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돈바스 내놓고 끝내라?… 트럼프의 ‘조기종전 압박’에 젤렌스키 폭발

우크라이나 전쟁이 5년 차로 접어든 지금, 키이우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러시아의 미사일만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더 직접적인 위협은 워싱턴에서 오고 있다는 것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판단이다.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돈바스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미국의 안보 보장을 받는 방안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미국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러시아를 더 세게 압박하기보다 우크라이나 쪽에 더 큰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젤렌스키의 불만은 단순한 감정 섞인 항의가 아니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에서 물러날 준비가 되면 높은 수준의 안보 보장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돈바스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포함하는 동부 핵심 전선으로, 이미 대부분이 러시아 군사 통제 아래 있지만 일부 지역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방어선이 버티고 있다. 젤렌스키는 이 지역을 단순한 영토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체 안보 체계의 일부로 보고 있어, 이를 내주라는 요구는 사실상 “국가의 동쪽 문을 열어두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반발했다.

그가 특히 예민하게 반응한 이유는 시점 때문이다. 젤렌스키는 중동 전쟁이 트럼프의 우선순위를 바꿔 놓았고, 그 결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빨리 치워버리려는 조급함이 커졌다고 봤다. 실제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그는 “중동은 분명히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다음 행보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하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지금의 평화안은 정교한 평화 설계라기보다, 백악관의 할 일 목록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지워버리기 위한 정치적 정리 작업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에 젤렌스키가 꺼내 든 또 하나의 폭탄이 있다. 그는 러시아가 미국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제공을 끊으면, 러시아도 이란에 대한 군사정보 제공을 멈출 수 있다”**는 식의 거래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젤렌스키가 러시아가 미국을 상대로 이런 식의 압박 또는 흥정을 시도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 뒷이야기가 아니다. 사실이라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한 묶음으로 만들어, 자신에게 유리한 지정학적 맞교환 시장을 열려 한 셈이다.

다만 이 대목은 기사에서 의혹 제기 형식으로 다루는 것이 안전하다. 젤렌스키는 자신이 관련 데이터를 봤다고 했지만 구체적 증거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로이터 역시 이 주장을 그의 발언으로 보도했을 뿐, 독자적으로 전면 입증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이 이제 별개의 전장이 아니라 미국의 정보·안보 자산을 놓고 경쟁하는 연결된 전장이 되고 있음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이 급격히 깎인다는 점이다. 전쟁을 계속할수록 우크라이나는 병력과 탄약, 재정 면에서 더 불리해지고, 미국은 “안보 보장을 줄 테니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식으로 압박할 수 있다. 반면 러시아는 이미 장악한 지역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중동 변수까지 활용해 워싱턴의 계산을 흔들 여지가 생긴다. 결국 트럼프식 종전 압박은 평화를 향한 중재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더 비싼 양보를 요구하는 거래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는 트럼프가 올해 초에도 젤렌스키를 향해 평화협상 지연의 책임을 돌렸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결국 젤렌스키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돈바스를 내주는 순간 전쟁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전쟁의 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안보 보장이 아무리 화려하게 포장되더라도, 영토와 방어선 일부를 먼저 내준 뒤 받는 약속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보험증서가 아니라 패배 확인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지금 키이우가 느끼는 공포는 러시아의 진격보다도, 동맹의 피로와 조급함이 만들어 내는 강요된 종전일지 모른다.

참고문헌

  • Reuters, Exclusive: US links security guarantees to Ukraine giving up Donbas, Zelenskiy says, 2026-03-25.
  • Reuters, Russia sought to blackmail US using intelligence to Iran, Zelenskiy says, 2026-03-25.
  • Reuters, Ukraine has ‘irrefutable’ evidence of Russia providing intelligence to Iran, Zelenskiy says, 2026-03-23.
  • Reuters, Ukraine’s Zelenskiy says Trump exerting undue pressure on him, 2026-02-17.
  • The Guardian, Ukraine war briefing: Zelenskyy says US has linked security guarantees to ceding of Donbas, 2026-03-26.

Socko/Ghost

newsvow

-한국을 세계로, 세계를 한국으로- Socko is a Korean editorial writer analyzing geopolitics, economics, and power structures with clarity, depth, and a touch of refined satire. From local politics to global shifts, Socko delivers commentary that informs, questions, and challenges. Socko는 국제정치·경제·권력 구조를 깊이 있게 해석하는 한국의 에디토리얼 라이터로, 정교한 풍자와 분석을 통해 세상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Related Article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