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를 향한 미국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이번에는 관세나 대미 투자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과 표현의 자유 문제가 미국 의회의 직접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2026년 7월 7일부터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허위·조작정보 등에 대한 신고·처리 체계를 요구하고, 일정한 경우 삭제·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에서는 악의적인 허위정보와 조작정보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설명이지만, 미국 국무부는 이 법이 미국계 온라인 플랫폼의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미국이 한국의 국내법을 문제 삼는 것인가. 핵심은 허위정보 규제의 목적이 아니라 ‘누가 무엇을 허위라고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플랫폼과 언론에 어느 정도의 법적 부담을 지울 것인가’에 있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허위정보를 막을 필요가 있지만, 진실과 허위를 결정하는 권력이 정부와 규제기관에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측 문제 제기의 핵심이다.
문제는 이 법이 이제 단순한 서울의 입법 논쟁을 넘어 미국 기업과 한미 통상 문제로 연결됐다는 점이다. 적용 대상에는 네이버·카카오뿐 아니라 Google, Meta, X, TikTok 등 미국계 플랫폼도 포함된다. 한국 정부는 국내외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외교부는 개정법에 외국 기업을 차별하는 조항이 없으며 헌법상 표현의 자유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법률 문구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이미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한국의 규제 대응을 둘러싸고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한다는 문제를 제기했고, 7월 1일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관행이 양국 간 최근 무역 합의에도 저촉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정보통신망법과 쿠팡 문제가 한데 묶이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플랫폼 규제 → 미국 빅테크 부담 → 미국 기업 차별 → 통상장벽’이라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재명 정부가 잘못했느냐는 질문은 국내법의 필요성만으로 답할 수 없고, 동맹국의 기업과 표현의 자유에 어떤 외교·통상적 신호를 보냈느냐까지 따져야 한다.
더욱 주목할 것은 미국 의회가 이 문제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화당 소속 Jim Jordan 하원 법사위원장 측은 한국의 이른바 ‘가짜뉴스법’에 대해 미국 기업이 한국 정부의 규제에 의해 표현을 통제하도록 압박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는 단순히 민주당이나 공화당 한쪽의 시각으로만 볼 수 없는 문제다. 미국 행정부 역시 이미 한국 정부에 미국 기업에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부담을 부과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주장이 한국의 국내법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주권국가이고, 한국 국회가 자국의 온라인 공간에서 허위정보 피해를 막기 위한 법률을 만드는 것은 당연히 가능한 입법권이다. 그러나 한국의 법이 미국 기업의 사업과 미국 헌법상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 논쟁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면 워싱턴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도 동시에 생긴다. 더욱이 미국이 이미 디지털 규제와 빅테크 문제를 통상협상의 일부로 다루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단순한 ‘내정간섭’이라고만 치부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응이 아니다.
여기에 Michelle Steel의 서울 부임이 겹쳤다는 점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스틸 대사는 6월 미국 상원의 인준을 받아 7월 말 서울에 도착했고, 인준 청문회에서부터 한국 내 미국 기업의 차별 문제와 시장 접근성,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에 대한 투명성을 강조했다. 특히 스틸 대사는 한국계 미국인이면서 공화당 정치인 출신이고, 트럼프 행정부가 두 번째 임기 들어 처음으로 서울에 정식 부임시키는 미국 대사라는 상징성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스틸 대사의 역할은 전통적인 외교관의 역할에만 머물 가능성이 작다. 통상·디지털 규제·대미 투자·방위비·동맹 현대화라는 서로 다른 의제가 한미관계라는 하나의 테이블 위에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스틸 대사가 한국 정부와 어떤 방식으로 정보통신망법 문제를 논의할지는 아직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녀가 인준 과정에서 미국 기업의 한국 내 ‘비차별’을 강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문제가 향후 양국 간 중요한 의제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리고 여기서 브런슨 사령관 문제가 등장한다. 현재 주한미군·한미연합군·유엔군사령관은 Xavier Brunson 장군이다. 미군 공식 자료에 따르면 브런슨 사령관은 2026년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 훈련에서도 한미연합 방위태세와 작전환경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따라서 ‘스틸 대사와 브런슨 사령관이 비밀회동했다’는 구체적인 주장은 공개된 신뢰할 만한 자료로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스틸 대사가 통상·디지털 규제와 동맹 현안을 담당하는 외교 채널의 핵심 인물이고, 브런슨은 한미연합방위의 핵심 지휘관이라는 점에서, 두 축이 한국의 정치·사회적 안정과 동맹의 지속 가능성을 서로 다른 차원에서 바라볼 가능성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특히 미국이 최근 한국의 정보통신망법을 표현의 자유 문제로 보고, 동시에 한미 간 정보공유·안보협력과 통상협상에서 긴장 요인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확인되지 않은 ‘비밀회동’을 사실처럼 쓰기보다, 외교·통상·안보 라인이 동시에 한국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구조적 변화에 주목하는 것이 훨씬 강하다.
결국 이재명 정부가 정말 잘못한 것이 있다면 허위정보를 막겠다는 정책 목표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과 충분한 제도적 신뢰를 만들었느냐는 문제일 것이다. 가짜뉴스와 딥페이크, 악의적인 조작정보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진실의 최종 심판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이 한국의 정보통신망법을 정조준하는 이유 역시 바로 이 경계선에 있다. 한국 정부는 ‘외국 기업 차별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고, 미국은 ‘미국 기업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 논쟁의 진짜 승부는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가 아니라 법 시행 이후 실제로 어떤 콘텐츠가 삭제되고, 누가 처벌받으며, 플랫폼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선제적으로 표현을 차단하는지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한미동맹의 문제로까지 확대된다면 한국은 더 이상 ‘국내 정치의 문제’라고만 주장하기 어려워진다. 스틸 대사의 부임과 브런슨 사령관의 한반도 방위 임무가 겹쳐 있는 지금, 정보통신망법은 표현의 자유 법안에서 통상·외교·안보가 교차하는 한미동맹의 새로운 시험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정말 답해야 할 질문은 ‘미국이 왜 간섭하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 법이 동맹국에게도 설명 가능한 자유민주주의의 법인가’일 것이다.
참고문헌
- U.S. Department of State 관련 보도 — Korea’s revised Network Act에 대한 ‘significant concerns’
- 연합뉴스 — S. Korea says revised network act nondiscriminatory, vows continued talks with U.S.
- Korea JoongAng Daily — Seoul denies new Network Act is discriminatory as U.S. expresses concerns
- The Korea Times — US State Department expresses ‘significant concerns’ over Korea’s ‘fake news’ law
- 연합뉴스 — Senate confirms Michelle Steel as U.S. ambassador to S. Korea
- Reuters — Trump nominee Michelle Steel vows to press Seoul on $350 billion pledge
- 연합뉴스 — New U.S. Ambassador Steel to arrive in S. Korea amid bilateral issues
- U.S. Forces Korea — Freedom Shield 2026 / Gen. Xavier Brunson
- 국가법령정보센터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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