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사적 채용 논란, 별정직과 엽관제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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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명은 제도적으로는 완전히 틀린 말이 아니다. 대통령실, 장관실, 지자체장 비서실, 국회의원실 등에는 선출직 또는 정무직을 보좌하는 별정직·정무직 인력이 존재한다. 이들은 시험을 거쳐 평생직장처럼 들어가는 일반직 공무원과 다르다. 정치적 신뢰, 업무 호흡, 국정 철학 공유가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공개경쟁시험만으로 뽑기 어려운 영역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당시 대통령실 채용은 비공개 채용, 이른바 ‘엽관제’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별정직이 일반 공무원과 다르다는 말은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말이 곧 “누구를 추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엽관제는 정치적 책임을 지는 권력이 자기 철학을 실현할 사람을 쓰는 제도적 관행이다. 그러나 엽관제가 공적 설명 없이 인연, 지역, 후원, 측근 관계로만 보이면 그것은 곧 사적 채용 논란으로 바뀐다. 제도는 ‘정치적 신뢰’를 말하지만, 국민은 그 장면에서 ‘아는 사람 챙기기’를 본다. 이 간극이 이번 논란의 본질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강릉의 한 통신설비업체 대표 아들 우모씨가 대통령실 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으로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였다. 권 직무대행은 그 청년이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자원봉사를 했고, 성실했기 때문에 대선 캠프 참여를 권유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개월 동안 대선 승리를 위해 일한 청년이 정년 보장도 없는 별정직 9급 행정요원이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우씨를 자신이 추천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정치권에서 문제 삼은 대목은 단순히 “추천” 자체가 아니었다. 대통령과 오랜 인연이 있는 지역 인사의 아들이고, 권 직무대행의 지역구와 연결되어 있으며, 다시 권 직무대행이 추천했다는 구조가 겹치면서 ‘공적 채용’과 ‘사적 인연’의 경계가 흐려졌다는 점이었다. 우씨의 부친이 강릉시 선거관리위원으로 알려지면서 이해충돌 논란까지 번졌다. 권 직무대행은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이었다”는 취지의 발언과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아 미안하다”는 발언으로 더 큰 역풍을 맞았다.
여기서 ‘별정직’이라는 단어는 방패가 되기도 했고, 동시에 불씨가 되기도 했다. 권 직무대행 쪽 논리는 이렇다. 별정직은 선출직 공직자와 함께 일하는 정치적 보좌 인력이다. 공개채용 일반직과 다르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 선거 과정에서 함께 일한 사람이 대통령실에 들어가는 것은 역대 정부에서도 있던 일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정부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 시절의 별정직 채용 사례를 거론하며 야당의 비판을 ‘내로남불 공세’라고 맞받았다.
그러나 국민 여론의 반응은 법리보다 감정에 가까웠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경쟁의 문턱을 넘으려 할 때, 정치권의 누군가는 “대선 때 일했으니 별정직으로 들어갔다”고 말한다. 법적으로 가능한 구조라 해도, 국민이 듣는 메시지는 다르다. “시험 없이 들어갔다”, “추천으로 들어갔다”, “아는 사람의 아들이었다”는 인상이 남는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출범 당시 내세운 말이 ‘공정과 상식’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 커졌다. 법적으로 가능한가보다 더 무서운 질문은 이것이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가.
엽관제는 민주정치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제도다. 선거로 권력을 잡은 세력이 자기 정책을 실현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일정 부분 데려와야 한다. 미국식 표현으로는 승리한 쪽이 일정한 공직을 나누는 관행이었고, 한국 정치에서도 대통령실·지자체·의원실의 정무직·별정직 인사는 늘 존재했다. 문제는 엽관제가 제도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되고 최소한의 검증을 거치느냐이다. 엽관제가 공적 책임의 장치 없이 작동하면, 그것은 제도가 아니라 연고주의로 보인다.
이번 논란에서 대통령실과 여권은 “대선 캠프에서 일한 청년들의 공로”를 강조했다. 선거 과정에서 헌신한 청년 실무자들이 정부 출범 이후 실무자로 임용되는 것은 역대 정부에서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논리에도 현실은 있다. 선거캠프는 수많은 무급·저임금 실무자들의 노동으로 돌아가고, 정권이 출범하면 그들 가운데 일부가 정부나 국회, 정당의 실무 보좌 인력으로 흡수된다. 정치권 내부에서는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설명은 “원래 다 그렇게 한다”가 아니다. 왜 그 사람이어야 했는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어떤 검증을 거쳤는지다.
특히 9급이라는 직급은 논란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여권은 “정년 보장도 없는 별정직 9급”이라며 과도한 특혜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청년층이 받아들인 상징은 달랐다. 9급 공무원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의 상징 중 하나다. 수많은 청년이 시험 하나를 위해 몇 년을 쏟는 현실에서 “별정직 9급”이라는 설명은 제도적 구분이 아니라 감정적 역린을 건드렸다. 일반직 9급과 별정직 9급이 다르다는 법적 설명은 맞지만, 정치적 언어로는 너무 둔했다. 법은 구분했지만, 민심은 구분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케이스 스터디로 보면 세 가지 질문이 남는다. 첫째, 별정직은 어디까지 공개성과 검증을 요구받아야 하는가. 둘째, 선거 캠프 활동은 공직 임용의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는가. 셋째, 정치적 신뢰에 기반한 채용과 사적 인연에 기반한 채용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같은 논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다. 여야가 서로의 과거 사례를 꺼내 들며 “너희도 했다”고 싸우는 동안, 국민은 정치권 전체를 향해 “그러니까 다 문제 아니냐”고 묻게 된다.
권성동 직무대행의 사과는 표현에 대한 사과였지만, 국민이 묻고 싶었던 것은 표현만이 아니었다. 별정직 채용 제도 자체가 정말 공적 책임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가, 정치권은 그 제도를 사적 인연의 통로로 쓰고 있지 않은가, 선거 승리의 전리품처럼 공직을 배분하는 관행을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가 더 큰 질문이었다. 이 질문 앞에서 “별정직은 원래 다르다”는 설명은 절반의 답일 뿐이다. 나머지 절반은 투명성, 검증, 국민 눈높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한 청년의 대통령실 채용 문제를 넘어 윤석열 정부 초기 인사 논란의 상징이 됐다. 권력은 사람을 써야 한다. 정치적 보좌 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공정과 상식을 약속한 정부라면, 그 사람을 왜 썼는지 설명할 책임도 함께 진다. 엽관제라는 말은 공직을 나누는 면허증이 아니다. 별정직이라는 말도 모든 의혹을 지우는 지우개가 아니다. 제도가 권력을 보호하려면, 먼저 국민에게 납득되어야 한다. 납득되지 않는 별정직은 법적으로는 가능해도 정치적으로는 언제든 사적 채용이 된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권성동,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에…‘내가 추천한 청년’」, 2022년 7월 15일.
- CBS노컷뉴스, 「권성동 ‘사적채용’ 논란에 결국 사과…‘청년 여러분께 상처’」, 2022년 7월 20일.
- 경향신문, 「대통령실 ‘악의적 프레임’ 항변…꺼지지 않는 ‘별정직 채용’ 논란」, 2022년 7월 20일.
- 한겨레, 「권성동 ‘SNS 사과’ 했지만…‘별정직 채용은 달라’ 되풀이」, 2022년 7월 20일.
- 연합뉴스, 「與 ‘이재명 비서관도 시험없이 채용’…‘사적채용’ 논란 방어」, 2022년 7월 19일.
- 국가법령정보센터, 「별정직공무원 인사규정」.
Socko/Gh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