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에서 경찰을 풍자하는 세 단어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퀵, 딸깍, 암장.’퀵하게 처리하고, 딸깍 한 번으로 전산상 사건을 닫고, 결국 사건 자체를 암장해버린다는 의미의 냉소다. 물론 경찰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러나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 씨 사건을 경찰이 허위로 종결 처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실종 추정 시점의 인근 CCTV 118대 영상이 이미 삭제된 뒤 경찰의 영상 열람 요청이 두 달이나 지나서야 이뤄졌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이런 풍자가 힘을 얻고 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담당 경찰관은 실종 관련 자료를 내부 시스템에서 무단 삭제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문제는 한 경찰관의 일탈을 넘어선다. 시민 입장에서 “신고하면 국가가 찾아준다”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망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경찰이라는 조직 전체의 브랜드가 함께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무서운 것은 사건의 결과보다 ‘딸깍’이라는 단어가 만들어낸 심리다. 시민에게 경찰의 수사종결권은 법률상의 복잡한 권한 배분이 아니라 “내 사건을 경찰이 제대로 들여다볼 것인가”라는 문제다. 특히 실종·스토킹·데이트폭력·성범죄처럼 초기 대응의 몇 시간, 며칠이 결정적인 사건에서는 신고 접수 이후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가 곧 생명과 안전의 문제다. 그런데 장미란 사건에서는 경찰이 실제 수색 과정에 있던 상황에서 사건이 허위로 종결되면서 현장 수색이 중단됐고, 이후 내부 시스템 자료 삭제 정황까지 확인됐다.
여기에 CCTV 영상까지 남아 있지 않았다면 시민은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그렇다면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국가가 가진 증거는 도대체 무엇인가?”이것이 바로 ‘퀵·딸깍·암장’이라는 조롱이 단순한 인터넷 유행어를 넘어서는 지점이다. 풍자는 제도를 비웃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시민에게 주던 신뢰가 사라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더 정치적인 논쟁을 만든 인물이 검사 출신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다. 박 의원은 장미란 사건과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연결하는 비판에 대해, 당시에도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존재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보완수사권 폐지의 결과라고 단순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법률적으로는 일리가 있는 반론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이 발생한 시점의 제도적 구조를 정확히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다른 질문이 남는다. 검찰의 수사권을 줄이고 경찰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을 주장했던 정치세력이 이제 경찰의 부실수사가 드러났을 때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것인가라는 문제다. 박은정 의원 개인에게 장미란 사건의 책임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검사 출신으로서 검찰개혁과 수사권 조정의 정치적 논리를 강하게 주장해온 인물이라면, “이번 사건은 보완수사권과 무관하다”는 방어적 설명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오히려 경찰 수사종결권이 확대된 이후 경찰을 어떻게 통제하고, 잘못된 종결을 어떻게 되돌리며, 피해자와 가족이 어떤 방식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인지까지 제시해야 한다.
이 문제는 결국 이재명 정부의 2030 여성 지지층과도 연결된다. 최근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5.8%, 30대 여성은 40.7%로 전체 평균 43.3%보다 낮았다. 한국갤럽의 월별 자료에서도 지난해 7월 20대 여성 61%, 30대 여성 69%였던 긍정평가가 올해 7월 각각 45%, 47%로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하락을 장미란 사건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부동산, 세제, 자산형성, 경제 불안 등 여러 요인이 겹쳤다는 분석이 함께 나온다. 그러나 여성 청년층에게 ‘안전’은 추상적인 정치적 가치가 아니다. 밤길, 귀가, 데이트폭력, 스토킹, 실종, CCTV 같은 일상의 문제다. 과거 진보·민주당 계열이 여성의 안전과 약자 보호를 중요한 정치적 자산으로 내세웠다면, 이제 그 약속의 실효성을 묻는 유권자가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정부가 나의 안전을 실제로 지켜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만족스러운 답을 하지 못한다면 정치적 구호만으로 여성 지지층을 붙잡기는 어렵다.
