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지우개법?] 박상용의 긴급 경고… 수사하는 특검인가, 재판을 지우는 특검인가
특검은 원래 권력을 겨누는 칼이다. 그런데 이번 논란에서 박상용 검사가 던진 질문은 다르다. “이 특검은 권력을 수사하는 칼인가, 아니면 권력의 재판을 지우는 지우개인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가 다시 정치권 한복판에 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앞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박 검사를 위증 혐의로 고발하기로 의결했고, 쟁점은 이른바 ‘연어 술파티’와 진술 회유 의혹이었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국정감사와 청문회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이를 정당한 수사를 한 검사에 대한 정치적 압박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이미 박상용이라는 이름은 한 검사 개인을 넘어, 대북송금 수사의 정당성과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의 향방을 가르는 상징처럼 변했다.
그런데 더 큰 불씨는 특검법이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 이후 특검 추진에 나서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이 특검의 종착점이 결국 공소취소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조작기소 특검의 끝이 공소취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된다고 보도했고, 오마이뉴스의 뉴스프레소는 특검법 초안에 진행 중인 재판의 공소 취소 여부까지 포함하는 취지의 조항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고 소개했다. 즉 문제는 단순한 수사권이 아니다. 이미 법원에 올라간 사건의 생명줄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다.
박상용 검사의 긴급 입장문이 겨냥한 지점도 바로 여기다. 특검이 새로 드러난 의혹을 수사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 재판의 공소취소, 항소취하, 상고취하까지 건드릴 수 있다면 그것은 별도의 수사기관이 아니라 기존 사법절차 위에 군림하는 초법적 지휘부가 된다. 일반적인 특검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사건을 대신 파헤치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번 특검이 이미 진행 중인 사건을 넘겨받아 재판을 중단시키거나 무력화할 권한까지 갖는다면, 국민은 이렇게 묻게 된다. “진실을 밝히자는 것인가, 불리한 재판을 없애자는 것인가.”
여기서 박 검사가 꺼낸 표현이 ‘사적 검사’다. 대한민국의 검사는 원칙적으로 공익의 대표자다. 특정 정당, 특정 권력자, 특정 피고인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국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공적 기관이어야 한다. 물론 현실의 검찰이 늘 그 원칙대로만 움직였느냐는 별개의 논쟁이다. 그러나 원칙 자체는 중요하다. 박 검사의 경고는 이 특검이 공익검사 제도를 우회해 특정 정치권력의 이해관계에 맞춰 움직이는 ‘Private Prosecutor’, 즉 사적 검사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를 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사건의 공소를 취소하고, 항소를 포기하고, 증거 제출을 느슨하게 하며, 재판을 무력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대목이 가장 뜨겁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대장동 관련 재판은 이미 정치적으로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이 법원의 판단을 거쳐 결론으로 가는 대신, 특검이라는 새 기관의 판단 아래 재편되거나 멈춰 선다면 법적 정당성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특히 대북송금 수사와 관련해 특검·공수처·검찰이 전방위 수사에 나섰고, 특검은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 정황을 확인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반대편에서는 이 흐름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를 위한 정치적 빌드업 아니냐고 의심한다. 양쪽 모두 “진실”을 말하지만, 실제 국민 눈에는 권력과 재판이 한 테이블 위에서 뒤섞이는 장면으로 보인다.
풍자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특검은 원래 **“덮인 사건을 파헤치라”**고 만든 제도다.
그런데 이번 논란에서는 **“열린 재판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칼을 들고 들어왔는데, 사람들은 그 칼이 수술용인지 지우개용인지 묻고 있다.
수사하러 왔다고 하는데, 결과표에는 공소취소와 항소취하가 적혀 있다면 그건 이미 수사가 아니라 재판의 운명을 바꾸는 정치적 수술이다.
박 검사의 강화도 조약 비유도 그래서 강하다. 강화도 조약의 치외법권은 조선 땅에서 죄를 지은 일본인을 조선 법으로 제대로 다스릴 수 없게 만든 불평등의 상징이었다. 박 검사는 지금 특정 권력자가 대한민국 안에 있으면서도 대한민국 형사법의 정상적 적용을 피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비유는 과격하지만, 정치적 메시지는 분명하다. “국민에게 적용되는 법과 권력자에게 적용되는 법이 달라지는 순간, 국민은 2등 국민이 된다”는 주장이다.
