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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팀은 누구인가?”…李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찾는 ‘불편한 국민’의 얼굴

정부가 만든 정책을 정부 스스로 공격하라…그렇다면 그 정책의 가장 아픈 곳을 먼저 느끼는 사람은 누구인가

‘레드팀(Red Team)’이라는 낯선 단어가 이제 국무회의에서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다. 특히 9월 1일 제38회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외국인 국민연금 추납 문제를 언급하며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기존 제도에 숨어 있는 잠재적 문제를 레드팀의 입장에서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안이 언제나 옳거나 완벽할 수 없으며 국회의 지적과 대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발언과 함께 읽으면 의미는 더욱 분명하다.

레드팀은 정부의 적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가 자기 확신에 취하지 않도록 일부러 정부를 공격하는 내부의 적군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강한 정부일수록 레드팀이 필요하다. 권력이 약해서 반대의견을 듣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강하기 때문에 반대의견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레드팀의 진짜 가치는 ‘반대하는 것’ 자체에 있지 않다.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은 야당일 수도 있고 언론일 수도 있고 시민단체일 수도 있다. 레드팀은 그보다 훨씬 냉정하다. “당신들의 정책이 내일 실패한다고 가정하면 어디에서 먼저 무너지는가?”를 묻는다.

그래서 레드팀은 정책을 만든 사람에게 가장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숫자는 맞는가, 현장에서는 작동하는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은 없는가, 제도의 빈틈을 누가 이용하는가, 혜택을 받는 사람과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군사훈련에서 가상의 적군이 아군의 작전을 공격하듯 정부 정책도 가상의 실패를 미리 만들어 보는 것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정리한 레드팀의 개념 역시 공격자 관점에서 취약점을 찾아 개선하는 방식이며, 정부·기업 등 다양한 조직에서 활용될 수 있는 의사결정 기법으로 설명된다.

그렇다면 사회 현실에서 레드팀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어쩌면 가장 중요한 레드팀은 국무회의실 안이 아니라 정책의 비용을 직접 지불하는 사람들일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을 만든다면 집을 살 수 없는 청년이 레드팀이고, 최저임금 정책이라면 직원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소상공인이 레드팀이며, 복지정책이라면 지원 기준 바로 앞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레드팀이다. 교육정책에서는 교실의 교사가, 노동정책에서는 영세기업의 사업주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연금정책에서는 현재 연금을 내는 청년과 이미 연금을 받는 노인이 각각 서로 다른 레드팀이 될 수 있다.

외국인 국민연금 추납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그 제도가 만들어졌을 때 누가 예상하지 못한 이익을 얻고, 누가 예상하지 못한 부담을 떠안는가”를 찾아내는 순간 비로소 레드팀이 작동한다. 이 대통령이 이번 국무회의에서 바로 기존 제도의 잠재적 문제를 레드팀 관점에서 보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레드팀은 계층에 따라 얼굴이 달라진다. 고소득층에게는 세금과 규제가 레드팀의 질문이 될 수 있고, 중산층에게는 주택·교육·대출·노후가 그 질문이 된다. 청년에게는 취업과 주거와 자산 형성이, 자영업자에게는 임대료와 인건비와 금융비용이, 제조업체에게는 전기료와 인력과 수출환경이 레드팀이 된다. 지방에서는 인구감소와 의료·교통·교육의 문제가 레드팀이 되고, 수도권에서는 집값과 교통과 경쟁의 문제가 레드팀이 된다.

심지어 정부가 ‘성공했다’고 발표한 경제지표 앞에서도 “그런데 내 월급은 왜 그대로인가?” “왜 내 장바구니는 여전히 비싼가?”라고 묻는 시민이 존재한다면, 그 질문 역시 레드팀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도 이날 경제상황이 수치상 개선됐다는 설명과 달리 국민이 “나는 뭐냐”라고 느낄 수 있다며 체감물가 지원을 강조했다. 숫자와 체감 사이의 간극을 발견하는 것, 바로 그것이 레드팀의 첫 번째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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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서 장중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레드팀을 대통령이 좋아한다고 해서 레드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듣고 싶은 비판을 하는 사람은 참모이고, 대통령이 듣기 싫어하는 사실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람이 진짜 레드팀일 수 있다. 정부 안에서도 레드팀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대통령경호처는 2026년 8월 기관장 직속의 실무직원 중심 ‘소통참모단’을 출범시키며 조직 내부 문제를 비판적으로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레드팀·옴부즈만 기능을 결합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레드팀은 상명하복 조직에서 더욱 중요하다. 문제는 단 하나다. 그 레드팀이 정말로 권력자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가.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지만 결정을 바꿀 수 없다면 그것은 레드팀이 아니라 ‘비판을 듣는 모양을 갖추는 장식물’에 가까워진다.

