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권·표현의 자유와 한국 사법권의 충돌…이재명 정권을 향한 미국의 문제 제기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첫째, 모스 탄 사건의 본질은 이제 ‘명예훼손 사건’ 하나로만 보기 어렵다. 모스 탄 전 미국 국제형사사법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제형사사법 담당 대사를 지낸 미국 시민권자로, 지난해 워싱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와 관련된 주장을 제기했다가 한국에서 명예훼손 혐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그가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법무부에 출국정지를 신청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수사의 실효성과 공익을 이유로 출국정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검찰은 지난 7월 그를 불구속 기소했고, 출국정지는 다시 연장됐다. 여기까지라면 한국 사법기관이 자국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수사하는 통상적인 형사사건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발언이 한국에서 한 말이 아니라 미국 워싱턴에서 한 발언이라는 점, 피의자가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 그리고 그 결과가 ‘미국으로 돌아갈 자유’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그래서 미국 국무부의 반응이 중요하다. The Epoch Times는 지난 7월 17일 모스 탄 사건을 미국 시민권자의 출국 제한 문제로 다루면서 미국 국무부의 입장을 보도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의 안전과 안보를 최우선으로 한다면서, 미국 시민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없이 출국금지의 대상이 되는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것은 곧바로 “미국이 한국의 사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선언은 아니다. 미국 시민이 해외에서 현지법을 위반했다면 현지 사법절차의 적용을 받는다는 원칙은 미국도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무부가 문제 삼을 수 있는 지점은 별개다. 한국의 사법권이 존재하는가가 아니라, 그 사법권이 국제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비례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갖고 행사되고 있는가가 핵심이다.
셋째, 특히 미국적 관점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표현의 자유’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가 한국 영토에서 미국 시민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 모스 탄이 한국에서 한국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고 해서 미국 헌법이 한국 사법기관보다 우위에 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문제의 발언을 한 장소가 워싱턴이라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그 발언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비판과 선거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포함하고 있다. 한국 검찰은 이 대통령에 관한 허위사실이 국내에서 피해를 발생시켰다는 논리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 보면 정치적 발언을 한 미국 시민이 외국 정상에 대한 발언을 이유로 귀국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상당히 불편한 선례가 될 수 있다. 실제로 The Christian Post도 8월 4일 모스 탄 사건을 “전 트럼프 행정부 인사가 한국을 떠날 수 없게 된 사건”으로 다루며, 탄 측의 ‘독재화’ 우려를 소개했다.
넷째, 여기서 ‘안동댐 의혹’과 모스 탄 사건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안동댐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의 청소년기와 관련해 온라인에서 오랫동안 반복된 주장으로, 과거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 논란과 형사처벌까지 이어진 사안이다. 실제로 2021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가 안동댐 인근 범죄와 소년원 수감에 연루됐다는 주장을 퍼뜨린 유튜버가 2023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벌금형을 받은 사례도 확인된다. 따라서 모스 탄이 제기한 주장의 사실 여부와 한국의 기존 판결·수사 결과를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그것이 허위라면 법적 책임을 묻는 것과, 그렇다고 해서 미국에서 이루어진 정치적 발언 전체를 출국 제한의 장기적 근거로 삼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사실관계의 진위와 표현행위에 대한 국가권력의 대응을 분리해 따져야 한다는 뜻이다.
다섯째, 더욱 흥미로운 대목은 손현보 목사와 미국 국무부의 접촉이다. 지난 2월 미국 국무부 고위 인사들이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를 먼저 만나 종교의 자유 등을 논의했고, 6월에는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의 라일리 반스 차관보 일행이 부산 세계로교회를 방문해 손 목사 측과 다시 면담했다. 한국의 국내 정치적 논쟁이 이미 미국의 종교 자유·인권 문제와 연결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스 탄 사건까지 미국 국무부의 관심 대상이 된다면,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단순한 ‘외국인 형사사건’으로만 설명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미국은 손현보 문제에서는 종교·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모스 탄 문제에서는 미국 시민권자의 절차적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각각 들여다볼 수 있다. 여기에 전직 트럼프 행정부 대사라는 상징성까지 겹치면서 개별 사건들이 하나의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미국의 관찰’이라는 프레임으로 묶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여섯째,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와 미 국무부가 이재명 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그렇게 단정하기보다 ‘압박의 단계가 올라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국무부가 당장 한국 정부에 모스 탄의 출국을 허용하라고 명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사법권은 한국의 주권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영사 접근과 법률 절차 확인, 외교 채널을 통한 문제 제기, 인권·종교자유 보고서에서의 평가, 미국 시민권자 권리 보호 차원의 공개적 질의, 그리고 필요하다면 한미 고위급 회담에서 이 문제를 의제로 올리는 방식이다. 이미 The Epoch Times가 미국 국무부의 우려를 받아 보도했고, 기독교 보수 성향의 The Christian Post까지 이 사건을 다뤘다는 것은 한국 국내 정치의 프레임이 미국 내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미국 시민권자의 권리’라는 다른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는 신호다.
일곱째, 결국 이 사건에서 이재명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모스 탄 개인이 아니라 ‘사법권력의 국제적 이미지’일 수 있다. 모스 탄의 발언이 허위라면 법정에서 증거로 입증하면 된다.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한다면 한국 법원이 판결하면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출국정지가 반복되고, 발언 장소가 미국이었으며, 당사자가 미국 시민권자이고, 전직 미국 고위 외교관이라는 사실이 겹치면 이야기는 국내 형사사건의 차원을 넘어선다. 특히 미국의 정치문화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거친 비판과 정치적 의혹 제기는 매우 넓게 허용된다. 한국의 사법권이 미국식 표현의 자유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한국의 사법권 역시 ‘대통령 비판자를 처벌하기 위해 국가권력이 동원됐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남기지 않을 책임이 있다. 이재명 정부가 정말 자신 있다면 답은 출국정지의 반복이 아니라 공개된 법정과 증거여야 한다. 미국 국무부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의 수사권을 무력화해서도 안 된다. 결국 한미동맹이 시험받는 지점은 누가 모스 탄을 이기느냐가 아니라, 한국의 사법권과 미국의 표현의 자유가 서로 충돌할 때 양국이 얼마나 투명하고 절제된 법치로 답하느냐에 있다. 이 사건이 장기화될수록 미국의 질문은 “모스 탄이 무슨 말을 했는가”에서 “왜 그 말을 한 미국 시민이 아직 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부터 이 사건은 이재명 정부의 국내 사법 문제가 아니라 한미관계와 민주주의의 국제적 신뢰 문제가 된다.
참고자료
- The Epoch Times — Former US Ambassador Remains Under South Korea Exit Ban — 미국 국무부의 미국 시민 출국정지 관련 입장까지 포함.
- The Christian Post — Fmr. Trump official Morse Tan banned from leaving South Korea — 기독교 보수 언론권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프레임.
- 연합뉴스 — 미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 손현보 목사 면담 — 미국 국무부의 한국 내 종교·인권 관련 접촉.
- 연합뉴스 — 모스 탄 출국정지 및 법원 판단 — 한국 사법기관의 공식적 논리.
- 연합뉴스 — 모스 탄 불구속 기소 및 추가 출국정지 — 최신 형사절차.
- 조선일보 — ‘이재명 소년원’ 허위사실 공표 유튜버 벌금형 — 안동댐·소년원 의혹의 법적 처리 사례.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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