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의원이 제기한 폭로의 핵심은 김승원 후보자 개인의 민원 의혹에 머물지 않는다. 나 의원은 김승원 후보자와 제넨셀, KH필룩스, 배상윤, 김성태, 김만배,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거론하며, 자신이 폭로한 내용은 “검은 카르텔의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논란의 초점은 분명하다.
김승원 후보자가 왜 제넨셀 관련 민원을 식약처장에게 직접 전달했는지, 그 과정이 KH필룩스와 쌍방울, 대장동 의혹으로 이어지는 자금·인맥 구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두 사건이 만나는 지점은 ‘권력은 누구를 통해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이다. 김승원 후보자 사건에서는 “국회의원이 왜 특정 기업의 임상시험 민원을 식약처장에게 직접 전달했는가”가 질문이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록을 공개하면 된다. 제넨셀 사건 역시 문자·통화·민원 전달 과정과 임상 승인 절차를 대조하면 된다. 만약 모든 것이 적법했다면 기록이 의혹을 잠재울 것이다. 반대로 권한 밖의 개입이나 대가성 거래가 있었다면 기록은 오히려 의혹을 키울 것이다. 그러니 지금 필요한 것은 ‘게이트’라는 거창한 이름을 먼저 붙이는 것도, ‘망상’이라고 먼저 닫아버리는 것도 아니다.
나경원 의원이 제기한 제넨셀·KH·쌍방울·대장동·이재명으로 이어지는 연결선 가운데 실제로 확인되는 선은 무엇이고, 정치적 추정으로 그어진 선은 무엇인지 하나씩 검증하는 것이다. 정치판의 퍼즐은 입방아로 맞추는 게 아니라 기록과 수사로 맞추는 것이다. 나 의원이 던진 질문은 김승원 한 사람에 관한 것이 아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제넨셀 관련 청탁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나 의원이 갑자기 판을 크게 벌였다. 제넨셀에 투자한 KH필룩스, KH그룹의 배상윤 회장, 쌍방울의 김성태 전 회장, 대장동의 김만배 씨를 차례로 거론하면서 마지막에 다시 이재명 대통령을 소환한 것이다.
나경원 의원의 표현을 빌리면 “검은 카르텔의 빙산의 일각”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치권에서 제기된 연결 의혹이다. 하지만 정치평론에서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한 사건을 파고 들어갔는데 전혀 다른 사건의 이름이 줄줄이 나온다면, 그건 음모론으로 버릴 것인가 아니면 돈의 흐름과 인맥의 흐름을 한번 들여다볼 것인가. 나경원은 후자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출발점은 생각보다 구체적이다. 2021년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을 추진하던 제넨셀과 관련해 김승원 후보자가 지인의 부탁을 받고 당시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담당 실무자들이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정황이 공개됐다. 김 후보자 측은 부정한 로비가 아니라 민원을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당시 브로커 양모 씨와 김 후보자의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양씨가 제넨셀의 임상 진행 상황을 설명하면서 김 후보자의 도움을 요청하고, 김 후보자가 임상 승인 이후의 경제적 가치를 상당히 크게 언급하는 대목도 담겼다. 여기에 양씨가 “오빠네 선거”와 정치자금을 언급한 내용까지 나오면서 사건의 성격이 단순 민원 전달인지, 정치적 이해관계가 섞인 청탁인지 논쟁이 커졌다.
그런데 여기서 ‘6억 원’이라는 숫자가 등장한다. 제넨셀 관련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제넨셀 측과 양모 씨 사이에는 경제적 관계가 있었고, 양씨가 운영하던 회사에 제넨셀 측이 6억 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다. 동시에 제넨셀 설립자 강모 씨는 허위 자료를 이용해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법원의 판단을 정확하게 읽는 것이다.
6억 원의 투자와 김승원 후보자에 대한 청탁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었다고 법원이 인정한 것은 아니다. 검찰 역시 김 후보자에게 직접적인 대가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므로 여기서 ‘6억 원 = 김승원에게 건넨 돈’이라고 뛰어넘으면 안 된다. 다만 질문은 남는다. 왜 정치권 인사에게 임상 승인을 부탁했고, 그 부탁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같은 시간표 위에 올라 있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질문에서 KH필룩스가 등장한다. 제넨셀에 투자한 KH필룩스와 배상윤 회장이 이끄는 KH그룹이라는 이름이 등장하면서 사건의 풍경이 달라진다. 나경원 의원은 이 대목을 놓치지 않았다. 배상윤 회장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경제적 관계로 묶고, 다시 김성태와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대북송금 사건의 정치적 논란, 여기에 김만배와 대장동 사건까지 연결했다. 여기서부터는 ‘기업 투자 → 브로커 → 정치인 → 대기업·그룹 → 대북사업 → 대장동’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선을 그리는 작업이다.
물론 이 선 전체가 범죄의 연결선이라는 것은 아직 입증된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각 사건의 접점에 실제 인물과 기업이 등장한다는 점 때문에 나 의원은 “꼬리를 밟을수록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정치가 무서운 것은 바로 이런 순간이다. 사람 하나를 조사하다가 회사가 나오고, 회사를 조사하다가 다른 사건이 나오고, 다른 사건을 조사하다가 결국 권력자의 이름이 등장한다. 물론 마지막 연결선은 반드시 증거로 그어야 한다.
