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의 중진 용퇴론, 정점식의 박근혜 예방 — 박근혜가 던진 메시지는 무엇인가
국민의힘 내부 권력투쟁이 다시 한 번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장동혁 대표가 2028년 총선을 앞두고 중진들에게 “희생하고 불출마해 길을 터줘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던지자, 5선 중진 권영세 의원은 오히려 “장 대표가 물러나는 게 더 맞다”고 받아쳤다. 사실상 중진에게 공천의 문을 닫겠다는 선언에 가까운 정치적 도발과, 그에 대한 정면 역공이다.
그런데 바로 이 시점에 정점식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구 달성 사저에서 예방했다. 장동혁이 중진을 향해 칼을 빼든 순간, 정점식은 박근혜를 찾았다. 이것은 단순한 일정의 우연으로 보기에는 정치적 상징성이 너무 크다.
장동혁의 논리는 명확하다. 당이 위기인데도 일부 중진들이 지도부를 흔들고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보다 “장동혁이 물러나야 한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맞서 싸워야 할 시점에 당내에서 대표 거취 논쟁만 벌어지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중진들이 다음 총선에서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희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희생을 요구할 자격이 있느냐다. 권영세가 즉각 “최근 당 사정이나 장 대표의 발언을 보면 장 대표가 물러나는 게 확실히 더 맞다”고 반격한 것은 이 질문을 정확히 찌른 것이다.
정점식의 행보도 그래서 흥미롭다. 그는 장동혁의 징계 정치와 당협위원장 교체 등에 제동을 걸어왔고, 당의 기강을 징계로 세우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최근에도 장 대표 사퇴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진 의원들과의 접촉을 넓히는 동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예방했다.
이를 두고 단순히 “정점식이 꼬리를 내렸다”고 해석하면 오히려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정점식은 정면충돌 대신 원내대표라는 자신의 위치에서 당의 다른 축을 결집시키는 우회전략을 택한 것일 수 있다. 장동혁이 당대표 권한을 앞세워 인적 쇄신을 말한다면, 정점식은 원내 중진과 보수 원로라는 별도의 정치적 자산을 연결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박근혜가 던진 메시지는 무엇인가. 현재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장동혁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지원에 나선 이유를 설명하면서 “보수가 허물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고, 현재 국민의힘이 소수당인 만큼 힘을 합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정점식은 이 같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당 연찬회에서 직접 들려달라는 취지로 공식 초청했고, 박 전 대통령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박근혜 메시지를 “장동혁을 밀어내라”는 신호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오히려 공개된 언어만 놓고 보면 핵심은 ‘분열하지 말라’는 보수 통합 메시지에 가깝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무슨 말을 했느냐 못지않게 누구를 언제 만났느냐가 메시지가 된다. 장동혁이 중진을 향해 희생을 요구하고, 권영세가 장동혁의 사퇴를 요구하는 순간 정점식이 박근혜를 찾아갔다는 사실 자체가 당내 세력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으며, 당 지도부가 연찬회에 초청할 정도로 보수 진영의 상징적 구심점 역할을 다시 요청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장동혁 체제를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카드로 해석하지만, 이것 역시 아직은 분석의 영역이다. 확실한 것은 장동혁의 ‘세대교체·중진 희생’ 프레임에 맞서 정점식 쪽에서는 ‘보수 통합·원내 결집·전통적 보수의 구심’이라는 다른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장동혁의 실수는 중진을 공격했다는 사실보다 자신의 리더십 위기를 인적 쇄신 문제로 돌파하려 했다는 데 있을 수 있다. 장 대표를 둘러싼 사퇴론은 이미 몇 달째 반복되고 있으며, 정점식 역시 과거 “빠른 시일 내에 이 상황이 종결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장동혁이 이에 대한 해법으로 중진 불출마론을 꺼내면서 전선이 오히려 ‘장동혁 대 중진’으로 확대됐다.
권영세의 반격은 그 결과다. 여기에 정점식이 박근혜와 중진들의 지지를 받는 모양새가 만들어진다면 장동혁은 자신이 의도했던 “낡은 중진 대 새로운 지도부”구도를 오히려 “대표 권력 대 당 전체”구도로 바꾸어버릴 위험이 있다.
