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전쟁은 총이 아니라 네트워크다 — 마오이즘의 ‘법보’, 분열과 권력통제가 미국 사회를 겨누는가
1. 마오쩌둥에게 인민은 군대의 뒤가 아니라 전쟁 그 자체였다.
마오쩌둥의 ‘인민전쟁(People’s War)’은 단순히 민간인을 동원해 군사력을 보충하는 전략이 아니었다. 중국공산당의 설명에서도 인민전쟁은 군대와 인민을 결합하고, 전쟁과 평화·전선과 후방·군인과 민간인의 경계를 흐리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더 주목할 것은 시진핑 시대 중국이 이 개념을 낡은 혁명전쟁의 유물로 폐기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의 ‘법보(法宝·magic weapon)’로 다시 강조했다는 점이다. 즉 오늘날 인민전쟁은 반드시 총과 유격대의 형태로만 나타날 필요가 없다. 정보·여론·사회운동·문화·디지털 네트워크까지 전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 여기서 ‘마법의 무기’는 미국 사회를 내부에서 움직이는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얼굴을 얻는다.
마오주의의 핵심에는 적과 아군을 단순하게 나누는 것보다, 사회 내부의 다양한 세력을 연결하고 포섭해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는 통일전선(United Front)의 사고가 있다. 미국·중국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UFWD)가 해외에서도 중국의 정책과 권위에 대한 잠재적 반대 세력을 포섭·중화하고, 해외 중국계 공동체와 외국의 정치·사회적 행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설명해 왔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공작’이 반드시 명령서 한 장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움직이면서 결과적으로 동일한 전략적 효과를 만들어 내는 분산형 영향력 구조가 훨씬 현대적이다.
3. 그래서 미국에서 벌어지는 CODEPINK와 ‘중국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China Is Not Our Enemy)’ 논란은 단순한 좌우 정치싸움 이상의 검증 대상이 된다.
2023년 《뉴욕타임스》의 탐사보도는 미국의 사업가 네빌 로이 싱엄(Neville Roy Singham)을 중심으로 중국 정부의 메시지와 가까운 네트워크가 여러 비영리단체·미디어 조직에 자금을 제공해 왔다는 의혹과 자금 흐름을 추적했다. 이후 조지워싱턴대 연구에서도 싱엄과 연결된 네트워크, People’s Forum 등과 미국 내 친팔레스타인 활동의 관계가 분석됐다. 다만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중국에 우호적인 활동’과 ‘중국공산당의 지시를 받는 활동’은 같은 말이 아니다. CODEPINK는 중국 정부나 외국 정부의 자금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핵심 질문은 ‘좌파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누가 돈을 제공했으며, 어떤 조직을 거쳐 어떤 메시지가 유통됐고, 그 결과가 중국공산당의 전략적 이해와 얼마나 일치하는가이다.
4. 더 흥미로운 것은 2026년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중국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쿠바까지 연결된 ‘혁명 네트워크’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미 국무부는 2026년 7월 「Cuba: The Capital of 21st Century Communism」 보고서에서 쿠바 정권이 장기간 미국 내부의 활동가·좌파 네트워크와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DSA, CODEPINK 등 미국 내 여러 좌파·반전 네트워크를 쿠바의 영향력 문제와 연결한다. 이 주장은 당사자들과 민주사회주의 진영으로부터 강하게 반박받고 있으며, DSA 측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 정치적 반대세력을 외국의 악성 행위자로 몰아붙이는 정치적 시도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이 보고서를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미국 정부가 이제 중국·쿠바·활동가 네트워크를 하나의 대외 영향력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5. 그렇다면 ‘분열’은 어디에서 작동하는가.
현대의 인민전쟁을 전통적인 무장혁명으로만 이해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분열은 선거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서로를 적대적 정체성 집단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종·계층·이민·경찰·이스라엘·팔레스타인·성별·기후·자본주의·반제국주의 등 서로 다른 갈등을 하나의 정치적 적대축으로 연결하면 사회의 에너지는 정책 경쟁보다 내부 충돌에 소모될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도 국가가 배후에 있는 온라인 영향력 작전이 ‘증오’ 그 자체보다 정당·집단·국가를 서로 공격하게 만드는 manufactured divisiveness, 즉 ‘제조된 분열’을 생산하는 현상이 분석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21세기형 ‘인민전쟁’을 이해할 때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6. 결국 핵심은 ‘누가 미국 좌파를 조종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갈등의 인프라를 소유하고 있는가’이다.
돈이 들어가고, 사무실이 제공되고, 미디어가 만들어지고, 활동가가 연결되고, SNS 메시지가 확산되고, 국제회의와 해외 방문이 조직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이념적 동조를 넘어 하나의 정치적 인프라가 된다. 그리고 그 인프라가 중국의 국가전략, 쿠바의 혁명 수출 전통, 반미·반제국주의 담론과 반복적으로 접점을 형성한다면 미국의 정보기관과 사법기관이 자금의 출처와 조직 간 연결을 조사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행위가 아니라 정상적인 방첩·투명성 문제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정부가 ‘중국에 우호적이다’라는 이유만으로 미국 시민의 합법적 정치활동을 외국 대리행위로 규정한다면 그것 역시 자유민주주의의 자기파괴가 된다. 검증해야 할 것은 이념이 아니라 자금·지휘·연결·행동의 증거다.
7. 이제 미국의 진짜 전쟁은 좌파 대 우파가 아니라 ‘자생적 민주주의’와 ‘외부 영향력이 침투한 정치 인프라’를 구별하는 능력의 싸움일 수 있다.
중국공산당이 과거의 마오주의를 그대로 미국에 수출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그러나 마오주의의 인민전쟁과 통일전선이라는 사고가 돈·미디어·NGO·문화·SNS·국제 연대라는 비군사적 수단으로 재해석될 가능성은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CODEPINK와 중국 관련 네트워크, 그리고 쿠바의 장기간 대미 영향력 활동까지 함께 들여다보기 시작한 2026년은 이 문제를 음모론이 아니라 자금 추적과 조직 관계, 메시지의 동조성, 실제 지휘 관계를 하나씩 검증하는 단계로 끌어올릴 시점이다. 인민전쟁의 ‘법보’가 21세기 미국에서 실제로 작동한다면 그 무기는 탱크가 아닐 것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이야기, 사람을 연결하는 돈, 사람을 갈라놓는 갈등, 그리고 그 갈등을 정치적 권력으로 바꾸는 네트워크일 것이다.
참고자료
-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 China’s Overseas United Front Work
- The New York Times 조사 — Singham과 중국 선전 네트워크
-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 CCP Influence in U.S. Pro-Palestinian Activism
- CODEPINK의 공식 반박
- 미 국무부의 Cuba 보고서 관련 자료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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