물론 특검 추진 세력의 논리도 있다. 그들은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사건을 조작했고, 핵심 증인을 회유했으며,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까지 수사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있다면 반드시 별도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민주당은 박상용 검사 고발 과정에서 진술 회유와 국회 위증 의혹을 제기했고, 특검과 공수처도 대북송금 수사 관련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므로 특검 자체를 무조건 부정할 수는 없다. 검찰이 잘못했다면 수사받아야 하고, 증거 조작이나 회유가 있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와 형사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다.
하지만 문제는 ‘수사’와 ‘재판 지우기’의 경계다.
검찰이 조작했는지 수사하는 것과, 진행 중인 재판의 공소를 취소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전자는 의혹 규명이고, 후자는 사법 결과를 바꾸는 권한이다.
전자는 권력 감시일 수 있지만, 후자는 권력 구제처럼 보일 수 있다.
바로 이 선을 넘는 순간, 특검법은 정의의 칼이 아니라 정치적 면죄부 제조기로 의심받는다.
박상용 검사의 입장문이 정치적으로 강한 이유는, 그가 자신만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 전체의 붕괴를 말하기 때문이다. “나를 수사하지 말라”가 아니라 “이 구조라면 앞으로 모든 검사와 재판이 정치 권력에 종속될 수 있다”는 경고다. 공소유지 검사가 특검의 지휘 아래 증거 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항소를 포기하거나, 재판 전략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킨다면 법원은 진실을 판단하기 어렵다. 재판은 형식적으로 열리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한쪽이 손발을 묶인 상태가 된다. 그때 국민은 판결을 믿을 수 있을까.
이 논란은 결국 한 사람의 사건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송금 의혹, 이화영 재판, 박상용 검사 고발,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검 추진이 한 덩어리로 엉키며 대한민국 형사사법 제도 전체를 흔들고 있다. 정치권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단어만 골라 쓴다. 민주당은 ‘조작기소 진상규명’을 말하고, 국민의힘은 ‘공소취소 빌드업’을 말한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법은 끝까지 법으로 작동할 것인가, 아니면 권력의 일정표에 맞춰 멈추고 다시 쓰일 것인가.
정치가 재판을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판은 느리고, 증거를 요구하고, 판사가 묻고, 기록이 남는다.
정치는 빠르고, 구호를 만들고, 표를 계산하고, 프레임으로 덮는다.
그래서 정치가 재판 위에 올라서는 순간, 법치는 늘 위험해진다.
이번 특검법 논란의 핵심도 바로 그것이다.
조작기소가 있었다면 밝혀야 한다.
검찰이 잘못했다면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그 명분으로 진행 중인 재판의 공소취소와 항소취하까지 정치적으로 설계한다면,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 권력의 자기구제다.
풍자의 결론은 씁쓸하다.
특검은 진실을 찾으라고 만든 제도다.
그런데 진실을 찾겠다며 재판 자체를 지우려 한다면, 국민은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다.
“특검인가, 특권인가.”
참고문헌
- 연합뉴스, 「법사위, 與 주도로 ‘대북송금 수사’ 박상용 검사 위증죄 고발」, 2026.4.8.
- 동아일보, 「법사위, ‘이화영 회유 의혹’ 박상용 공수처 고발…‘국회 위증’」, 2026.4.10.
- CBS노컷뉴스, 「‘조작기소’ 특검 끝은 공소취소?…‘항소취하’ 전례와는 다른 무게」, 2026.4.23.
- 오마이뉴스/뉴스프레소, 「공소취소권 가진 특검 추진, 영남권 지선 변수될까」, 2026.4.30.
- 일요신문, 「민주당 조작기소 국조특위-특검 연계 ‘이재명 공소취소’ 빌드업하나」, 2026.4.24.
- 파이낸셜뉴스, 「‘대북송금’ 겨누는 특검·공수처·檢…조작기소 의혹 ‘전방위 수사’」, 2026.4.7.
- 국민일보, 「2차 특검 ‘尹 대통령실, 대북송금 수사 개입 시도 확인’」, 20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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