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DMZ 지뢰가 채 상병 사건이 되기까지 — 윤상현의 ‘책임론’은 어디까지 사실인가

서부전선 DMZ에서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터져 우리 군 간부 3명이 다친 사건이 추석 정국의 새로운 정치적 뇌관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 지뢰 자체보다 더 묘한 정치적 연결고리가 등장했다. 윤상현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고를 해병대 채 상병 사건과 사실상 같은 잣대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논리는 간단하다. 북한 지뢰의 위험 가능성을 알고도 장병들을 작전에 투입했고, 그 결과 장병들이 다쳤다면 ‘위험을 알고도 명령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채 상병 사건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실 등에 책임을 물었던 논리와 같은 기준을 현 정부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날카로운 프레임이다. 그러나 날카로운 프레임과 입증된 사실은 같은 것이 아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대목부터 따져야 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공식 설명은 이번 폭발을 ‘북한 지뢰’라고 확정하지 않았다.

합참은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과 사고 지점이 수십m 떨어져 있다며 과거 유실 지뢰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 다만 군 내부에서는 사고 장소와 폭발 상황 등을 근거로 북한 지뢰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북한 지뢰 가능성이 높다’와 ‘북한이 매설한 지뢰가 확정됐다’ 사이에는 아직 조사라는 한 단계가 남아 있다.

이 차이는 사소하지 않다. 2015년 파주 목함지뢰 사건에서는 사고 현장에서 북한제 목함지뢰의 잔해와 부품 등을 확보하고 합동조사를 거쳐 북한군의 의도적 매설이라고 발표했다. 당시에는 사고 발생 후 6~7일 사이 현장조사가 이뤄졌고, 군은 북한의 도발로 공식 규정했다. 그렇다면 윤상현 의원이 던진 두 번째 질문, ‘그렇게 위험한 곳인 줄 알면서 왜 장병을 투입했느냐’는 문제는 별도로 남는다.

이 부분은 오히려 북한 소행 여부와 독립적으로 조사할 가치가 있다. 이번 작전은 유엔군사령부가 현장 확인을 하기 위한 접근로를 만들기 위해 우리 군이 수색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합참은 설명했다. 문제는 바로 여기다. 위험지역이었다면 위험평가가 어떻게 이뤄졌고, 지뢰탐지와 안전통제가 어떤 수준으로 시행됐으며, 누가 작전 필요성과 위험 사이의 균형을 판단했는가.

이것은 북한 지뢰인지 아닌지가 최종적으로 밝혀진 뒤에도 남는 질문이다. 합참 역시 현장조사를 위해서는 통신·지휘통제·예행연습·안전대책 등을 먼저 갖추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곧바로 ‘채 상병 사건과 동일하다’고 결론 내리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채 상병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단순히 ‘위험한 임무에 병사를 투입했다’는 데만 있지 않았다.

집중호우 뒤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발생한 순직 사건과 이후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이첩 과정, 지휘라인의 책임, 외압 의혹 등이 겹쳐진 복합 사건이었다. 실제로 당시에도 여야는 수사단의 항명 여부와 대통령실·국방부 등의 개입 의혹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따라서 이번 DMZ 사고에서 지휘관의 위험평가나 안전조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채 상병 사건의 모든 법적·정치적 쟁점과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윤상현 의원의 질문을 정치적 공세라고만 치부해서도 곤란하다. 오히려 아이러니는 여기에 있다. 윤 의원은 윤석열 정부 당시 채 상병 사건에서 제기됐던 ‘국가가 장병에게 위험한 임무를 명령했다면 지휘권자는 책임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이제 이재명 정부를 향해 들이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같은 잣대도 방향이 바뀌는 일이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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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군 장병의 생명에 관한 기준만큼은 정권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과거 야당이 ‘왜 위험한 임무에 투입했느냐’고 물었다면 현재 여당을 향해서도 같은 질문을 해야 하고, 과거 여당이 ‘작전상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면 지금 야당 역시 그 설명을 먼저 들어볼 필요가 있다. 장병의 생명에는 여야가 없어야 한다는 아주 불편하지만 단순한 원칙이다.

여기에 한동훈 의원까지 국방부 청사 인근에서 연일 현 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한 의원은 이번 DMZ 사고의 현장조사 지연을 문제 삼고 즉각적인 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합참은 이미 사고 직후 증거물 분석과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장 자체가 고위험 지역이어서 안전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합참은 2015년 목함지뢰 사건과 이번 사건은 사고지역의 작전환경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한동훈의 문제 제기는 ‘조사를 빨리 하라’는 정치적 압박으로 읽힐 수 있지만, 그 압박이 곧 군의 은폐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총리실 직원의 한동훈 기자회견 질문을 둘러싼 논란까지 벌어지면서 정치권은 이미 안보 사건을 둘러싼 사실관계보다 정쟁의 속도를 더 빨리 올리고 있다. 박지원 의원의 “뭘 알아야 한동훈을 비판하지”라는 식의 반응까지 얹히면 정국의 풍경은 더욱 기묘해진다.

