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꽃”이라던 李대통령, 왜 “원수의 길”을 말했나?…김민석 7시 민주당TV, 김어준을 겨냥했나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김민석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자신을 두고 “민주당이 피워낸 꽃”이라고 표현했다. 대통령이 민주당의 중요한 일원이고, 당·정·청이 한몸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나왔다. 그런데 더 눈길을 끈 말은 따로 있었다. “다른 점을 찾기 시작하면 원수의 길을 가게 되고, 같은 점을 찾으면 형제의 길을 가게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표면적으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벌어진 친명·친청 갈등을 봉합하고 새 지도부에 단합을 당부한 말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전당대회 직후 정청래·송영길 의원과 식사를 한 데 이어 김민석 지도부까지 청와대로 불러 ‘식사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치에서 대통령의 말은 말한 사람의 의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특히 “꽃”이라는 자기 위치와 “원수의 길”이라는 경고가 같은 자리에서 등장했다는 것은, 민주당 내부에서 지금 벌어지는 갈등을 대통령이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말한 ‘다른 점을 찾으며 원수의 길로 가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대통령은 특정인을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유시민이나 김어준을 직접 겨냥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다만 최근 민주당 안팎의 흐름을 보면 이 발언이 왜 여러 방향으로 해석되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유시민은 최근 이 대통령을 향해 ‘오만한 권력자’라는 강한 비판을 내놓았고, 당내에서는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 전당대회 과정에서의 당무 개입 논란 등을 둘러싼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김어준의 방송은 민주당 정치인들이 메시지를 내보내는 대표적인 친여권 플랫폼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아 왔다. 따라서 대통령의 ‘원수의 길’ 발언을 특정 개인에 대한 경고라고 단정하기보다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결속을 흔드는 공개적 갈등과 외부 스피커들의 영향력 확대를 대통령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가라는 문제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그 시점에 김민석 대표가 ‘민주당TV’를 꺼내 들었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당에서 생산되는 모든 뉴스를 민주당TV를 통해 전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고, 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델리민주’를 개편해 자체적인 뉴스·정치 콘텐츠 플랫폼으로 만드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더구나 보도에 따르면 첫 방송은 9월 초, 오전 7시 전후가 검토되고 있으며 김민석 대표의 직접 출연 비중도 상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은 평일 오전 7시 5분에 방송된다. 결국 시간표만 놓고 보면 김민석의 민주당TV가 김어준의 아침 방송과 정면으로 겹치는 그림이 만들어진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를 ‘김어준 견제’로 해석하는 이유다. 다만 민주당 측이 민주당TV를 김어준을 겨냥한 프로젝트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다.
여기서 민주당의 진짜 갈등 구조가 드러난다. 과거 민주당은 당이 메시지를 생산하면 김어준 같은 외부 친여 스피커가 그것을 확산시키는 구조를 상당 부분 활용했다. 그런데 이제 김민석 체제는 “당의 모든 뉴스는 민주당TV로 시작해야 한다”는 방향을 내놓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홍보채널 하나를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누가 민주당의 의제를 정하고, 누가 민주당 정치인의 출연을 결정하며, 누가 지지층에게 하루의 첫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라는 ‘스피커의 주도권’ 문제다.
김어준의 방송은 이미 막강한 시청자와 영향력을 갖고 있고, 실제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대거 출연해 정책과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김민석 대표가 오전 7시대 자체 방송을 만들겠다는 것은 바로 그 여론 형성 구조에 당이 직접 뛰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김어준에 대한 압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더 넓게 보면 민주당이 외부 스피커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 미디어 권력을 구축하려는 시도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원수의 길’과 김민석의 ‘민주당TV’는 정말 별개의 사건일까. 반드시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통령은 당 지도부 만찬에서 작은 차이를 넘어 하나가 되자고 강조했고, 김민석은 당의 메시지를 외부 플랫폼이 아니라 당이 직접 통제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 둘을 연결하면 하나의 정치적 방향이 보인다. 당내에서는 갈등을 봉합하고, 당 밖에서는 메시지의 주도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곧바로 ‘친명 일색의 언론통제’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정당이 자체 미디어를 강화하는 것은 정상적인 정치활동일 수도 있다. 문제는 민주당TV가 다양한 당내 목소리를 담는 플랫폼이 될 것인지, 아니면 지도부의 공식 메시지만 반복하는 ‘당의 방송국’이 될 것인지다. 전자라면 민주당의 정치적 자산이지만, 후자라면 오히려 유시민 같은 내부 비판자와 김어준 같은 외부 스피커의 영향력을 더 키우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더구나 김민석에게는 상당히 미묘한 선택이다. 김어준을 정면으로 밀어내는 것은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서 불필요한 충돌을 만들 수 있다. 반대로 김어준에게 계속 의존하면 새 지도부가 당의 메시지를 독자적으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민주당TV의 성공 여부는 구독자 숫자보다 누구를 출연시키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친명계만 출연하고 대통령과 지도부의 메시지만 전달한다면 ‘관제 채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정청래계, 비주류, 정책 전문가, 현장 의원들의 목소리까지 담아낸다면 김어준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새로운 공론장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김어준 방송에 출연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사실상 ‘압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오히려 문제가 커진다. 당의 공식 미디어가 외부 방송 출연을 통제하는 순간,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다른 점을 찾으면 원수의 길’이라는 메시지가 역설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 당의 적이 되는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장면의 핵심은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민주당이 피워낸 꽃’이라고 규정했다는 사실보다, 그 꽃을 피워낸 정당 안에서 누가 물을 주고 누가 가지를 치며 누가 햇빛을 독점할 것인가에 있다. 이 대통령은 “같은 점을 찾으면 형제의 길”이라고 했지만 민주주의 정당은 원래 같은 점만 찾는 조직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충돌하고, 토론하고, 때로는 지도부를 비판하면서도 하나의 정당으로 공존하는 것이 정당정치다.
유시민의 비판이든 김어준의 영향력이든 김민석의 민주당TV든 결국 시험대는 하나다. 민주당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는 것과 대통령의 뜻에 모두가 같아지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김민석 대표가 민주당TV를 성공시키려면 김어준을 이기는 방송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김어준이든 유시민이든 당내 비주류든 누구든 공개적으로 다른 말을 할 수 있는 더 큰 정치적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수의 길’을 막으려던 이 대통령의 한마디가 오히려 민주당 내부에서 “누가 원수이고 누가 형제인가를 결정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더 불편한 질문을 낳을 수 있다.
참고자료
- 이재명 대통령 민주당 지도부 만찬 발언
이 대통령이 김민석 대표 등 민주당 신임 지도부와 만찬을 갖고 당정 간 단합을 강조하면서 자신을 민주당이 피워낸 꽃에 비유하고, 서로 다른 점보다 같은 점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낸 보도를 참고했다. - 김민석 민주당TV 추진
민주당이 기존 ‘델리민주’를 개편해 자체 뉴스·정치 콘텐츠를 강화하는 민주당TV 출범을 추진하고 있으며, 9월 초 오전 7시 전후 첫 방송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를 참고했다. (newsis.com) - 김어준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평일 오전 7시대 방송이라는 점에서 민주당TV와 시간대가 겹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를 참고했다. (ichannela.com) - 유시민의 이재명 비판
유시민이 이 대통령을 ‘오만한 권력자’라고 평가하고,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자신의 영향력으로 세우는 것은 왕정·귀족정으로 갈 수 있다는 취지로 비판한 보도를 참고했다. - 민주당 내부 반응
유시민 발언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인 반박이 등장하면서 친이재명계와 유시민 측의 논쟁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참고했다.
Socko/Ghost

















One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