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OPINION

김어준이 반발한 순간, 이재명 정부의 중동 파병이 왜 불편한가

트럼프의 압박에는 “예스”, 이란의 반발에는 “우리는 동맹”…— 트럼프의 요구에는 동맹, 이란에는 적대? ‘강국 대한민국’의 계산법은 따로 있어야 한다

김어준이 화났다. 그것도 꽤 단단히 화났다. 이재명 정부의 중동 파병 가능성을 놓고 김어준을 비롯한 비판론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핵심 주장은 간단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떠밀려 한국군을 중동 전선에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란과 직접적인 적대관계를 만들 위험이 있고, 무엇보다 대한민국 청년 장병들이 왜 미국의 중동 전략을 위해 위험을 떠안아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다. 여기서부터 묘한 장면이 펼쳐진다.

바로 얼마 전까지 대한민국 정치권에서는 ‘자주국방’과 ‘강국 대한민국’을 이야기했다.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자고 했다. 그런데 정작 미국이 군사적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나오자 김어준이 “잠깐, 그건 아니지 않느냐”며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강국이 된다는 것은 미국 말을 잘 듣는 나라가 되는 것인가, 아니면 필요할 때 동맹국에게도 자기 계산서를 내미는 나라가 되는 것인가.

김어준의 반발이 단순한 반미론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문제 삼는 것은 한미동맹 자체라기보다 한국이 왜, 어떤 명분으로, 어디까지 군사적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가깝다.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이나 에너지 수송로 보호 같은 국제적 명분과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 지원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자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이해와도 연결되지만 후자는 한국이 중동의 군사적 충돌에 직접 발을 담그는 순간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란이 한국을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이유로 적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중동에 있는 한국 기업과 교민, 선박, 에너지 수송에도 새로운 위험이 생긴다. 미국의 전쟁에 참여해서 얻는 안보와, 그 참여 때문에 새로 만들어지는 위험을 동시에 계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김어준의 반발이 더 흥미로운 이유는 이재명 정부 내부에서 이미 전혀 다른 언어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대한민국이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라며 ‘강국 의식’과 ‘대체불가 국가역량’을 강조했다. 반도체와 조선, AI와 방산을 키워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필요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조선 능력을 필요로 하고, AI와 반도체에서도 한국의 역할이 커지고 있으니 한미관계도 과거와 같은 일방적 의존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김어준의 질문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대체불가 국가라면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적극 활용하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군사적 부담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하지 않는가? 미국에는 군함을 만들어주고 반도체를 공급하고 AI 협력을 확대하면서, 미국이 중동에서 군사적 역할을 요구할 때는 “대한민국의 국익부터 계산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 김민석이 말한 ‘강국 의식’의 실제 버전일 수도 있다.

물론 여기서 김어준의 논리에도 반론은 가능하다. 한미동맹은 필요할 때만 이용하고 부담은 피하는 편의적 관계가 아니다. 한국 역시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에서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고,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모든 해외 군사활동을 미국의 강요라고 규정하는 것도 지나치다.

문제는 결국 ‘무엇을 위한 파병인가’다. 한국 선박 보호를 위한 임무인가. 국제 해상 안전을 위한 임무인가. 미국의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것인가. 실제 전투에 참여하는 것인가. 이 네 가지는 이름은 비슷해도 국가가 부담해야 할 위험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파병 찬성” 또는 “파병 반대”라는 구호보다 임무의 실체와 위험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다.

더구나 지금은 한반도 자체가 다시 움직이는 시기다. 김민석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다시 만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전격적으로 개선되고 북핵 문제에 ‘선동결 후해결’ 같은 방식이 등장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한국의 독자적 안보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대한민국은 상당히 복잡한 외교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미국은 북한과 협상하고, 북한은 핵을 가진 채 협상력을 높이고, 한국은 자주국방을 강화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이 중동에서 이란과 군사적으로 얽힌다면 대한민국의 전략적 공간은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한국이 중동에서 또 다른 지정학적 위험을 떠안는 것이 과연 현명한가. 김어준이 반발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논쟁은 사실 ‘파병 찬반’보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철학을 묻는 시험에 가깝다.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실용외교가 정말 “미국과 중국 어느 쪽이든 한국에 필요한 것은 취하고 불필요한 것은 거절하는 외교”라면 중동 파병 역시 그렇게 계산해야 한다. 미국의 요구라는 이유만으로 갈 필요도 없고, 반대로 국내 정치적 부담 때문에 무조건 거부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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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의 관계, 에너지 안보, 한미동맹, 북한 문제,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 그리고 한국군의 실제 위험까지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강국은 동맹국의 요구를 무조건 거절하는 나라가 아니라, 동맹국의 요구에도 자기 계산으로 답할 수 있는 나라다.

