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KOREA

“나치 전범처럼 끝까지 묻겠다”… 이재명의 국가폭력 시효 폐지론, 정의인가 정치인가

제주 4·3 평화공원은 늘 한국 정치의 양심을 시험하는 장소다. 거기서 “국가폭력 범죄의 형사 공소시효와 민사 소멸시효를 폐지하겠다”, “나치 전범처럼 영구히 책임지게 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분명 강력했다. 국가가 국민을 짓밟은 범죄는 시간이 흘렀다고 씻기지 않는다는 선언 자체는, 4·3의 역사 앞에서 충분히 울림이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3월 29일 제주 4·3 희생자 유족과의 오찬 및 관련 일정에서 국가폭력 범죄에 대해 “살아있는 한 끝까지 형사책임을 지고, 상속 재산이 있는 한 자손들까지 그 범위 내에서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까지 언급했다. 피해자와 유족의 입장에서는 너무 늦었을 뿐, 방향 자체는 옳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말이다. 국가범죄를 국가가 잊자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정의의 언어가 권력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다. 국가폭력의 시효 폐지론은 듣기에는 단호하고 아름답지만, 실제 제도화 과정에서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 형벌 체계에서 공소시효는 단지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증거의 소실, 기억의 왜곡, 정치권력의 보복적 사법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치 전범”이라는 비유는 상징적으로는 강렬하지만, 동시에 위험하다. 나치 범죄는 국제법상 반인도범죄라는 특별한 역사적·법적 맥락 위에서 다뤄져 왔다. 이를 한국의 모든 국가폭력 사건에 그대로 가져오려면, 도덕적 분노만이 아니라 헌법적 정합성과 형벌 불소급 원칙, 책임 범위의 한계까지 정교하게 다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숭고한 약속은 쉽게 정치적 구호가 되고, 정치적 구호는 다시 선택적 정의의 무기가 된다.  



더 날카롭게 말하면, 이 발언은 피해 회복의 약속인 동시에 권력의 자기연출이기도 하다. 한국 정치에서 과거사 청산은 늘 옳은 대의였지만, 늘 현재 권력의 필요와도 맞물려 작동해 왔다. 정권은 과거의 국가폭력을 단죄한다고 말하면서, 현재의 국가권력 행사에는 훨씬 관대해지는 이중성을 자주 보여왔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분노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자기 권력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느냐”다. 오늘의 권력이 어제의 국가폭력을 처벌하겠다고 말할 때, 국민은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그렇다면 오늘의 수사기관, 정보기관, 경찰권, 행정권 남용 가능성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것인가. 과거의 폭력은 절대악이고 현재의 폭력은 통치행위라는 식의 자기면제라면,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 새 권력의 도덕 포장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의제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고문, 사건 조작, 사법살인, 국가기관의 조직적 인권침해가 단지 세월이 흘렀다는 이유로 면책되는 것이 과연 정상인가. 피해자는 평생 무덤을 안고 사는데, 가해자는 훈장과 연금, 사회적 명예를 안고 생을 마감하는 현실이야말로 법치의 조롱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국가폭력 가해자들의 훈·포장 박탈과 시효 배제를 함께 언급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피해자에게 “이미 늦었다”고 말하는 국가는 법치국가가 아니라 기억상실 국가다. 국가폭력 앞에서만 유독 신중론이 과잉 작동하는 사회라면, 그 신중은 중립이 아니라 기득권의 방패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 발언의 진짜 성패는 수사적 강도에 있지 않다. 법을 실제로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가폭력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소급 적용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민사 책임과 형사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구분할 것인지, 상속재산 책임이라는 민감한 대목을 헌법적으로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기준이 정파를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적용될 것인지가 핵심이다. 제대로 만들면 늦은 정의가 될 수 있고, 허술하게 밀어붙이면 또 하나의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제주 4·3 앞에서 가장 옳은 말을 꺼냈다. 이제 남은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다. 그 말을 박수용 상징으로 끝낼지, 권력 자신에게도 되돌아오는 원칙으로 만들지. 국가폭력은 공소시효만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이 자기 폭력 가능성까지 법으로 묶을 용기가 있느냐의 문제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李대통령 “국가폭력, 나치 전범 처벌처럼 영구 책임지게 하겠다”」, 2026년 3월 29일.  

• 한겨레, 「이 대통령 “4·3 국가폭력, 나치 전범처럼 영구 처벌받도록 하겠다”」, 2026년 3월 29일.  

• 경향신문, 「4·3 앞 제주 찾은 이 대통령 “국가폭력, 나치 전범처럼 영구 책임”」, 2026년 3월 29일.  

• 동아일보, 「李 “국가폭력, 공소시효 폐지…나치 전범처럼 영구 책임”」, 2026년 3월 29일.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이재명 대통령 부부, 제주 4·3 평화공원 참배 관련 강유정 대변인 서면브리핑」, 2026년 3월 29일. 

Socko/Ghost

newsvow

-한국을 세계로, 세계를 한국으로- Socko is a Korean editorial writer analyzing geopolitics, economics, and power structures with clarity, depth, and a touch of refined satire. From local politics to global shifts, Socko delivers commentary that informs, questions, and challenges. Socko는 국제정치·경제·권력 구조를 깊이 있게 해석하는 한국의 에디토리얼 라이터로, 정교한 풍자와 분석을 통해 세상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Related Article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