더 깊이 들어가면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레드팀이어야 한다. 언론은 정부의 실패 가능성을 먼저 찾아야 하고, 야당은 모든 정책을 무조건 반대하는 대신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시민사회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부에도 불편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국회 역시 정부의 안을 통과시키는 기계가 아니라 정부가 놓친 한 사람의 목소리를 찾아내는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의 정책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블루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편이니까 맞다”는 순간 레드팀은 죽는다. 반대로 “우리 편이지만 이건 틀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 민주주의는 살아난다. 이 점에서 레드팀은 정치적 반대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사고(groupthink)를 깨는 민주주의의 안전장치에 가깝다. 과거부터 정부와 기업 조직에서 레드팀이 대안 분석과 취약점 검증의 방법으로 발전해 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복해서 말하는 ‘레드팀’의 성패는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반대의견을 들었느냐가 아니라, 그 반대의견 때문에 실제 정책이 얼마나 바뀌었느냐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레드팀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가장 먼저 울리는 경보는 대통령에게 가장 불편한 곳에서 나와야 한다. 청년의 방에서, 소상공인의 가게에서, 노동자의 작업장에서, 지방의 빈 병원에서, 집을 사지 못하는 세대의 월세방에서, 그리고 정부 통계에는 아직 잡히지 않는 국민의 생활 속에서 말이다.

어쩌면 진짜 레드팀은 정부가 임명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책의 결과를 온몸으로 견디는 국민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대통령에게 남은 질문은 하나다. “레드팀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다. “레드팀이 대통령에게 ‘아닙니다’라고 말했을 때, 대통령은 정말 멈출 수 있는가?” 권력의 가장 위험한 순간은 반대가 사라질 때가 아니라, 반대가 존재하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때다. 레드팀은 그래서 적군의 이름이 아니다. 권력이 스스로에게 울리는 마지막 경보음의 이름이다.

참고자료

  • 대통령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제38회 국무회의 결과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안이 언제나 옳거나 완벽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국회의 지적과 대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 외국인 국민연금 추납 논란 — 레드팀 발언의 직접적 배경
    이 대통령은 외국인 국민연금 추후납부 문제가 수년간 방치됐다며 각 부처가 “레드팀의 입장에서 소관 업무를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즉 정책이 시행된 뒤 문제가 터지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만든 내부에서 먼저 취약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조직이해능력 자료 — 레드팀의 개념
    NCS 자료는 레드팀을 기존 전략에 개입하지 않은 독립적 팀이 경쟁자 관점에서 시뮬레이션해 가설을 검증하고 취약점과 대안을 찾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주요 기능을 시뮬레이션·취약점 발견·대체 분석으로 제시한다.
  • Trend Micro — Red Teaming 개념
    사이버보안 분야에서는 실제 공격자의 관점에서 조직의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방식으로 레드팀이 활용된다. 즉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실제 공격이 들어온다고 가정하고 방어체계를 시험하는 것이다.
  • 금융보안원 — AI 레드팀
    금융권에서도 AI 시스템의 결함과 취약점을 공격자 관점에서 사전에 탐색하는 AI 레드티밍이 실제 보안 활동으로 활용되고 있다. 레드팀 개념이 정부 정책뿐 아니라 AI·금융·사이버보안 영역까지 확장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 레드팀의 핵심 철학 — 집단사고 방지
    NCS 자료에서도 레드팀은 위계질서와 집단사고의 위험을 줄이고, 기존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숨은 정보와 대안을 찾는 의사결정 기법으로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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