나경원이 묻는 것은 결국 ‘우연이 몇 번까지 가능한가’다. 김승원 후보자와 제넨셀의 관계만 보면 ‘지인의 민원 전달’이라고 설명할 여지가 있다. 제넨셀과 양씨 사이의 투자 관계도 사업 거래라고 설명할 수 있다. KH필룩스의 제넨셀 투자 역시 기업의 투자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배상윤과 김성태의 관계 역시 별도의 경제적 관계다. 김만배와 대장동 역시 또 다른 사건이다. 각각 떼어놓으면 전부 설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의혹이 폭발하는 순간은 각각의 사건이 아니라 이 조각들을 한 장의 지도 위에 올려놓았을 때다. “이것도 우연, 저것도 우연, 그것도 우연”이라고 설명하다 보면 어느 순간 국민은 묻게 된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권력·돈·기업·정치 네트워크에는 우연이 몇 개나 필요한 것인가? 이것이 나경원 폭로가 던지는 정치적 질문이다. 다만 그 질문의 답을 미리 ‘범죄 카르텔’이라고 써놓는 순간 검증은 끝나버린다. 오히려 반대로 가야 한다. 돈의 이동과 통화기록, 투자계약, 정치자금, 인사·행정 과정의 기록을 하나씩 맞춰보면 된다.
그런데 이 와중에 서용주의 ‘김현지’ 발언까지 터졌다. 4일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출신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장이 유튜브 방송에서 마이크가 켜진 사실을 모르고 “인사라인이 김현지잖아”라고 말하면서 또 하나의 불씨가 생겼다. 서 소장은 농담이었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한 발언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의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고 5일에는 시민단체가 김 실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하루 만에 농담이 고발장으로 진화한 셈이다.
이 장면 역시 이번 논평의 본질과 묘하게 닮아 있다.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해명과 “그 말이 왜 나왔는가”라는 질문이 충돌하는 것이다. 제넨셀에서는 “민원 전달”이라고 하고, 인사 논란에서는 “농담”이라고 한다. 그러면 정치권은 다시 묻는다. 정말 그것뿐이었다면 왜 그런 말과 행동이 나왔느냐고.
결국 나경원의 폭로는 ‘이재명이 배후다’라는 결론보다 ‘그 연결선을 조사할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읽어야 한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김승원 후보자의 제넨셀 관련 행위와 이재명 대통령 사이에 범죄적 연결고리가 확정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것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나경원이 제기한 의혹의 구조 자체는 검증할 수 있다. 제넨셀에 누가 투자했는가.
KH필룩스는 왜 투자했는가. 배상윤과 김성태의 경제적 관계는 무엇이었는가. 김만배와 이들 사이에 실제 금융·사업 거래가 있었는가. 제넨셀 임상 승인 과정에서 누가 어떤 부탁을 했는가. 그 과정에서 정치자금이나 대가성 거래가 있었는가. 그리고 그 모든 흐름에서 이재명 측근 또는 이재명 캠프와 실제로 연결되는 객관적 증거가 존재하는가. 이것을 확인하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정치권은 거대한 ‘검은 퍼즐’을 놓고 서로 상대방에게 퍼즐 조각을 던지고 있다. 나경원은 “그 끝에 이재명이 있다”고 하고, 여권은 “억지 연결”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국민이 원하는 것은 양쪽의 목소리 큰 사람이 아니다. 퍼즐판 전체다. 그리고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정말 이재명이라면 증거가 말할 것이고, 아니라면 역시 증거가 말할 것이다. 정치권이 할 일은 결론을 먼저 그려놓는 것이 아니라 그 마지막 조각까지 국민 앞에 올려놓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사건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김승원 청문회 한 번이 아니다. 제넨셀이라는 작은 점에서 시작한 선이 KH로, 다시 김성태와 김만배로, 그리고 정말 이재명에게까지 이어지는지다. 만약 이어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청문회 소재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자금·권력 네트워크 검증 대상이 된다. 이어지지 않는다면 나경원의 폭로 역시 정치적 연결에 그칠 것이다. 결국 이재명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야당의 폭로가 아니다. 폭로를 따라가다 발견되는 ‘기록’이다.
참고 출처
- 연합뉴스, 2026.9.5 — 김승원 후보자와 브로커 양모 씨의 추가 녹취록, 제넨셀 임상시험 및 정치자금 관련 발언, 나경원 의원의 배상윤·김성태·김만배·이재명 연결 주장.
- 연합뉴스, 2026.9.4 — 제넨셀 임상시험 승인과 관련한 김승원 후보자·양모 씨 녹취록 및 ‘오빠네 선거’ 관련 발언.
- 연합뉴스, 2026.9.3 —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보낸 임상시험 신속 처리 요청 문자와 제넨셀 관련 사실관계.
- YTN·관련 보도 — 김현지 제1부속실장의 인사 개입 의혹 및 서용주의 “인사라인이 김현지” 발언.
- 2026.9.5 보도 —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 대한 시민단체의 직권남용 등 혐의 고발.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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