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멸공 전선’ 최선두에 선 미셸 스틸…한반도 어디로 가나
미셸 스틸이 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1년 반 가까이 비어 있던 주한 미국대사 자리에 한국계 미국인 전 공화당 하원의원 미셸 스틸이 들어오면서 한미관계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스틸은 6월 18일 미국 상원에서 55대39로 인준됐고, 한국 정부도 아그레망을 부여했다. 7월 말 서울에 도착한 스틸이 앞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는 단순한 의전이 아니다. 대미 투자, 관세 후속협상, 원자력 협력,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추진, 한미동맹 현대화 등 안보와 경제의 핵심 현안이 한꺼번에 걸려 있다. 스틸 자신도 한국 부임을 앞두고 한미동맹 강화를 자신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주한대사 교체는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니라 워싱턴이 서울을 바라보는 전략적 시선이 다시 선명해지는 순간으로 읽힐 수 있다.
더구나 스틸은 평범한 외교관 출신이 아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북한에서 탈출한 부모를 둔 한국계 미국인으로, 공화당 정치인으로서 의회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다. 그의 정치적 이력에는 북한 문제와 한미동맹에 대한 관심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스틸을 ‘트럼프의 멸공 전사’라고 규정하는 것은 정치적 수사다. 하지만 그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사이고, 미국이 지금 중국과 북한·러시아의 전략적 결합을 동시에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실제로 7월 한미일 외교장관 회동에서도 북한의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심화 속에서 3국 안보협력 강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따라서 스틸의 서울 부임은 **‘미국이 한국의 대북·대중 정책을 얼마나 동맹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다.
여기서 국내 정치가 끼어든다. 이재명 정부는 스스로 ‘실용외교’를 내세우고 미국·중국과 모두 관계를 관리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미국과 안보·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도 전략적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워싱턴과 한국 보수층 일각에서 이 균형외교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특히 중국과 북한에 대한 접근법, 대북 대화와 평화공존론,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인식이 미국 보수진영의 기준과 얼마나 맞아떨어질 것인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조현 외교장관 역시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신뢰 구축을 강조해 왔다. 이것이 친북·종중 정책이라는 정치적 단정과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 보수진영이 서울의 대북·대중 접근법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은 분명하다.
더 민감한 부분은 국내 진보진영의 역사적 계보 논쟁이다. 경기동부연합을 비롯한 NL 계열 운동권의 과거 이념과 북한관, 그리고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이어진 정치적 인적 네트워크를 둘러싼 논란은 오랫동안 한국 정치에서 반복돼 왔다. 그러나 경기동부연합 전체를 현재의 민주당 또는 이재명 정부와 동일시하거나 ‘공산주의 세력이 중앙권력을 집단 장악했다’고 단정할 객관적 근거는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바로 이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과거 운동권 세력 일부가 제도권 정치로 진입하고, 성남을 비롯한 수도권 정치공간에서 성장해 중앙정치의 핵심부로 이동한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는 존재한다. 따라서 지금의 쟁점은 특정 세력을 ‘공산주의자’라고 낙인찍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경제·외교를 결정하는 핵심 정책 네트워크가 자유민주주의와 한미동맹, 시장경제라는 헌법적·전략적 기준을 얼마나 일관되게 공유하고 있는가를 검증하는 데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미국의 움직임과 국내 보수층의 반응이 만난다. 미국이 중국과 북한의 연계, 공급망·첨단기술·방산·원자력·조선 등 경제안보를 하나의 패키지로 보는 상황에서 한국이 단순히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자’로 남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CSIS도 2026년 한국의 대중 전략을 다룬 논의에서 미국·중국 경쟁이 더욱 거칠어지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과의 안보동맹, 중국과의 경제관계라는 기존의 균형을 재평가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스틸 대사의 부임은 상징적 의미를 더한다. 워싱턴이 서울에 요구할 것은 ‘반중’이라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안보·기술·공급망·방산·조선·원자력에서 어느 편의 전략적 생태계에 서느냐는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한반도의 진짜 전선은 ‘멸공’이라는 구호 자체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시장경제와 국가통제경제, 한미일 안보협력과 북중러 전략연대가 충돌하는 구조 속에서 대한민국이 어디에 설 것인가가 핵심이다. 미국은 이미 한미동맹을 단순한 주한미군 중심의 군사동맹에서 경제·기술·조선·원자력·공급망을 포함하는 복합동맹으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 스틸 대사의 부임이 바로 그 과정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조현 외교장관과 스틸 대사의 만남이 단순한 신임대사 예방으로 끝날지, 아니면 안보·경제·대중국 정책·대북정책을 둘러싼 새로운 한미 조율의 출발점이 될지는 이제부터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한국 보수층이 여기에 강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이 ‘멸공’이라는 한국식 정치구호를 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자유세계의 가치와 동맹의 실질을 시험하는 질문을 들고 올 가능성 때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민국이 무엇이라고 답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다음 10년이 달라질 수 있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 부임 및 한미 현안
- 연합뉴스 — 미 상원,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 인준
- Korea Times — 스틸 대사의 한미동맹 과제
- 대한민국 외교부 — 조현 외교장관의 한미 고위급 협의
- 연합뉴스 — 한미일 외교장관 회동 및 북한·중러 관계
- 연합뉴스 — 이재명 정부 실용외교 1년 평가
- CSIS — 한국의 대중 전략과 한미관계 재평가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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