던 김용남, 민주당 후보로 공천받은 김용남, 그리고 과거 발언을 해명해야 하는 김용남이다. 그리고 조국 역시 두 명이다. 사모펀드 의혹의 공격 대상이던 조국, 그리고 이제 선거판에서 상대 후보의 과거를 추궁하는 조국이다. 정치가 오래되면 가해자와 피해자, 공격수와 수비수, 여당과 야당의 자리가 수시로 바뀐다. 문제는 그 자리가 바뀔 때마다 유권자의 기억까지 같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평택을 유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 싸움이 아니라 기준이다. 김용남 후보는 과거 발언과 현재 정체성 사이의 간극을 설명해야 한다. 조국 대표는 자신이 왜 다시 국회로 가야 하는지, 조국 사태의 방어를 넘어 지역과 국가에 어떤 의제를 가져올지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면서도, 정작 유권자에게는 민생과 지역 발전을 말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선거판은 이미 과거사 청문회처럼 흘러가고 있다. 사모펀드, 위안부 합의, 세월호, 이태원 참사, 조국 저격수, 민주당 공천. 평택을은 어느새 지역 선거가 아니라 한국 정치 기억의 재판장이 됐다.
결론은 간단하다. 김용남 후보가 조국을 다시 쏘려면, 먼저 자신이 왜 민주당 후보가 되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조국 대표가 반격하려면, 과거 의혹의 방어를 넘어 미래 의제의 공격수로 서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는 물어야 한다. 지금 이 싸움은 평택을 위한 싸움인가, 아니면 각자의 과거를 세탁하고 재포장하기 위한 싸움인가.
정치판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상대의 공격이 아니라, 내가 했던 말이 다시 돌아오는 순간이다. 평택을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조국을 향해 날아갔던 김용남의 과거 화살이, 민주당 간판을 단 현재의 김용남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그리고 조국은 그 화살을 집어 들고 말한다. 다시 쏘면, 이번엔 내가 쏜다.
참고문헌
- 경향신문, 「조국, ‘조국 저격수’ 김용남에 “허위사실 다시 꺼내면 반격”」, 2026.4.29.
→ 조국 대표가 평택을 재선거에서 김용남 후보를 향해 사모펀드 의혹 왜곡 시 반격하겠다고 밝힌 발언의 원출처. - 연합뉴스, 「조국 ‘평택을 경쟁자’ 김용남에 ‘허위사실 다시 꺼내면 반격’」, 2026.4.29.
→ 조국 대표의 유튜브 발언, 민주당 공천 존중 입장, 김용남 후보와의 경쟁 구도 확인용. - 한겨레, 「김용남 ‘내가 1등’ 조국 ‘내가 이겨’… ‘평택을 전투’ 기싸움 본격화」, 2026.4.29.
→ 평택을 재선거에서 조국 대표와 김용남 후보의 장외 기싸움 및 범여권 후보 경쟁 구도 참고. - 매일경제, 「조국, ‘평택을 경쟁자’ 김용남 직격… 사모펀드 의혹 왜곡하면 반격」, 2026.4.29.
→ 조국 대표가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자신은 수사·기소·판결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 내용 보완용.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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