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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보는 돌아오는가 — “깨끗이 목을 베라”던 시대, 한동훈의 질문

2009년 4월,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받으며 정치적·도덕적 벼랑 끝에 서 있었다. 그때 언론의 문장은 매서웠다. “당신이 죽어야” 민주주의와 사회정의가 부활한다는 표현이 등장했고, “깨끗이 목을 베라”는 옛 장수의 고사도 칼럼에 인용됐다. 그로부터 한 달 남짓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세상을 떠났다.

이 문장들을 오늘 다시 꺼내는 것은 과거의 필자를 단죄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당시의 언어가 어떤 시대정신과 정치적 분노를 드러냈는지, 그리고 한 사람의 죽음 이후 그 언어가 어떻게 기억되고 재해석됐는지를 묻기 위해서다. 글의 문맥을 떼어내 죽음을 직접 명령한 문장으로 단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의도가 무엇이었든, 공적 인물에게 죽음과 소멸을 연상시키는 언어를 던졌을 때 그 사회가 감당해야 할 윤리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업보란 초자연적인 응보가 아니라, 자신이 남긴 말과 행동이 훗날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박연차 게이트는 단순한 금품 수수 의혹으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대통령과 기업인, 가족과 측근, 검찰과 언론,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가족의 금전 수수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검찰은 수사를 이어갔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사건은 통상적인 형사재판을 통한 최종 판단에 이르지 못했다. 여기서 두 가지를 동시에 기억해야 한다.

의혹이 있었다는 사실과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었다는 주장은 서로 다르다. 반대로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당시 제기된 모든 의혹이 조작이었다고 단정하는 것 역시 논리적 비약이다. 사건의 실체를 따지는 일과 수사 과정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정치권이 이 구분을 무시하면 사건은 진실을 밝히는 기록이 아니라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무기가 된다.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사건이 소환되는 이유는 과거의 사실관계만큼이나, 그 사건을 각 진영이 어떻게 기억하고 이용해 왔는지가 현재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은 2026년 10월 초 박연차 게이트를 다시 전면에 끌어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측의 금품 수수 의혹을 거론하면서 피아제 시계와 거액의 자금 문제를 사실이라고 주장했고,…

곽상언 의원 부부의 미국 뉴저지 주택 구입 자금에 박연차 측 자금이 들어갔는지도 공개적으로 물었다. 곽 의원은 한동훈이 사실이라고 단정하는 근거와 자료를 제시하라고 맞섰다. 민주당 측에서는 법원의 판단이 없는 사안을 확정된 사실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정치적 공방의 핵심이다.

한동훈의 질문이 정당한 문제 제기로 인정받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 상대에게 예와 아니오만 요구한다고 사실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불편한 질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의혹 자체를 봉쇄해서도 안 된다. 한동훈이 내세우는 것은 과거 수사가 조작이었다는 정치적 서사를 깨겠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그 서사를 깨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상대를 몰아붙이는 수사가 아니라,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와 증거를 공개하고 검증받는 일이다. 그렇다면 업보는 누구에게 돌아오는가.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검찰 수사와 피의사실 공표, 수사 과정에서의 압박을 비판해 왔다. 반면 당시 노 전 대통령을 향해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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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비판을 쏟아냈던 언론의 과거 문장들은 지금도 다시 소환된다. 살아 있을 때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다가 죽은 뒤에는 정치적 상징으로 추모하는 태도, 수사 당시에는 의혹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다가 훗날에는 수사 자체를 전면적인 조작으로 규정하는 태도, 어느 쪽이든 자기 진영에 유리한 기억만 남긴다면 역사는 편집된 선전물이 된다.

다만 모든 비판이 죽음을 부추겼다고 단정하거나, 당시의 언론 전체를 하나의 의도로 묶는 것 역시 공정한 평가가 아니다. 언론은 권력자의 도덕성을 검증할 의무가 있고, 동시에 의혹과 확정된 사실을 구별하며 인간의 존엄을 지켜야 할 책임도 있다. 업보라는 말이 의미를 갖는 지점은 여기다. 남에게 적용한 원칙을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가.

