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 앞에서, 강신철은 헌법 앞에서 김정은 시험대에 섰다
이번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 논란의 본질은 이미 젤렌스키가 무엇을 폭로했느냐를 넘어섰다. 이제 야권의 공격은 한 가지 질문으로 좁혀진다. 왜 이재명 정부는 북한군 포로의 국내 송환 사실을 국민에게 먼저 알리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와 한반도 정세에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비공개하기로 합의했고, 공개가 국익과 포로들의 생명·안전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다고 반박했다.
또 국정 지지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안임에도 홍보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국익을 선택한 증거라는 취지로 야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야권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국민의힘에서는 정부가 북한의 반응을 의식해 비공개를 택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공개하는 것조차 북한 눈치를 봐야 한다면 문제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주진우 의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 당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소환하며 이번에도 북한 포로를 비공개 처리하려 했던 이유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것은 현재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야권이 제기하는 의혹이다. 이번 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에 왔다는 사실과 과거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사건의 성격과 경위가 다르다. 하지만 야권이 그 과거 사례를 끌어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남북관계 개선과 긴장 완화를 위해 정부가 국민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정치적 의심을 제기하는 것이다. 여기서 논쟁의 프레임이 바뀐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과 생명을 위한 비공개’라고 말하고, 야권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비공개’라고 의심한다. 같은 비공개를 놓고 하나는 안보를 위한 절제, 다른 하나는 대북관계를 위한 눈치 보기라고 해석하는 셈이다.
어느 쪽이 사실인지는 결국 정부가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설명해야 한다. 특히 포로들이 한국행을 선택한 과정, 국내 입국의 법적 근거, 우크라이나와의 협의 내용, 향후 신변 보호와 처우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다면 정치적 의혹은 사실관계의 검증 대상으로 내려올 수 있다. 반대로 설명이 부족할수록 정치적 해석이 그 빈자리를 차지한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반격도 오히려 더 무거운 책임을 만든다.
“국익과 생명을 위해 공개하지 않았다”는 논리는 외교적으로 충분히 성립할 수 있다. 실제로 비공개 외교와 인도적 협상은 존재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익을 이유로 비공개를 선택했다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것은 ‘왜 공개하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지키기 위해 공개하지 않았느냐’다. 그리고 그 답에는 북한의 반응을 고려한 것과 포로 개인의 의사를 존중한 것이 어떻게 구분되는지도 들어가야 한다.
안보에서 침묵은 때로 필요하지만, 민주주의에서 침묵이 길어지면 그 자리는 의혹이 차지한다. 이 대목에서 앞서 강신철 국방장관의 청문회 발언이 다시 떠오른다. 강 장관은 참군인의 기준을 국가와 국민, 그리고 헌법의 수호에 두면서 상관의 명령에도 넘어서는 안 되는 마지노선이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리고 김현태 전 707특임단장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둘러싼 질문에서도 참군인의 기준을 분명하게 선 그었다.
그렇다면 이제 그 원칙은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명령한다고 해서 그것이 자동으로 헌법적 명령이 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장관 개인의 판단이 헌법보다 앞설 수도 없다. 참군인의 기준을 그렇게 엄격하게 제시했다면, 그 기준은 여권과 야권을 가리지 않고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지금 강 장관에게는 추상적인 ‘참군인론’이 아니라 현실의 시험장이 놓여 있다.
북한군 포로 문제뿐 아니라 최근 DMZ 지뢰 사고와 유엔사 현장조사를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면서, 정부의 대북정책과 군의 헌법적·군사적 판단이 실제로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야권은 정부가 북한과의 긴장 완화를 우선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국익을 위한 판단이라고 설명한다. 이때 강신철이 청문회에서 말한 ‘헌법을 지키는 참군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수행하는 국방장관인가, 아니면 대통령의 정책이라도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는 순간 제동을 걸 수 있는 국방장관인가. 결국 이번 북한군 포로 논란은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평화를 위한 비공개’가 북한 눈치 보기와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해야 하는 시험이고, 강신철 국방장관에게는 ‘참군인은 헌법에 복종한다’는 자신의 청문회 답변을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시험이다.
야권이 문재인 정부의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례까지 끌어오는 것은 현재 정부가 실제로 같은 선택을 했다는 증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과거의 논란을 현재의 대북정책에 겹쳐 의심하는 정치적 공세다. 따라서 이제 필요한 것은 서로의 의혹을 더 크게 외치는 일이 아니라 기준을 명확히 하는 일이다.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서라면 어디까지 비공개할 수 있는가.
평화를 위해서라면 무엇까지 양보할 수 있는가. 그리고 대통령의 명령이 헌법과 충돌하는 순간 국방장관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강신철이 청문회에서 말한 ‘참군인’의 진짜 시험은 바로 그때 시작될 것이다. 더구나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내놓은 한반도 구상은 ‘포용적·안정적·책임 있는 평화공존’을 앞세워 북미대화 재개와 남북 간 소통 복원을 강조했다.
다만 연설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축소해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로 가겠다는 언급은 있었지만, 북한의 인권 문제나 최근의 군사적 위협·호전적 태도를 전면에 내세운 메시지는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응답하지 않는 북한을 향해 평화 대화만 거듭 호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여지가 있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 평화를 강조하는 외교적 메시지와 실제 군사적 억지·대비태세는 별개의 축이다. 문제는 평화를 말하는 대통령의 언어와 냉혹한 국방 현실 사이의 간극을 누가 메우느냐는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강신철 국방장관의 ‘헌법에 충성하는 참군인’이라는 청문회 답변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평화를 위한 대통령의 명령이 군사적 현실과 충돌하는 순간, 그가 선택해야 할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참고자료
- 북한군 포로 2명 국내 송환 및 비공개 논란 – 우크라이나에서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으로 송환됐고, 이 사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개를 통해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당사자들의 자유의사와 국제법·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포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협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 이재명 대통령의 비공개 결정 반박 – 이재명 대통령은 포로 송환 사실을 비공개하기로 한 합의가 있었다며, 외교·안보 및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정부의 비공개 방침을 비판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생명과 안보보다 정치적 생색을 우선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강하게 반박했다.
- 여야의 북한군 포로 비공개 공방 – 민주당은 포로 당사자의 신변 보호와 한·우크라이나 간 신뢰를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비공개 결정의 이유와 대북정책적 배경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부 야권 인사들은 북한의 반응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비판했다.
- 문재인 정부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 2019년 탈북어민 2명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은 뒤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북한으로 송환된 사건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이 관련 혐의로 기소됐으며, 2026년 현재 항소심 절차가 진행됐다. 검찰은 귀순 의사에 반한 강제북송 및 국내 법령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Socko/Ghost













One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