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젤렌스키는 왜 유엔에서 한국을 향해 북한군 포로를 꺼냈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이라는 세계 외교의 무대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대한민국행을 전격 공개했다. 9월 23일(현지시간) 제81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북한군 전쟁포로 2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먼저 공식 발표하지 않은 사안이었다.

우리 정부는 당사자와 가족의 신변 안전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입국 시기와 경로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측과 필요한 소통·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사실상 송환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젤렌스키는 왜 굳이 유엔에서 먼저 꺼냈을까. 이것을 한국을 향한 단순한 외교적 ‘저격’으로만 해석하기에는 젤렌스키가 얻는 외교적 효과가 훨씬 크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우크라이나전이 더 이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젤렌스키는 북한 청년들이 러시아의 전쟁에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국제사회의 의제로 끌어올리면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을 비판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에게 자유로운 선택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인도주의적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유엔총회는 바로 그런 메시지를 세계 정상들에게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큰 외교 무대다. 더구나 이번 공개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성과 공개’이기도 하다. 북한군 포로 2명은 2025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생포된 뒤 한국행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혀왔고, 한·우크라이나 양국은 자유의사와 국제법·인도주의 원칙에 따른 해결을 협의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 7월 정상회담에서 북한군 포로 문제를 논의했다. 즉 이번 송환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사건이 아니라 장기간의 물밑 협상의 결과라는 것이다. 젤렌스키가 유엔에서 먼저 공개한 것은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역할과 외교적 기여를 국제사회에 분명히 각인시키는 효과도 있다. 문제는 그 순간 대한민국 정부의 자리가 묘해졌다는 데 있다.

유영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적했듯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들여야 할 북한이탈주민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전쟁포로라는 국제적 사안이었는데, 정작 한국 정부가 아닌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먼저 발표했다. 물론 정부가 설명한 것처럼 포로 본인과 북한에 남은 가족의 안전을 고려하면 마지막 순간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실제로 정부는 관련국과 필요한 협의를 해왔다고 밝혔고, 구체적인 경로와 시기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신변 안전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근거는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외교의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비공개가 포로의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면 그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개의 순간이 왔을 때 누가 먼저 국민에게 설명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젤렌스키는 유엔에서 북한을 향해 “왜 북한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목숨을 바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북한이 자국민의 자유와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던졌다. 한국 정부가 같은 사안을 훨씬 조심스럽게 다루는 사이,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그것을 국제정치의 언어로 전환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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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국 정부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현까지 등장하지만,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각국이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외교적 목적에 맞게 활용한 장면에 가깝다. 그런데 여기서 묘한 질문 하나가 남는다. 이재명 정부는 북한에 대체 무슨 책이라도 잡힌 것인가. 물론 이를 입증할 공개된 증거는 없다. 그러나 국민이 그렇게 의문을 품을 만한 장면은 연이어 등장한다.

9월 21일 서부전선 DMZ 수색로 개척 과정에서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해 우리 군 간부 3명이 다쳤고, 군은 북한군 지뢰 매설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 그런데 사건의 성격과 책임 소재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와 별개로, 정부의 메시지는 처음부터 극도로 낮았다. ‘북한 지뢰’라는 단어조차 신중했고, 국민에게 알려지는 과정에서도 군의 설명은 단계적으로 뒤늦게 나왔다.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축소·은폐 의혹까지 제기했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사실만으로 은폐를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사실 여부보다 왜 대한민국 정부의 안보 언어가 이토록 조심스러워졌느냐는 데 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그 시기에 취임한 강신철 국방장관의 메시지다. 강 장관은 취임 직후 “승리가 우리의 전략이 되고, 승리가 우리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했고, DMZ 폭발 사고에 대해서도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가 중단돼야 하며 “눈치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오히려 질문은 더 선명해진다. 장관은 ‘눈치 보지 않겠다’는데 왜 정부 전체의 대북 메시지는 자꾸 눈치를 보는 것처럼 읽히는가. 북한군 포로 2명의 대한민국행도 한국 정부보다 젤렌스키가 먼저 세계에 알렸고, DMZ에서 우리 장병들이 다친 사건 역시 북한의 책임 여부를 둘러싼 설명이 뒤따랐다. 하나하나를 떼어놓으면 각각 충분한 외교·안보상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장면들이 한 화면에 겹치면 국민에게는 다른 그림이 보인다.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침묵하는 것인지, 북한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공개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인지.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외교에서 침묵은 전략일 수 있지만, 안보에서 반복되는 침묵은 국민에게 의문을 남긴다. 특히 시점이 예사롭지 않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북한과의 대화 재개와 단계적 비핵화 접근, 긴장 완화를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계속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미사일 체계를 시험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젤렌스키가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유엔에서 공개했다는 것은 한국의 대북정책과 별개로 북한·러시아 군사협력이라는 현실을 다시 국제사회의 화면 한가운데 올려놓는 효과를 낸다.

한국으로서는 대화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라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외교적 이중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젤렌스키가 한국을 저격했느냐’보다 한국이 무엇을 비공개로 지켰고, 젤렌스키가 무엇을 공개해 세계에 알렸느냐에 있다. 두 북한군이 자유의사에 따라 대한민국에 도착했다는 사실 자체는 인도주의적 사건이면서 동시에 러시아·북한 군사협력의 실상을 보여주는 외교적 사건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통해 북한과 러시아의 전쟁 연대를 부각했고, 한국 정부는 포로와 가족의 안전을 이유로 신중한 접근을 택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사람의 안전한 정착과 회복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더 어려운 질문이 남는다.

북한 청년을 러시아 전쟁터로 보내는 김정은의 선택, 그 대가로 북한이 얻는 군사기술, 그리고 그 결과가 한반도의 안보환경을 어떻게 바꾸는가. 유엔에서 젤렌스키가 던진 질문은 사실 한국을 겨눈 질문이라기보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이 어디까지 왔으며 한국은 그 현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세계 앞에 다시 던진 질문에 더 가깝다.

참고자료

  • 유엔 제81차 총회 일반토론 일정 및 공식 자료
  • 연합뉴스, 「우크라전 참전 북한군 포로 2명 본인의사로 한국땅 밟았다」
  • 뉴스핌, 「젤렌스키 ‘생포 북한군 포로 2명 한국 송환’…정부 ‘소통·협의 진행’」
  • 서울신문, 「젤렌스키 ‘북한군 포로 2명 한국 보냈다’…청와대 ‘당사자 신변 민감 사안’」
  •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외교활동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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