여기에 CCTV 문제는 훨씬 넓은 의미를 갖는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은 경찰이 CCTV를 직접 삭제했다는 단순한 사실로 확인된 것이 아니라, 실종 추정 시점의 주변 CCTV 118대 영상이 6월 중순 전량 삭제됐고 경찰의 열람 요청이 그로부터 두 달 뒤에야 이뤄졌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실종사건에서 CCTV를 얼마나 오래 보존할 것인지, 경찰이 신고 즉시 영상 보존 요청을 자동으로 걸 수 있는지, 사건이 종결되더라도 핵심 영상과 기록을 독립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지 같은 제도적 질문이 나와야 한다. 특히 도시의 인구 이동과 주거 형태가 빠르게 변하면서 사람이 익명화되는 도심에서는 CCTV가 사실상 현대 사회의 중요한 목격자가 된다. 그런데 그 목격자가 사건이 본격 수사되기도 전에 사라진다면 아무리 강력한 수사권을 경찰에 주어도 소용이 없다. 수사권의 크기보다 증거가 살아 있는 시간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도심권 이전’과 생활비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청년 여성의 정치적 이탈을 단순히 이념 변화나 남녀 갈등으로 설명하면 중요한 현실을 놓친다. 청년층에게 주거비와 교통비가 올라가고, 안전한 지역에 살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직장과 주거가 멀어질수록 귀가 시간과 생활비까지 늘어난다면 안전은 곧 경제 문제다. 안전한 집에 사는 비용, 안전하게 귀가하는 비용, 범죄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제대로 대응해줄 것이라는 믿음까지 모두 생활비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2030 여성의 이탈은 ‘치안 불안’ 하나만의 결과도 아니고 ‘정치적 배신’ 하나만의 결과도 아니다. 경제적 불안과 안전에 대한 불안이 동시에 커질 때 정치적 효능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최근 조사에서도 2030 여성의 지지 하락에는 부동산·자산형성·생활경제와 함께 형사소송법 및 보완수사권 논란 등이 복합적으로 거론됐다.
결국 장미란 사건이 이재명 정부에 던지는 질문은 “검찰 수사권을 폐지했느냐 아니냐”보다 훨씬 크다. 경찰에 권한을 주었다면 그만큼 책임과 감시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사건을 잘못 종결한 경찰관 한 명을 징계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퀵·딸깍·암장’이라는 냉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경찰의 수사종결 과정에 자동 감사 시스템을 넣고, 실종·스토킹·강력범죄 관련 CCTV에 대해서는 신고 즉시 보존 명령이 작동하도록 하며, 피해자와 가족이 경찰의 종결 판단에 신속하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독립적인 검증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박은정 의원을 비롯해 수사구조 개편을 주장했던 정치권 역시 이제는 “검찰이 아니라 경찰”이라는 권한 이동의 논리를 넘어 “그렇다면 경찰이 실패했을 때 누가 시민을 구제할 것인가”에 답해야 한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가 2030 여성의 마음을 다시 얻고 싶다면 거창한 여성정책보다 이 질문부터 풀어야 한다. 내가 실종됐을 때 누군가 ‘딸깍’ 하고 사건을 닫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CCTV가 사라지기 전에 국가가 움직일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경찰이 내 편이라는 믿음. 정치의 출발점은 결국 거기다. ‘퀵·딸깍·암장’이 웃음거리가 아니라 공포의 단어가 되기 전에, 국가가 먼저 그 세 단어를 없애야 한다.
참고자료
- 제주 장미란 실종사건·경찰 수사종결 관련: 장미란 씨 실종사건의 수사 과정, 경찰의 사건 종결 및 내부 자료 삭제 정황, CCTV 확보 과정 등을 다룬 보도를 중심으로 확인했다. 관련 보도 — 장미란 실종 사건 및 CCTV 논란…특히 “경찰이 CCTV를 삭제했다”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실종 추정 시점 주변 CCTV 영상이 확보되지 않은 경위와 경찰의 영상 열람 요청 시점 등을 구분해서 쓰는 것이 안전하다.
- 장미란 사건의 경찰 종결 논란: 경찰의 사건 처리 과정과 내부 시스템 자료 삭제 정황을 다룬 후속 보도를 참고했다. 장미란 사건 경찰 처리 관련 보도
- 박은정 의원·검찰 수사권 논쟁: 검사 출신인 박은정 의원이 장미란 사건을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직접 연결하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한 내용을 참고했습니다. 관련 보도 — 박은정 의원의 보완수사권 관련 입장…여기서는 “박은정 의원이 장미란 사건의 책임자”라는 식의 표현은 피하고, “검찰개혁과 수사권 조정에 앞장선 정치인에게 경찰 권한 확대 이후의 통제장치를 묻는다”는 논평 구조가 적절하다.
- 2030 여성의 이재명 정부 지지율: 20·30대 여성층에서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과거보다 하락했다는 조사와 이를 둘러싼 분석을 참고했다. 한국갤럽 관련 보도 및 2030 여성 지지율 분석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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