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기자회견, 국민을 향했나 여권을 향했나…’추석대전’이 남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9월 18일 기자회견은 겉으로는 국민을 향한 사과와 국정 설명의 자리였다. 지지율 하락을 두고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했고, 연임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으며, 조작기소 특검의 공소취소 관련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도 “부족함이 있던 게 맞다”고 인정했고,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는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회견이 끝난 뒤 정치권에서 더 크게 들리는 목소리는 국민의 목소리라기보다 여권 내부의 목소리다. 기자회견이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였는지, 아니면 갈라진 진보·여권을 향해 다시 선을 긋는 자리였는지 묻게 되는 이유다. 흥미로운 것은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의 반응이다. 조 원장은 이 대통령의 주요 발언을 하나씩 거론하며 “이상 모두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공소취소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 ‘조작기소에 대한 사실확정이 먼저이고 공소취소 여부는 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 대통령의 요청이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청와대 참모진과 민주당, 이른바 친명 평론가·유튜버들에게 성찰과 책임을 요구했다. 결국 조국의 메시지는 단순한 지지라기보다 “대통령이 방향을 틀었으니 여권도 따라오라”는 공개적인 압박에 가까운 모양새가 됐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간, 민주당 내부의 다른 장면들은 묘한 그림을 만들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19일 “그 이상 뛰는 것이 불가능할 만큼 뛴 대통령의 1년이었다”며 “제 부족함이, 저희의 부족함이 뼈아파 울컥한다”고 했다. 그리고 “민생 속에서 낮게 경청하며 다시 나아가겠다”며 대통령과 정부를 응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통령이 “제 부족”이라고 말한 다음 날 여당 대표가 “저희의 부족”이라고 받았다. 말만 놓고 보면 아름다운 책임정치의 문법이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말하지 않는 집단적 반성은 때로 책임의 소재를 흐리는 효과도 낸다.
더 미묘한 장면은 추미애 경기지사다. 추 지사는 김민석 대표 앞에서 “개혁에 대한 약속도 구두선이 아니라 실제 개혁 조치를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고, 자신을 둘러싼 정치컨설팅 계약 논란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반박했다. 선거 관련 비용은 선관위에 공개했고 차입금도 당에 전액 반환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자신이 계약한 업체의 전신이 민선 7·8기 경기지사 시절에도 계약됐다는 반박까지 나왔다. 사실관계는 별도로 검증돼야 하지만 정치적 장면만 놓고 보면 묘하다. 대통령은 “부족했다”고 몸을 낮추는데, 여권의 잠재적 정치축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나는 아니다” “내가 할 말이 있다”는 식으로 자기 방어에 들어간다.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의 입원 소식도 공교롭게 같은 시기에 나왔다. 정 전 대표는 16일 극심한 오한과 발열로 응급실에 간 뒤 3일째 입원 중이라고 공개했고, 최근 강행군으로 몸이 버티지 못한 것 같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이를 정치적 신호로 해석할 근거는 없다. 건강 문제는 그 자체로 봐야 한다.
다만 정치적 장면의 배열은 묘한 아이러니를 만든다. 대통령은 국정의 무게를 이야기하고, 당 대표는 “저희의 부족”을 이야기하고, 조국은 여권 내부의 갈라치기와 비판자 배제를 문제 삼고, 추미애는 자기 논란을 반박하고, 정청래는 잠시 정치에서 내려와 병원에 누웠다. 정권의 중심부가 하나의 목소리로 움직이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풍경이다.
그래서 세간에서 흘러나오는 이른바 ‘추석대전’이라는 풍자가 더 흥미롭다. ‘추’는 추미애, ‘석’은 김민석, 여기에 조국까지 얹히면서 이른바 ‘추·석·조국 대란’이라는 말장난이 등장한다. 물론 이것을 실제 정치연합이나 권력투쟁의 확정적 신호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풍자는 정치권의 표면에 드러난 균열을 과장해서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추석을 앞두고 대통령이 국민에게 낮은 자세를 보였는데, 정작 여권에서는 누가 개혁의 주도권을 쥐는지, 누가 대통령의 메시지를 해석할 권한을 갖는지, 누가 다음 정치공간을 차지할 것인지를 둘러싼 듯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국민에게는 민생을 말하면서 정치권은 정치의 언어를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번 기자회견의 진짜 시험대는 기자회견문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은 언제나 옳다”고 말한 만큼 앞으로 여권이 실제로 비판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정책 실패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고치며, 서로 다른 목소리를 얼마나 허용하느냐가 핵심이다. 조국의 지적처럼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부족함을 인정했다면 그다음은 주변의 박수나 방어가 아니라 참모진과 여당, 그리고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언어의 변화여야 한다.
추석 밥상에서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누가 누구를 이겼느냐’가 아닐 것이다. ‘추석대전’이라는 풍자가 현실 정치의 이름이 될지, 아니면 대통령의 한마디인 “모두 제 부족”이 실제 권력의 태도 변화로 이어질지는 이제부터가 문제다. 기자회견은 끝났지만, 진짜 회견은 추석 민심 앞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 대한민국 대통령실 — 이재명 대통령 9월 18일 기자회견 모두발언: 대통령이 “언제나 국민은 옳다”,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밝힌 내용과 연임 의사가 없다는 입장, 개헌·검찰개혁·국민통합 등에 관한 공식 발언의 1차 자료다.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9월 18일 기자회견 사전 브리핑: 기자회견의 목적을 민생·개혁·국민통합 메시지 전달과 주요 현안에 대한 직접 설명으로 제시했던 사전 공식 자료다. 따라서 이번 논평에서 “국민을 향한 기자회견”이라는 측면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 외교·안보 관련 분석: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 직접 참전에는 선을 긋고, 국익과 국민 안전을 기준으로 정책적 선택지를 열어둔 대통령의 발언을 분석했다.
- 연합뉴스 —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대통령 발언: 이 대통령이 ETF 도입 과정에 “부족함이 있었던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 정책 결정 과정과 보완조치를 언급한 내용이다.
- 조국 관련 보도 — 뉴스1: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평가하면서, 대통령은 진보진영 통합을 강조했지만 김민석 대표의 추미애·조국혁신당 관련 발언에는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는 내용이다. 이번 논평의 ‘대통령 메시지와 여권 내부 메시지의 온도차’를 다루는 핵심 자료다.
- 조국 관련 보도 — 뉴시스: 조국 원장이 기자회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대통령의 공개적인 성찰 이후 청와대 참모진과 여권의 책임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도했다.
- 김민석 민주당 대표 발언 — 조선일보·뉴시스 등: 김민석 대표가 19일 “제 부족함”, “저희의 부족”을 언급하고 민생 속에서 낮게 경청하겠다고 밝힌 내용이다. 대통령의 “제 부족함” 발언 다음 날 여당 대표가 이를 받아간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 추미애 관련 보도 — 채널A: 추미애 경기지사가 정치컨설팅 계약 논란에 대해 “근거 없는 논란”이라고 반박하고, 과거 민선 7·8기 경기지사 시절에도 해당 업체의 전신과 계약이 있었다고 설명한 내용이다.
- 추미애 선거사무 계약 관련 보도: 추 지사 측이 선거비용을 선관위에 공개했고 당 차입금도 전액 상환했다고 반박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논평에서 의혹 자체를 사실로 단정하지 않기 위해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는 자료다.
-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 입원 관련 보도: 정청래 전 대표가 극심한 오한과 발열로 응급실에 간 뒤 사흘째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힌 내용입니다. 정치적 의미를 직접 부여하기보다는 당시 여권 주요 인사들의 동시다발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주변 자료다.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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