결국 김어준의 반발이 던지는 가장 불편한 질문은 이것이다. “트럼프가 원한다고 대한민국 청년들을 또다시 중동으로 보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이재명 정부가 “동맹이니까”라고만 답한다면, ‘강국 대한민국’이라는 말과 충돌한다. 반대로 “한국의 국익에 필요한 임무만 맡겠다”고 한다면 김어준의 반발은 단순한 정권 비판을 넘어 강국외교의 기준을 묻는 질문이 된다. 과거 대한민국은 미국이 요구하면 고민부터 해야 했던 나라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반도체와 조선, AI와 방산으로 미국이 필요로 하는 나라가 됐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미국이 원하느냐?”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필요한가?” 트럼프가 화를 낼까 봐 걱정해서 결정할 일이 아니다. 김어준이 화를 낸다고 결정할 일도 아니다. 국익을 계산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다. ‘강국 대한민국’을 가장 크게 외치는 순간, 오히려 김어준이 묻고 있다. “그럼 강국답게, 이번에는 스스로 결정해 보시죠.” 아마 이것이 이번 중동 파병 논쟁에서 가장 불편하면서도 정확한 질문일 것이다.

결국 이재명 정부가 답해야 할 것은 ‘파병할 것인가’보다 더 큰 질문이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미국의 하위 파트너인가, 아니면 자기 전략을 가진 동맹국인가? 김민석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강조한 것처럼 한국이 이제 대체불가의 기술력과 자주적 안보역량을 갖춰야 한다면, 그 원칙은 중동에서도 적용돼야 한다. 미국과 협력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군사적 개입이 한국의 직접적인 국익에 부합하는지, 이란과의 관계에 어떤 후폭풍을 가져오는지, 북한과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까지 따져야 한다.

한반도에서 북한 핵을 상대해야 하는 나라가 중동에서 새로운 적대관계를 만드는 것이 정말 전략적으로 현명한가? 더구나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면, 한반도의 안보환경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오늘의 중동 전선이 내일의 한반도 외교에 어떤 계산서로 돌아올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논쟁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장면은 이것이다. 한편에서는 “대한민국은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필요한 대체불가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외친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이 필요로 하니 중동에 군대를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강국 대한민국의 첫 번째 시험은 어쩌면 무기나 경제력이 아니라 ‘No’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물론 동맹국에게 언제나 “No”라고 하는 것이 강국은 아니다. 때로는 함께 가야 하고, 때로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국제사회에서 책임도 져야 한다. 하지만 왜 가는지, 어디까지 가는지, 무엇을 얻는지, 어떤 위험을 감수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하고 그 판단을 스스로 내리는 것이 자주국가의 출발점이다.

참고자료

  • 연합뉴스 — 속도내는 호르무즈 파병 준비…이달 중 국회에 동의안 제출하나 2026년 9월 4일 보도.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 방향을 잡고 실무작업에 들어갔으며, P-8A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소양함 등이 거론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불만 표명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연합뉴스 — 파병 준비 ‘숨고르기’…호르무즈 재격화에 與일각 반대론까지…9월 7일 최신 보도다. 미국의 요청으로 군 병력과 군사자산 파병 준비가 구체화됐다가 중동 충돌 재격화와 국내 반발로 정부가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이란 외무부의 한국어 경고 메시지도 전했다.
  • 중앙일보/미주중앙일보 — ‘파병 반대’ 요청에 李 “진척 없다”…원유 공급 고민 토로…이재명 대통령이 9월 4일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정말 어렵다”, “진척된 것은 없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보도다. 글에서 “아직 확정된 파병은 아니다”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료다.
  • 연합뉴스 — 국민의힘 “정부 ‘호르무즈 파병’ 간보기 말고 투명하게 공개해야”…정부의 파병 검토 배경과 실익을 국회에 설명하라는 국민의힘의 요구 및 국방위 현안질의 요구를 다룬다.
  • 연합뉴스 — 국민 10명 중 5명 “호르무즈 파병 정부대응, 잘못하고 있다”…9월 7일 공개된 개혁신당 여론조사 관련 보도입니다. 응답자의 50.9%가 정부의 호르무즈 파병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병 논란이 단순한 정치권 공방을 넘어 여론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다.
  • 연합뉴스 — 박지원 “비전투 병과라면 호르무즈 파병할 수밖에 없지 않나”…같은 날 박지원 의원이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비전투 병과 파병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자료다. 따라서 여권 내부에서도 파병을 둘러싼 시각이 하나로 통일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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