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한동훈, 누가 더 독한가…정치가 ‘진흙탕 싸움’이 된 순간
정치판에 모처럼(?) 볼거리가 생겼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정면으로 맞붙으면서다. 그런데 이번 싸움은 정책 대결도, 이념 대결도 아니다. 서로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며 말의 칼날을 세우는,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에 가깝다. 김민석은 한동훈을 향해 “조선불량검”, “조선불량쪽가위”라고 불렀고, 정치검찰의 ‘캐비닛 유출’과 증거조작 의혹을 거론하며 검찰 내부 협력자가 없다면 한동훈의 의혹 제기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공격했다. 더 나아가 관련 유출자가 있다면 의법조치하겠다고 했다.
한동훈도 물러서지 않았다. 김민석의 공격에 대해 자신은 검찰로부터 자료를 받은 적이 없다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유출게이트? 꿈 깨라”고 했고, 12일에는 김민석을 겨냥해 “짖어놓고 물 용기는 없으니 경찰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즉 김민석이 자신을 ‘불량 쪽가위’로 만들자 한동훈은 김민석을 ‘짖는 개’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정치적 반격의 문법으로 보면 꽤 직선적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길까. 현재까지의 ‘말싸움’만 놓고 보면 한동훈이 조금 더 유리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김민석의 공격은 상당히 강하지만 주로 한동훈의 인격적 이미지와 검찰 경력을 겨냥한다. 반면 한동훈은 김민석의 공격 자체를 ‘고소·고발을 앞세운 정치적 압박’이라는 프레임으로 바꾸려 한다. 한동훈이 주장하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이 사실인지와 별개로, 논쟁의 무대를 ‘김승원 의혹’에서 ‘김민석의 경찰 동원과 검찰개혁’으로 이동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공세의 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김민석이 밀린다고 보기도 어렵다. 김민석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검찰개혁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서사다. 한동훈은 검찰 출신이고, 김민석은 바로 그 이력을 공격의 중심에 놓고 있다. “정치검찰”, “캐비닛 유출”, “증거조작”, “검찰개혁의 마지막 장”이라는 표현을 연결하면 단순한 개인싸움이 아니라 ‘과거 검찰 권력과 현재 정치권력의 결산’이라는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 실제 김민석은 한동훈 관련 문제를 별도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검찰개혁의 마지막 장과 연결했다.
하지만 여기서 정치의 묘한 역설이 발생한다. 검찰의 내란 잔재를 청산하겠다는 거대한 명분이 ‘조선불량쪽가위’와 ‘짖는 개’의 언어 속에 묻힐 위험이다. 내란과 검찰개혁이라는 중대한 국가적 의제가 결국 두 정치인의 말싸움 구경거리로 전락한다면, 양쪽 모두 상대를 때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국민은 정치 전체를 피곤해할 수 있다. 특히 ‘내란 잔재’라는 표현은 정치적 평가의 영역에서는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개인이나 조직의 범죄가 확정된 것처럼 단정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책임과 형사책임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욕쟁이 챔피언’을 뽑으라면 김민석의 한 방이 더 독하다. ‘조선불량검’에서 ‘조선불량쪽가위’로 이어지는 말은 상대의 기존 별명을 비틀어 조롱하는 방식이라 정치적 타격감이 크다. 반대로 한동훈의 “짖는 개”, “물 용기가 없으니 경찰을 동원한다”는 표현은 더 노골적이고 직관적이다. 말의 품격을 점수로 매기면 둘 다 감점이고, 대중적 전파력만 보면 한동훈의 표현이 더 쉽게 퍼질 가능성이 있다. 한마디로 김민석은 칼을 들었고, 한동훈은 입으로 물었다.
결국 승자는 둘 중 한 명이 아닐 수도 있다. 이 싸움에서 가장 큰 승자는 ‘김민석이 한동훈을 공격했다’거나 ‘한동훈이 김민석을 받아쳤다’는 장면 자체를 소비하는 정치 콘텐츠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가장 큰 패자는 국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김승원 후보자 의혹이든 검찰 내부 자료 유출 의혹이든 사실관계는 증거로 가려야 하고, 내란 관련 검찰의 책임 문제 역시 법과 기록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치인이 서로에게 욕설에 가까운 언어를 던지는 동안 정작 국민이 알아야 할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정치적 주장인가’가 뒤로 밀린다면, 진흙탕에서 이긴 사람은 있어도 정치가 이긴 것은 아니다. 지금의 승부를 굳이 판정한다면 말싸움은 한동훈이 반격에 성공했고, 독설의 한 방은 김민석이 앞섰으며, 장기전의 승패는 결국 증거가 결정한다. 그게 이 진흙탕 싸움의 가장 아이러니한 결론이다.
참고한 자료
- 서울신문 — 2026.09.09
- 김민석이 한동훈을 향해 “조선불량검, 조선불량쪽가위”라고 비판.
- 김승원 후보자 의혹과 한동훈 관련 문제를 별도 사건으로 보고, 검찰 내 협력자·자료 유출 여부를 확인해 의법조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
서울신문 원문
- 한겨레 — 2026.09.09
- 김민석의 ‘조선불량쪽가위’ 발언과 함께 캐비닛 유출·증거조작 의혹 및 한동훈의 자료 입수 경위를 둘러싼 공방을 정리.
한겨레 관련 기사
- 김민석의 ‘조선불량쪽가위’ 발언과 함께 캐비닛 유출·증거조작 의혹 및 한동훈의 자료 입수 경위를 둘러싼 공방을 정리.
- 연합뉴스 — 2026.09.10
- 한동훈이 김민석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히고, 검찰로부터 자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
- 제보자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제보자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힘.
연합뉴스 원문
- 연합뉴스 — 2026.09.10
- 민주당이 한동훈의 김승원 후보자 관련 공세를 ‘유출게이트’로 규정하고, 검찰 수사자료 유출 문제를 청문회 국면의 핵심 쟁점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도.
연합뉴스 관련 기사
- 민주당이 한동훈의 김승원 후보자 관련 공세를 ‘유출게이트’로 규정하고, 검찰 수사자료 유출 문제를 청문회 국면의 핵심 쟁점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도.
- 이데일리 — 2026.09.09
- 양측의 표현을 “조선불량쪽가위” vs. “드럼통 정치”라는 구도로 정리.
- 김승원 후보자 의혹을 둘러싼 녹취·문자 입수 경위와 ‘공익제보자 보호’를 둘러싼 대립을 다룸.
이데일리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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