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소유자, 뭘 잘못했나?…이재명 정부안에 오세훈 반격 “집 가진 게 죄인가”
집을 가진 사람은 무엇을 잘못했는가. 이 질문이 다시 한국 부동산 정치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의 ‘합리적 조정’을 공식적으로 검토하면서 부동산 소유자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며 주택을 많이 보유해도 부담이 크지 않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투기 목적의 부동산 보유 부담을 높이는 방향의 세제 개편을 시사했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 역시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밝혔다. 다만 2026년 8월 현재 구체적인 세율과 과세표준 등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정부는 국민·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단순하다. 주택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주택을 소유한 사람에게 추가적인 세금 부담을 지우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 아니면 부동산을 여러 채 보유하거나 초고가 주택을 가진 사람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 조세 정의인가.
정부 논리는 나름의 경제적 근거가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는 데 따른 비용이 낮으면 자산이 부동산으로 쏠릴 유인이 커지고, 공급이 제한된 수도권에서는 투자수요가 가격 상승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세제·금융·규제·공급을 한꺼번에 정비하겠다는 방향을 밝혔고, 정부는 보유 주택 수와 거주 여부, 초고가 주택 등을 구분해 세제를 설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용범 실장도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하면서 보유세와 양도세를 함께 조정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부동산 소유자’라는 하나의 집단으로 묶는 순간 정책은 위험해진다. 평생 일해서 마련한 1주택자와 수십 채를 보유한 임대사업자, 서울 초고가 아파트 보유자와 지방의 저가주택 소유자를 같은 방식으로 취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택 가격 상승은 소유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금리, 공급량, 인구 이동, 재건축 규제, 교통망, 학군, 정부 정책 등 수많은 변수의 결과다. 가격 상승의 책임을 소유자에게만 묻는 순간 ‘자산 가격 상승의 원인’과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혼동하는 문제가 생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반격이 등장했다. 오 시장은 정부가 보유세·양도세 강화 카드를 꺼내는 것에 대해 “공급은 막아둔 채 세금으로만 집값을 잡으려 한다”며 과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의 대안은 비교적 명확하다. 세금보다 공급이다. 오 시장은 7월 국무회의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 유지,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 확대,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완화,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확대 등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세제 분야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동결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조정도 제안했다. 오세훈의 논리는 결국 “집값을 잡겠다고 집 가진 사람을 벌주는 데 집중하지 말고 집을 더 지어 가격이 안정될 구조를 만들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특히 서울처럼 토지가 제한되고 수요가 집중된 시장에서는 정책적으로 무시하기 어려운 반론이다.
하지만 오세훈의 공급론에도 빈틈은 있다. 공급을 확대한다고 해서 반드시 원하는 가격대의 주택이 필요한 시점에 공급되는 것은 아니며, 재건축·재개발 역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반대로 세금만 올린다고 주택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기보다 거래 자체를 미루는 ‘매물 잠김’이 발생할 수 있다. 국토연구원 등의 연구에서도 종부세·양도세 강화가 전세가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지적되어 왔다. 서울신문이 정리한 관련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래세 부담은 OECD 평균보다 높은 반면, 보유세 실효세율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있어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는 방향’ 자체는 경제학적으로 검토할 이유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다주택자가 민간 임대시장의 공급자라는 현실도 존재한다. 결국 핵심은 ‘세금을 올릴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어떤 시차를 두고 부담을 부과할 것인가다. 실거주 1주택자, 고령 은퇴자, 다주택 임대사업자, 초고가 주택 보유자, 단기 투자자를 구분하지 않는 획일적인 과세는 조세 정의가 아니라 행정 편의가 될 수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부동산을 가진 사람’과 ‘부동산으로 불로소득을 얻은 사람’을 동일시하는 정치적 프레임이다. 주택 소유자는 이미 취득 과정에서 취득세를 내고, 보유 과정에서 재산세를 내며, 매도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부담할 수 있다. 주택을 한 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투기 세력으로 규정한다면 조세정책의 정당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수십 채의 주택을 보유하면서 가격 상승을 기대해 장기간 시장을 왜곡하거나 초과이익을 얻는 행위까지 ‘재산권’이라는 이유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가 정말 부동산 세제를 개편하려 한다면 ‘집 가진 사람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정치적 언어가 아니라 ‘주택을 어떻게 이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이익을 얻는가에 따라 과세한다’는 정교한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오세훈 역시 마찬가지다. 공급 확대만 강조하면서 주택 보유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자산 격차 문제를 외면한다면 그것 역시 절반의 해법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집을 가진 사람과 집이 없는 사람을 싸움 붙이는 것이 아니라 주거를 자산증식 수단과 생활 기반이라는 두 측면에서 동시에 바라보는 것이다.
결국 이번 부동산 세제 논쟁에서 던져야 할 질문은 “부동산 소유자가 무엇을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집값을 세금으로만 해결하려 하는가?”일지도 모른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정부는 공급을 늘리고, 금융을 조절하고, 개발 규제를 합리화하고, 투기 수요를 관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보유세를 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책 실패의 비용을 기존 주택 소유자에게 일괄적으로 떠넘기는 순간 조세정책은 시장 안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응징으로 보일 위험이 있다. 반대로 오세훈의 공급 확대론도 기존 자산 보유자의 이해만 보호하는 정책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와 오세훈의 충돌은 결국 ‘부동산을 누구의 책임으로 볼 것인가’의 싸움이다. 정부는 보유세·양도세 강화를 통해 자산 불평등과 투기 수요를 억제하려 하고, 오세훈은 공급 확대와 세부담 완화를 통해 시장의 매물과 주택 생산을 늘리려 한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세금의 강도가 아니라 집값·전월세·거래량·공급량·실수요자의 주거비가 실제로 어떻게 변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집 한 채를 가진 국민에게 “당신은 무엇을 잘못했나”라고 묻는 정치보다, “정부는 왜 국민이 집 한 채를 갖기 어려운 나라를 만들었나”라고 묻는 정치가 먼저여야 한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 세금카드 꺼낸 정부, 보유세 강화하나…부동산 국민토론회 연다
- 서울신문 — 부동산 규제 재확인…李 “세제 새달 정리·공급책 곧 발표”
- 서울신문 — 김용범 “23일 李대통령 주재 부동산 대토론회”
- 연합뉴스 — 오세훈 “정부, 보유세·양도세 강화론…실패한 길 다시 가려 해”
- 서울시 — 오세훈, ‘장특공제’ 유지 등 정부에 건의
- 서울신문 — 반도체 호황이 집값 자극할라…靑 “보유·양도세 정상화해야”
- 서울신문 — 세금으로 ‘반도체 벨트’ 집값 잡을까…전월세난 우려도
- 서울신문 — 부동산 세제 손질, 취득·보유·양도세 전반 면밀 점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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