한쪽은 ‘왜 조사하지 않느냐’고 묻고, 다른 쪽은 ‘무엇을 알아야 비판하느냐’고 되묻고, 윤상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채 상병과 같은 잣대’를 요구한다. 그런데 정작 DMZ 한복판에서 다친 장병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권의 문장 대결이 아니다. 북한 지뢰인지, 유실 지뢰인지, 우리 군의 지뢰인지부터 과학적으로 확인하고, 위험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위험평가가 적정했는지, 지휘관에게 어떤 보고가 올라갔는지, 안전조치는 무엇이었는지를 하나씩 공개하는 일이다.

그것이 확인된 다음 책임자가 있다면 직급과 정권을 가리지 않고 책임을 물으면 된다. 채 상병 사건의 잣대를 현 정부에 들이대겠다면, 그 잣대는 윤석열 정부에도 이재명 정부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DMZ의 지뢰가 정치권의 지뢰가 되는 순간, 장병의 희생은 또다시 정쟁의 탄약으로 소비된다. 이번 사건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누가 먼저 정치적으로 이겼느냐’가 아니라, 누가 무엇을 알고 장병들을 그곳에 보냈으며 왜 사고를 막지 못했는지를 끝까지 밝혀내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동훈의 집요한 추궁이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이야기는 상당히 복잡해진다. “누가 유엔사의 즉시 현장조사를 늦추라고 지시했는가”라는 질문이 국방부 장관과 합참 지휘라인을 넘어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까지 올라가고, 그것이 결국 ‘채 상병 특검’과 같은 특별수사 방식으로 규명해야 한다는 정치적 요구로 번진다면, 윤석열 정부 당시의 책임 공방이 고스란히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당시처럼 작전 지시의 필요성, 위험성 평가, 장병 투입 승인 과정, 상급부대 보고, 국방부 장관의 인지 여부, 대통령실 안보라인의 보고·지시 여부가 차례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 단계에서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 지휘부,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구체적인 지시나 책임이 있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현재 북한 지뢰인지 우리 지뢰인지, 매설인지 유실인지조차 특정할 수 없다며 증거에 따른 조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향후 조사에서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투입을 승인한 정황, 안전조치 미비를 알고도 작전을 진행한 정황, 사고 이후 현장조사를 지연시키라는 상급 지시가 실제로 확인된다면, 책임의 범위는 현장 지휘관에서 국방부·합참의 고위 지휘라인, 더 나아가 관련 보고와 지시가 확인되는 대통령실 안보라인까지 정치적·법적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윤상현이 던진 ‘채 상병과 같은 잣대’라는 말이 무서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책임의 잣대까지 바뀐다면 채 상병 사건의 교훈은 사라지고, 반대로 같은 잣대를 정말 적용한다면 이번 DMZ 지뢰 사건은 단순 사고 조사를 넘어 또 하나의 지휘책임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참고자료

  • 연합뉴스, 「서부전선 DMZ 수색 중 지뢰 추정 폭발사고…부상자 3명 발생」, 2026.09.21. — 사고 발생 경위, 부상 장병 3명, 북한 매설 지뢰 가능성과 우리 군 지뢰·유실 지뢰 가능성 등 초기 사실관계.
  • 연합뉴스, 「유엔군사령관 “DMZ 부상 장병에 위로…한국군 희생·헌신 감사”」, 2026.09.22. — 장병들이 유엔사 현장조사를 앞두고 DMZ 수색로 개척 작전을 수행했다는 내용.
  • 뉴스핌, 「합참 “DMZ 지뢰 추정 폭발…18명 투입된 ‘MDL 신규 수색로 개척’ 중 2회 폭발”」, 2026.09.23. — 18명 투입, 2차례 폭발, 사고 지점과 북한군 추정 지뢰 매설지역의 거리, 현장조사 전 단계라는 합참 설명.
  • 연합뉴스, 「합참의장, ‘DMZ 지뢰폭발’ 부대 방문…현장조사 준비 점검」, 2026.09.25. — 합참의장의 사고 부대 방문 및 합동 현장조사 준비 상황.
  • 연합뉴스, 「한동훈 “軍, 내일 DMZ 합동조사…유엔사의 신속 조사요구 거부”」, 2026.09.26. — 한동훈 의원의 ‘누가 유엔사의 신속 조사 요구를 거부했는가’라는 문제 제기와 27일 합동 현장조사 관련 내용.
  • 연합뉴스, 2015년 8월 파주 DMZ 목함지뢰 사건 관련 보도. — 2015년 사건에서 북한군의 목함지뢰 매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례와 이번 사고의 조사 단계가 아직 다르다는 비교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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