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오빠 본질론’…김민석의 ‘불량 쪽가위’, 그런데 김승원은 “오기 부리지 마라, 지금이라도 접어라”
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바쁜 사람 가운데 한 명을 꼽으라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빼놓기 어렵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파고들며 한동훈은 녹취록과 수사 관련 자료를 들고 연일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승원 후보자는 이에 맞서 “청문회에 나와 증명하라”며 한동훈을 증인으로 요구했다.
한동훈은 한술 더 떠 자신을 청문위원으로 승인해달라고 국회의장에게 요청했다. 정치가 참 편리해졌다. 의혹을 제기한 사람과 의혹을 받는 사람이 서로 “청문회에 나오라”고 상대방을 부르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 싸움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있다. ‘오빠’다. 한동훈 측이 제기한 문제의 핵심에는 김승원 후보자와 브로커 양모 씨 사이의 친분과 접촉, 그리고 제넨셀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식약처에 어떤 방식으로 민원을 전달했는지가 놓여 있다. 김 후보자는 식약처장에게 전화와 문자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부정한 청탁은 아니었다고 반박했고, 양씨와는 친한 후배로 지낸 관계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빠’라는 호칭 자체가 아니라 그 관계가 어떤 성격이었으며, 그 관계가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는가다. 사적인 친분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사적인 친분을 통해 공적 권한에 접근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결국 본질은 애칭이 아니라 권력과 사적 관계 사이의 거리다.
그래서 한동훈이 지금 벌이고 있는 이른바 ‘오빠 본질론’은 정치적 수사로만 치부하기에는 묘한 힘이 있다. 사람을 공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별명을 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별명이 아니라 관계의 실체를 검증해야 한다. 김승원 후보자가 실제로 어떤 부탁을 받았고, 누구에게 연락했으며, 그 결과 행정절차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금전적·정치적 대가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현재 김 후보자는 부정청탁을 부인하고 있고, 과거 관련 사건에서 자신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게이트’나 ‘카르텔’로 확정하는 것도, 반대로 “이미 끝난 사건”이라며 질문 자체를 닫아버리는 것도 성급하다. 청문회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등장한다. 김 대표는 한동훈의 공세를 두고 “자기 청문을 하셔야 할 시간”이라고 반격했고, 9일에는 한동훈을 겨냥해 이른바 “조선 불량 쪽가위”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한동훈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분위기도 나타났다.
한동훈의 의혹 제기를 ‘검찰 캐비닛 정치’로 규정하는 김승원 측과, 녹취록과 수사자료를 근거로 문제를 제기하는 한동훈 측이 정면 충돌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아이러니가 있다. 가위가 좋은지 불량인지 논쟁하는 사이, 국민은 가위가 무엇을 잘라내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의혹의 실체를 잘라내는 것인지, 아니면 의혹을 제기한 사람의 입을 잘라내는 것인지 말이다.
특히 김승원 후보자가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오라”고 한 대목은 오히려 한동훈에게는 호재처럼 보인다. 한동훈 역시 청문회에 자신을 참여시켜 달라고 요구하면서 정면승부를 자청했다. 국민 입장에서야 나쁠 것이 없다.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직접 나오고, 후보자가 직접 답하고, 당시 행정기관 관계자와 관련 인물들의 증언까지 이어진다면 오히려 진실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커진다.
“나오지 마라”보다 “나와서 증명하라”가 훨씬 낫다. 정치권이 정말 억울하다면 공개 검증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반대로 제기된 의혹에 실체가 있다면 청문회는 그것을 드러낼 기회가 된다. 김 후보자 측이 한동훈에게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한 만큼, 이제 공은 청문회와 검증 절차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법무부 장관 후보자라는 자리는 다른 장관 후보자와도 무게가 다르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과 형사사법 시스템의 한 축이다. 그런 자리에 오를 사람이 과거 민원 전달 과정에서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왜 식약처장에게 연락했는지, 관련 업체와 브로커와의 관계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 그것은 한동훈을 위한 설명이 아니다.
김승원 후보자 자신을 위한 설명이다. 그러니 “오기 부리지 마라, 지금이라도 접어라”라는 정치적 압박도 결국은 본질을 비켜갈 수 없다. 후보자가 정말 적합하다면 청문회를 통해 의혹을 털어내면 된다. 반대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큰 책임일 수도 있다. 장관 자리는 버티기의 상징이 아니라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태에서 가장 우스운 장면은 ‘오빠’와 ‘쪽가위’가 서로 날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동훈은 관계의 본질을 묻고, 김승원은 청문회에 나와 증명하라고 맞선다. 김민석은 한동훈을 ‘조선 불량 쪽가위’라고 부른다. 그런데 국민이 궁금한 것은 누가 더 잘 베느냐가 아니다. 그 가위가 무엇을 잘라내고 있는가다. 의혹의 실체인가, 아니면 정치적 공격인가.
김승원 후보자와 양수진 씨 사이의 관계가 정말 공익적 관계였다면 그 공익성을 설명하면 된다. 식약처 접촉이 정당한 민원 전달이었다면 그 절차와 경위를 공개하면 된다. 반대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오빠’도, ‘불량 쪽가위’도 진실을 대신해줄 수 없다. 한동훈에게도, 김민석에게도, 김승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이다.
정치는 말의 전쟁이지만 장관 인사청문회까지 말싸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청문회 증인이라도 서겠다”는 한동훈과 “청문회에 나와 증명하라”는 김승원이 만났을 때, 그 자리에서 필요한 것은 쪽가위가 아니라 현미경이다. 그리고 현미경 아래에서는 ‘오빠’도 ‘조선 제일 검’도 ‘조선 불량 쪽가위’도 의미가 없다.
관계가 무엇이었는지, 무슨 부탁이 오갔는지, 공적 권한이 움직였는지, 그리고 장관 후보자로서 국민 앞에 떳떳한지를 확인하면 된다. 그것이 김승원 후보자에게 가장 공정한 청문회이고, 동시에 한동훈에게도 가장 무서운 검증일 것이다.
참고 출처
- 김승원 후보자의 식약처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 해명 및 한동훈에 대한 청문회 증인 요구 — 연합뉴스, 2026.9.7
- 한동훈의 김승원 관련 의혹 제기 및 청문회 증인·청문위원 참여 요구 — 연합뉴스·뉴시스, 2026.9.3~9.7
- 김승원 청문회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공방 — 연합뉴스, 2026.9.9
- 김민석 대표의 한동훈 비판 및 “조선 불량 쪽가위” 발언 — 연합뉴스, 2026.9.9
- 김민석 대표의 앞선 한동훈 비판 — 연합뉴스, 202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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