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필은 왜 하와이 얘기를 꺼냈나…尹-韓 대결판 속, 신원식과 김용현까지 묶은 진술
하와이 회동 진술은 윤석열의 계엄 사전 구상 의혹을 넓히고, 한동훈을 정치적 표적으로 세우며, 신원식과 김용현까지 다시 수사선 위에 올렸다. 계엄 관련 수사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무엇일까. 침묵일까, 아니면 너무 많은 말을 하는 일일까. 강호필 전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의 하와이 회동 진술은 후자에 가깝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7월 하와이에서 한동훈 전 대표를 “할아버지 때부터 빨갱이라 말해”라고 비난하고, 군의 참여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취지의 진술은 단순한 과거 회동의 복원이 아니다. 이 진술 하나로 12·3 비상계엄은 ‘12월의 돌발 사건’이 아니라, 적어도 5개월 전부터 군 개입 가능성이 거론된 사전 구상으로 읽힐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더 흥미로운 질문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무엇을 말했느냐보다, 강호필 전 사령관이 왜 지금 그 장면을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꺼냈느냐에 있다. 특검 협조가 면책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사례에서 드러났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지시 내용을 진술했음에도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됐고, 이후 2차 종합특검의 군형법상 반란 혐의 조사도 받았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역시 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 지시 관련 핵심 진술자로 알려졌지만, 종합특검에서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입건됐다.
그렇다면 장군까지 지낸 강호필 전 사령관이 이 점을 몰랐을 리 없다. 특검에 협조한다고 해서 무조건 빠져나갈 수 없고, 오히려 진술이 구체적일수록 자신의 침묵과 당시 행동도 함께 검증받게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하와이, 한동훈, 신원식, 김용현이라는 이름을 한 장면 안으로 끌어왔다.
이 진술이 만드는 첫 번째 효과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한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한동훈 전 대표를 단순한 정치적 반대자가 아니라 반국가세력처럼 인식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하와이 회동에서 “군이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까지 있었다면, 윤 전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불만을 넘어 군을 국내 정치에 개입시키려 했다는 의혹의 시간표가 생긴다.
두 번째 효과는 한동훈 전 대표에게 향한다. 한동훈은 이 진술 속에서 단순한 여권 내부의 갈등 상대가 아니다. 계엄의 사전 논의 단계에서부터 윤 전 대통령의 적대적 인식이 집중된 정치적 표적으로 등장한다. 계엄 당일 정치인 체포 또는 위치 확인 대상 명단에 한동훈의 이름이 거론됐다는 기존 수사 정황과 결합될 경우, 이 사건은 ‘윤석열 대 야당’ 구도가 아니라 ‘윤석열 대 내부 반대자’의 문제로까지 확장된다.
세 번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다. 강호필의 진술 구조가 사실이라면, 신원식은 본래 계엄 모의의 중심 인물이 아니더라도 “그때 무엇을 보고받았고,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특검은 강호필이 신원식 당시 장관과 김명수 당시 합참의장에게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보고했고, 신원식이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에게 계엄 반대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지점에서 신원식은 설계자가 아니라도, 조기 경고를 받은 국방장관이라는 위치에 놓인다. 강호필의 말이 신원식에게 유리한 증언인지, 아니면 “알고도 막지 못한 사람”으로 만드는 증언인지도 다시 따져야 한다.
그리고 네 번째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용현은 단순 동석자가 아니다. 하와이 회동 당시에는 대통령경호처장이었고, 이후 국방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신원식 장관의 반대 이후 김용현을 국방부 장관으로 교체한 흐름에도 주목해 왔다.
강호필의 진술은 김용현을 다시 초기 계엄 논의의 한가운데에 세운다.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적개심, 군 개입 언급, 강호필이라는 군 지휘선, 김용현이라는 실행 연결고리가 하와이 호텔이라는 한 장면에 모인다. 김용현이 그 자리에서 정확히 무엇을 들었고, 어떤 반응을 했으며, 이후 어떤 방식으로 계엄 논의가 구체화됐는지는 더 이상 주변 질문이 아니다.
바로 여기서 강호필의 진술은 묘한 양면성을 가진다. 한편으로 그는 자신을 “위험한 분위기를 일찍 감지했고, 상부에 알렸으며, 추가 회동도 피하려 했던 장성”으로 위치시킨다. 실제로 강 전 사령관은 하와이 회동 이후 반감을 느껴 추가 회동에 불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보도됐다.
다른 한편으로 이 진술은 강호필 자신에게 더 무거운 질문을 남긴다. 정말로 2024년 7월부터 군의 정치 개입 가능성을 들었고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면, 그 이후 그는 무엇을 했는가.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보고했는가. 왜 계엄 당일 지상작전사령부 지휘선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나는 일찍 알았다”는 말은 면책의 열쇠가 아니라, 오히려 책임의 시간을 더 앞당기는 진술이 될 수도 있다.
강호필 전 사령관이 의도적으로 판을 키웠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없다. 특검이 이미 회동 사실과 보고 정황을 상당 부분 확보했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맥락까지 포함해 진술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면 분명하다.
그의 하와이 진술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는 사전 계엄 구상 의혹을, 한동훈 전 대표에게는 내부 숙청 표적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신원식 전 장관에게는 사전 인지와 대응 책임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는 초기 논의의 핵심 동석자이자 실행 연결고리라는 위치를 부여한다. 그리고 강호필 자신은 그 거대한 그림의 밖이 아니라, “알고 있었고 경고했다고 주장하는 핵심 장성”으로 다시 들어간다.
하와이 호텔의 대화가 사실인지, 그 발언이 실제 계엄 준비와 어떤 인과관계로 이어졌는지는 수사와 재판에서 검증돼야 한다. 다만 지금 분명한 것은 하나다. 이 진술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말일 수는 있어도, 누구도 쉽게 살려두지 않는 말이라는 점이다.
참고문헌
- 경향신문, 「특검 ‘윤, 계엄 5개월 전 한동훈, 할아버지부터 빨갱이 발언’」, 2026년 7월 1일.
- 경향신문, 「윤석열이 ‘한동훈은 할아버지도 빨갱이’라고 비난했다 진술 확보한 특검」, 2026년 7월 1일.
- 경향신문, 「계엄 계획 몰랐다던 강호필 전 지작사령관…윤석열 작년 7월부터 계엄 거론」, 2025년 11월 13일.
- 경향신문, 「윤석열 ‘한동훈은 빨갱이’ ‘쏴 죽이겠다’ 발언…특검 수사 결과」, 2025년 12월 15일.
- 한겨레, 「강호필 ‘윤 한동훈은 할아버지 때부터 빨갱이라 말해…반감 느껴 이후 회동 불참’」, 2026년 7월 2일.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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