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견제, 추미애 “와서 빌어라” vs 이재명 “선동 말라”…흔들리는 민주당의 권력 방정식
추미애가 칼을 뽑았다. 그것도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와서 빌어라’는 식의 공개적인 결단을 요구하는 칼이다. 검찰개혁을 놓고 이재명 정부가 후퇴하고 있다는 추미애의 비판은 이제 단순한 정책 이견을 넘어섰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내려가는 이유를 검찰개혁에서 찾고, 민주화 세력 앞에서 사죄하고 다시 서약하라는 요구까지 등장했다면 이는 사실상 대통령을 향한 정치적 경고장에 가깝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의 답은 정반대다. 과격한 선동과 과도한 선명성 경쟁이 오히려 개혁을 방해할 수 있다는 취지로 강경파를 겨냥했다. 한쪽은 “더 세게 가라”고 외치고, 다른 한쪽은 “그렇게 하면 오히려 반동”이라고 맞받아친다. 집권당의 개혁 노선이 한 지붕 아래서 두 개의 확성기로 방송되는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충돌의 시점이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최근 30%대로 내려앉았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면서 여권 내부의 공기가 달라졌다. 정치에서 지지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권력자 주변에서 갑자기 의자의 높이가 달라지는 신호다. 지금까지 대통령의 개혁을 얼마나 강하게 뒷받침하느냐가 충성의 척도였다면, 지지율이 흔들리는 순간부터는 누가 대통령의 다음 국면을 준비하느냐가 문제가 된다. 추미애의 메시지가 유난히 거칠게 들리는 것도 그래서다. 대통령이 흔들릴수록 내부에서는 오히려 더 강한 개혁을 요구하는 세력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강경함이 개혁의 동력인지, 차기 권력의 존재감을 위한 정치적 포석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여기서 ‘대권 견제’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물론 추미애의 발언을 곧바로 차기 대권 경쟁의 출발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특정 인물이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공개적으로 교정하려 들고,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원인까지 자신이 진단하며, 심지어 대통령에게 사과와 재서약을 요구한다면 그 순간부터 그 발언은 정책 논평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대통령이 가진 현재 권력과 차기 주자가 가질 수 있는 미래 권력이 미묘하게 부딪히는 지점이다. 대통령에게는 ‘내 정부의 개혁’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고, 당내 경쟁자에게는 ‘우리가 진짜 개혁의 원조’라는 공간을 확보할 유인이 있다. 정치가 참 묘하다. 같은 깃발을 들고 행진하던 사람들이 정작 깃발을 누가 들 것인가를 놓고 싸우기 시작한다. 더구나 이재명의 반격은 상당히 계산된 메시지로 읽힌다. 이 대통령이 강경파의 선명성 경쟁을 경계하는 것은 검찰개혁 자체를 부정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개혁을 국정 운영의 성과로 완성하려면 거리의 분노와 정치적 구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 가깝다.
민주당이 오랫동안 검찰개혁을 상징적 과제로 내세워왔지만, 집권 이후에는 그 개혁을 실제 제도와 행정으로 완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나친 강경론은 지지층에게는 박수를 받을지 몰라도 중도층에게는 피로감을 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지금 경계하는 것은 바로 그 지점일 가능성이 크다. 개혁의 칼날이 너무 번쩍이면 적을 베기 전에 유권자의 눈부터 찌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미애식 정치의 장점도 분명하다. 지지율이 떨어질 때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반대 세력의 공격만이 아니다. 자신의 핵심 지지층이 “처음과 달라졌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추미애는 바로 그 균열을 파고드는 셈이다. “검찰개혁을 위해 정권을 만들었는데 왜 이제 와서 속도를 조절하느냐”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상당히 강력하다.
특히 개혁의 상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는 더욱 그렇다. 반대로 이재명에게는 “정권을 잡았으면 이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국정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는 현실적인 계산이 있다. 결국 둘의 싸움은 개혁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다. 누가 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할 것인가의 싸움에 더 가깝다.
그래서 이 장면은 민주당 내부의 단순한 자중지란으로만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집권당이 권력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균열일 수 있다. 정권 초반에는 대통령의 지지율이라는 거대한 우산 아래 다양한 세력이 함께 움직인다. 그러나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정 부담이 커지면 우산 아래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자기 우산을 펴기 시작한다.
추미애가 그 첫 번째 우산을 펴는 것이라면, 앞으로 더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개혁 브랜드와 정치적 존재감을 앞세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때부터 민주당의 싸움은 야당과의 전쟁보다 더 복잡해진다. ‘누가 이재명의 사람인가’에서 ‘누가 이재명 이후에도 살아남을 사람인가’로 질문이 바뀌기 때문이다.
결국 “와서 빌어라”와 “선동하지 말라”는 두 문장은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다. 하나는 개혁의 정통성을 내가 쥐고 있다는 선언이고, 다른 하나는 국정의 최종 결정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경고다. 추미애가 강하게 밀어붙일수록 이재명은 대통령 중심의 국정 장악력을 강조할 수밖에 없고, 이재명이 선명성 경쟁에 제동을 걸수록 추미애는 오히려 자신을 ‘개혁의 원칙을 지키는 사람’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서로를 공격하는 순간 서로의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주는 구조다. 민주당의 진짜 위기는 누가 누구에게 “빌라”고 했느냐가 아닐지도 모른다. 지지율이 내려갈 때까지는 모두가 한목소리였는데, 지지율이 흔들리자 갑자기 각자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는 것. 권력의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는 때로 선거가 아니라 이런 말싸움에서 먼저 들린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추미애 “李대통령 지지율 하락, 검찰개혁 때문…다른 이유 없다”」, 2026.09.10.
- 이데일리, 「부동산보다 검찰개혁?…추미애가 꼽은 李 지지율 하락 원인」, 2026.09.10.
- 파이낸셜뉴스, 「추미애 “李대통령 지지율 하락, 검찰개혁 때문…다른 이유 없다”」, 2026.09.10.
- 뉴스핌, 「여권 내 팽팽한 ‘검찰개혁’ 법안 논쟁…검찰총장 명칭·보완수사권 쟁점」, 2026.03.10.
- 서울신문, 「검찰·사법개혁 선봉…이젠 경기도민 앞에서 실력·비전으로 승부」, 2026.05.11.
- 매일경제, 「추미애 “李 지지율 하락, 검찰개혁 때문”…조국 주장엔 “100% 맞다”」, 2026.09.10.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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