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서 노무현은 죽었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오래 살아남았다. 문제는 그 이름이 살아남은 방식이다. 노무현이 남긴 정치적 가치와 철학이 살아남은 것인지, 아니면 정치인들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상징과 면죄부로서의 ‘노무현’만 살아남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이 질문을 다시 던지게 만든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곽 의원은 지난 2월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이른바 ‘법왜곡죄’ 형법 개정안에 민주당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본회의 전체 표결은 찬성 163명, 반대 3명, 기권 4명이었지만 민주당 의원 중 반대표를 던진 사람은 곽 의원 한 명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곽 의원이 왜 반대표를 던졌느냐이다. 그는 법왜곡죄의 취지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법률의 해석과 적용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법안의 구조가 사법권을 수사기관에 종속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률가 출신인 곽 의원에게는 정치적 손익보다 헌법과 삼권분립의 문제가 먼저였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그는 이 법안에 대해 정치적·현실적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헌법 질서 훼손 가능성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바로 이 대목에서 묘한 장면이 만들어진다. 노무현을 계승한다고 주장하는 민주당의 당론에, 노무현의 사위가 홀로 반대표를 던졌다. 이것만 놓고 보면 정치적으로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면 단순한 아이러니가 아니다. 이것은 민주당 안에서 오래된 질문 하나를 다시 끌어낸다.
노무현을 따른다는 것은 노무현의 이름을 따르는 것인가, 아니면 노무현이 정치에서 보여준 태도를 따르는 것인가.
곽상언 의원은 후자라고 말한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도 노무현을 진짜 추모하고 기린다는 것은 반드시 참배하거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이 생전에 했던 정치 행위를 현실 정치에서 실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무현이 정치적 선택을 할 때 명분에 충실했고,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을 하는 것이 바른 정치적 선택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질문은 훨씬 불편해진다. 오늘의 민주당은 노무현의 이름을 더 많이 부르는가, 아니면 노무현처럼 정치하는가. 이것이 핵심이다.
노무현은 민주당의 상징이지만 민주당의 전유물은 아니다. 노무현의 정치적 유산은 특정 정치인이나 특정 계파가 소유할 수 있는 사유재산도 아니다. 그런데 정치가 어려워질 때마다 ‘노무현 정신’을 호출하고, 상대방을 공격할 때 ‘노무현의 뜻’을 앞세우고,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무현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한다면 어느 순간 노무현은 정치적 가치가 아니라 정치적 면허증이 된다.
곽 의원이 강하게 문제 삼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나 이름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소비되는 현상을 비판해 왔다. 특히 노무현을 소환해 국민에게 일종의 죄책감을 주고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를 문제 삼으며, 민주당 안에서 노무현의 정치는 흔적만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곽상언 의원의 주장 자체가 곧 ‘노무현 정신’의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노무현의 정신을 누가 독점적으로 해석할 권리도 없다. 오히려 그것이 중요한 지점이다. 노무현을 계승한다는 정치인이라면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방패로 삼기보다 자신이 하는 정치가 노무현이 강조했던 원칙과 실제로 부합하는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오래된 문제가 다시 현재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바로 김민석과 정청래의 당권 경쟁이다. 오는 8월 1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민석 전 국무총리, 정청래 전 대표, 송영길 후보가 본경선에 진출했고, 현재 경쟁의 중심은 사실상 김민석과 정청래 양강 구도로 좁혀지는 모습이다.
더구나 8월 1~2일 첫 주말 순회경선 결과를 보면 두 후보의 격차는 불과 0.99%포인트다. 정청래와 김민석 양측은 벌써부터 상대 진영의 조직력과 당심을 놓고 날카롭게 충돌하고 있다. 정청래 측은 ‘조직적 오더표’를 문제 삼으며 ‘당심이 조직을 이긴다’는 구도를 내세우고 있고, 김민석 측에서는 정청래가 대통령을 팔아 거짓말을 했다는 강한 반격까지 나왔다.