그래서 이번 사태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정점식이 꼬리를 내렸느냐가 아니라, 장동혁이 박근혜까지 등장한 새로운 보수 권력지형을 감당할 수 있느냐다. 박근혜가 직접 장동혁 사퇴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은 중요하다. 그러나 “보수가 허물어지는 것을 견딜 수 없다”, “소수당인 만큼 힘을 합쳐야 한다”는 메시지는 장동혁의 내부 숙청식 접근과 상당한 긴장관계를 갖는다.
국민의힘이 정말 쇄신하려면 중진을 무조건 밀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누가 살아남아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보수를 다시 묶을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먼저다. 박근혜의 메시지는 어쩌면 그 단순한 원칙을 다시 꺼낸 것이다. 장동혁에게 보내는 경고라면 “중진을 건드리지 말라”가 아니라, “보수의 분열을 쇄신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지 말라”는 쪽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그리고 정점식이 박근혜를 찾은 순간부터 국민의힘의 다음 싸움은 단순한 장동혁 대 중진의 싸움이 아니라, ‘장동혁식 쇄신’과 ‘박근혜식 보수 통합’ 가운데 어느 쪽이 당의 생존 전략이 될 것인가를 놓고 벌어지는 싸움으로 넘어가고 있다.
장동혁은 왜 하필 지금 ‘올공’에 올인하고 동시에 중진 털어내기에 들어갔을까.단순한 강경 보수 노선의 선택으로만 보면 설명이 부족하다. 6·3 지방선거 패배 이후 장 대표에게는 줄곧 사퇴론이 따라붙었고, 권영세 등 중진들은 대표 거취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아왔다. 그런데 장동혁은 당내에서 자신의 기반을 넓히는 대신 올림픽공원 집회라는 당 바깥의 강성 지지층과 직접 연결되는 정치적 공간을 선택했다.
제헌절 국회 공식행사보다 올공 집회를 택하고, 8·15에는 아예 ‘올공데이’를 선언하면서 참정권·부정선거·재선거·연임개헌 반대라는 의제를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로 끌어올렸다. 이것은 어쩌면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판단에서 나온 정면돌파형 생존전략일 수 있다.
당내 중진들이 “대표가 물러나라”고 압박하는 순간, 장동혁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는 자신을 당원과 강성 지지층이 직접 선택한 지도자로 규정하고, 기존 중진들을 ‘실패한 기성 정치’로 묶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갑자기 중진들에게 총선 불출마와 희생을 요구한 것도 우연한 강공이 아니다. “내가 물러날 것인가”라는 질문을 “누가 다음 총선에서 물러나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꿔버리는 것이다. 성공한다면 장동혁은 사퇴론을 쇄신론으로 전환할 수 있다.
반대로 실패하면 올공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고립된 대표의 마지막 정치적 피난처로 남을 수 있다. 특히 정점식 원내대표과 다수 중진들이 올공과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장동혁이 중진을 더 강하게 밀어낼수록 당은 ‘장동혁 대 국민의힘’이라는 위험한 구도로 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장동혁의 승부수는 중진을 쳐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중진을 쳐내고도 자신을 지켜줄 만큼 강력한 ‘당 밖의 당’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참고자료
- 권영세의 즉각적인 역공— 장동혁의 중진 불출마론에 대해 권영세가 “장 대표가 물러나는 게 더 맞다”고 반박한 최신 보도다.
- 정점식·장동혁 투톱 갈등— 정점식이 중진들과 접촉을 넓히는 반면 장동혁은 중진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 정점식의 박근혜 예방— 정점식이 8월 19일 대구 달성 사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연찬회 참석을 요청했고, 박 전 대통령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 박근혜 메시지의 정치적 해석— 박 전 대통령의 보수 결집 메시지와 최근 국민의힘과의 접촉 확대가 장동혁 체제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다만 ‘박근혜가 장동혁을 압박하기 위해 직접 움직였다’는 부분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정치권의 해석이다.
- 장동혁 사퇴론의 기존 흐름— 권영세는 7월에도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이유로 장동혁 사퇴 필요성을 주장했고, 정점식 역시 장 대표 거취 문제의 조속한 해결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 정점식의 통합론— 정점식은 장동혁의 징계 방침에 대해 “당의 기강 확립이 징계를 통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통합을 강조해 왔다.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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