과거의 문장을 오늘 다시 읽을 때, 우리는 그 문장을 쓴 사람만 심판할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을 열광적으로 소비하고 정파에 따라 선택적으로 기억한 사회의 태도까지 돌아봐야 한다. 한동훈에게도 이 질문은 예외가 아니다. 그는 검찰 출신 정치인으로서 사실과 증거, 법치의 원칙을 강조해 왔다. 그렇다면 과거 수사에 대한 논쟁에서도 동일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은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반박하는 사람은 반증이나 구체적인 문제점을 제시해야 한다. 형사사건의 법적 판단과 정치적·역사적 평가는 구분돼야 한다. 법원의 확정판결이 없다는 사실이 모든 의혹을 자동으로 무효화하지는 않지만, 의혹이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한동훈이 민주당의 ‘조작 수사’ 서사를 비판하려면, 바로 그 서사가 왜 틀렸는지를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반대로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지키려 한다면, 검증 가능한 질문까지 무조건 악의적 공격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자신의 정치적 언어에는 관대한 잣대를 적용하고 상대의 언어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법치와 도덕은 진영의 장식품으로 전락한다. 한동훈이 던진 질문이 그에게 정치적 기회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증거의 수준을 과장한다면, 사실을 강조해 온 정치인이라는 자기 이미지부터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더 무거운 문제는 죽음이 정치적 논쟁의 도구가 되는 순간이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가 생전에 받았던 비판을 모두 무효로 만들지 않는다. 동시에 그 죽음이 생전의 모든 의혹을 확정하는 증거가 될 수도 없다. 죽었다는 이유로 무조건 성역화하는 것도, 죽은 사람을 상대로 입증되지 않은 의혹을 확정된 사실처럼 반복하는 것도 역사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는 아니다. 2009년 당시의 칼럼들은 문맥과 표현의 차이를 고려해 읽어야 하지만,…

정치적 적대가 인간의 존엄을 어디까지 밀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오늘날 정치권이 그 문장들을 다시 꺼내 상대 진영의 위선만 공격한다면 과거는 또 한 번 소모될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때와 지금의 공론장이 무엇을 배웠느냐는 질문이다. 수사 대상에게는 엄격한 책임을 요구하면서 수사기관에는 무제한의 권한을 허용할 수 있는가.

언론은 권력자를 비판하면서도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처럼 유통하지 않을 수 있는가. 정치인은 상대의 과거를 공격하면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17년의 시간은 성찰의 시간이 아니라 같은 전쟁을 반복한 시간에 불과하다. 업보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형벌이 아니다. 권력자가 남긴 결정, 정치인이 던진 말,…

언론이 선택한 표현, 시민이 열광하거나 외면한 기억이 쌓여 훗날 그 사회의 신뢰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깨끗이 목을 베라”와 “당신이 죽어야”라는 문장을 다시 읽는 오늘, 우리는 그 표현을 누가 썼는지뿐 아니라 왜 그런 언어가 공론장에서 허용됐는지 물어야 한다. 한동훈이 박연차 게이트를 다시 꺼낸 지금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은 증거로 검증해야 하고,…

검찰 수사의 정당성은 별도로 평가해야 하며, 정치적 기억을 이용하는 모든 세력은 자기 주장에 책임을 져야 한다. 과거를 들춰 상대를 심판하려는 사람은 자신이 과거에 무엇을 말했고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 돌아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정치의 업보란 남에게 겨눈 칼이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저주가 아니다. 남에게 요구한 진실과 책임의 기준을 자신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피할 수 없는 원칙이다.

참고문헌

  1. 박상주, 「노무현 전 대통령께」, 미디어오늘, 2009년 4월 14일. 미디어오늘
  2. 김종구, 「[아침햇발] 비굴이냐, 고통이냐」, 한겨레, 2009년 4월 30일. Daum
  3. 「‘팩트 보여달라’에 ‘맞다·아니다 답하라’…한동훈·곽상언 설전, 누가 맞나」, 주간경향, 2026년 10월 4일. 주간경향
  4. 「한동훈, ‘盧 사위’ 곽상언 입장에 즉답…뉴저지 아파트값 박연차 돈 받은 것 팩트 아닌가」, 매일신문, 2026년 10월 3일. 매일신문
  5. 「한동훈-곽상언 설전 계속 ‘박연차 돈 맞냐, 아니냐 답하라’」, JTBC, 2026년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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