이쯤 되면 당대표 선거가 아니라 민주당의 주도권을 놓고 서로의 정치적 생존을 걸고 싸우는 전쟁처럼 보인다. 물론 당권 경쟁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정당은 원래 권력을 놓고 경쟁하는 조직이다. 서로 다른 노선이 충돌하고, 당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 역시 정치의 일부다.
문제는 무엇을 위해 싸우느냐다. 정청래 측은 ‘당심’을 강조하고 김민석 측은 대통령과 정부, 당의 원팀을 강조한다. 양측의 언어에는 모두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논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지켜보면 결국 또 하나의 질문에 도달한다. 이 싸움에서 노무현의 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노무현은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노무현의 모든 정치적 판단이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의 정치적 손익을 넘어 명분과 원칙을 말하려 했던 정치인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오늘 민주당에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말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당론이 정해졌으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인가. 대통령과 여당의 성공을 위해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인가. 반대로 당론에 반대하는 것만으로 노무현 정신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
둘 다 아니다. 노무현 정신의 핵심을 ‘반대’ 그 자체로 환원해서도 안 되고, ‘복종’으로 바꿔서도 안 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불리할 때도 원칙을 말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곽상언의 반대표는 그 자체가 옳다는 선언이라기보다 민주당에 던진 하나의 질문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당론과 원칙이 충돌하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 질문은 법왜곡죄 하나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사법개혁도 마찬가지이고, 검찰개혁도 마찬가지이며,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정치권력이 사법부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움직인다면 그것이 보수 정부일 때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진보 정부가 추진해도 위험하다.
노무현을 정말 계승한다면 바로 이런 상황에서 원칙이 작동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정치적 경쟁의 무기로 사용되기 시작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누가 더 노무현에 가까운지 경쟁하고, 누가 노무현을 더 많이 언급하는지 경쟁하고, 상대방에게 ‘노무현 정신을 배신했다’고 낙인찍기 시작하면 노무현은 어느 순간 정치적 성역이 된다.
성역이 된 정치적 상징은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순간 민주주의는 약해진다. 그래서 ‘노무현 팔이’라는 표현이 불편하더라도 그 문제 제기 자체를 무조건 배척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민주당이 정말 노무현을 계승하려 한다면 누군가가 ‘노무현 팔이 아니냐’고 질문할 자유부터 인정해야 한다.
노무현이 살아 있었다면 자신을 정치적 성역으로 만들어 누구도 비판하지 못하게 하는 정치를 원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노무현의 정치가 가치가 있었다면 그것은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어서가 아니라, 권력과 다수에 맞서서라도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었던 정치적 태도에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다시 팬덤 정치와 계파 정치라는 오래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곽상언 의원은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아왔고, 특히 정치 유튜브와 팬덤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리고 지금 벌어지는 김민석 대 정청래의 당권 경쟁은 그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이번 경쟁은 단순한 당대표 한 자리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아니다. 2028년 총선 공천권을 포함해 향후 민주당의 권력 구조를 누가 설계할 것인가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당대회를 앞두고 두 후보가 당심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왔고, 현재 초박빙의 순회경선 결과가 이어지면서 경쟁의 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니 서로 물어뜯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서 민주당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정치적 경쟁은 치열할수록 좋지만, 정치적 적대는 치열할수록 위험하다. 김민석이 정청래를 이겨야 민주당이 사는 것도 아니고, 정청래가 김민석을 꺾어야 민주당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당원들이 두 사람 가운데 누구를 선택하든 그 선택을 인정하고, 패배한 쪽도 당의 공동 목표를 위해 경쟁자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당 민주주의다. 그런데 만약 이번 전당대회가 ‘내가 이겨야 한다’는 생존 경쟁으로만 변질된다면 민주당은 정권을 잡은 뒤에도 내부 권력투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또 노무현이 호출될 것이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했다.” “노무현이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 “노무현을 배신했다.”
이제는 이 말을 그만 반복할 때도 됐다. 노무현을 그렇게 많이 호출하면서도 정작 노무현이 정치에서 보여주려 했던 원칙, 명분, 자기희생, 상대에 대한 인정, 다원주의, 그리고 불리할 때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실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계승이 아니라 소비다.
그래서 곽상언의 반대표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그가 노무현의 사위이기 때문에 반대표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노무현의 사위라는 이름을 빼도 자신의 정치적 판단을 설명할 수 있어야 특별한 것이다. 오히려 노무현의 사위라는 이유 때문에 그의 모든 정치적 판단에 노무현의 후광을 씌우는 것 역시 또 다른 ‘노무현 팔이’가 될 수 있다.
결국 곽상언과 민주당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노무현의 사위가 민주당에 반기를 들었다”가 아니다. “민주당이 노무현의 정신과 당론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했는가”가 훨씬 중요한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곽상언에게도 그대로 돌아간다.
당론에 반대하는 것만으로 노무현 정신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 정말 공동선을 향하고 있는지, 자신에게 유리해서가 아니라 불리하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다. 그래서 이제 민주당은 노무현을 놓아줄 필요가 있다. 노무현을 잊으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노무현의 이름을 너무 많이 불러서 더 이상 그 이름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참배할 때만 노무현을 찾지 말고, 선거 때만 노무현을 찾지 말고, 상대방을 공격할 때만 노무현을 찾지 말자는 것이다. 노무현이 정말 민주당의 정신이라면 그 이름 없이도 그 정신이 작동해야 한다.
‘노무현 팔이’와 ‘노무현 정신’의 차이는 결국 하나다. 전자는 노무현의 이름으로 나를 살리는 것이고, 후자는 노무현의 원칙 때문에 내가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다. 곽상언의 ‘홀로 반대표’가 던지는 질문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김민석 대 정청래의 당권 경쟁 역시 결국 이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누가 노무현을 더 많이 말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누가 노무현처럼 자기에게 불리한 순간에도 원칙을 선택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민주당에서 ‘노무현 팔이’와 ‘노무현 정신’이라는 두 축은 언제까지 정치적 역학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어쩌면 답은 간단하다.
민주당이 노무현의 이름을 권력의 자산으로 사용하는 동안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노무현의 이름을 내려놓고 원칙만 남기는 순간, 그 오래된 싸움도 비로소 끝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민주당은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된다. “누가 진짜 노무현인가?” 정치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그런 질문 자체가 필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법왜곡죄법 與주도 본회의 통과…재판소원제법 내일 표결 전망」, 2026.02.26. — 법왜곡죄법의 본회의 표결 결과와 곽상언 의원의 반대표 관련 사실관계.
- 연합뉴스, 「與 당대표 선거, 김민석·정청래·송영길 3파전 압축」, 2026.07.23. — 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대표 본경선 구도와 후보 확정 과정.
- 연합뉴스, 「金 “반명에 말한마디 못하고”…鄭 “신천지 의혹 제기 사과하라”」, 2026.07.26. — 김민석·정청래 후보 간 당권 경쟁과 계파·당심 공방.
- 연합뉴스, 「金 “명청대전 지옥문 닫아야”…鄭 “盧배신이 최악의 자기 정치”」, 2026.08.01. — 김민석·정청래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정치적 계승 문제를 놓고 벌인 공방.
- 연합뉴스, 「鄭 “한번 배신하면 또 배신”…金 “盧, 돌아온 탕아 안아줘”」, 2026.08.02. —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노무현을 둘러싼 양측의 해석과 공방.
- 연합뉴스, 「鄭 “당심이 이겨”·金측 “대통령 팔아 거짓말”…호남구애 경쟁도」, 2026.08.03. — 1주차 순회경선 이후 김민석·정청래 양측의 초박빙 경쟁과 공방.
- 노무현재단, 노무현 관련 시민·추모 프로그램 및 기록 — 노무현의 정치적 유산과 시민참여·민주주의에 관한 자료.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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