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나 반이재명 진영이 꿈꾸는 그림은 단순하다. 멈춰 선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을 다시 돌려 정치의 시간을 사법의 시간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판은 정반대다. 재판 재개 카드를 만지작거릴수록, 오히려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론에 불을 붙이는 연료만 더 얹는 형국이다. 여권은 이미 조희대 탄핵소추안에 112명의 서명을 모았고, 발의 정족수는 넘겼다. 즉 상대가 “재판 재개”를 압박할수록, 여권은 “사법 쿠데타 책임론”으로 판을 더 크게 키울 수 있게 됐다. 정치적으로 보면 한 수를 던졌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상대에게 두세 수를 벌어주는 셈이다.
핵심은 프레임 전환이다. 예전 같으면 “대통령의 재판을 계속해야 하느냐”가 논쟁의 중심이 됐겠지만, 지금은 “대법원장이 사법권을 정치에 동원했느냐”는 질문이 더 앞에 서고 있다. 특히 여권과 범여권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사건 파기환송 과정에서 절차를 왜곡했고, 비상계엄 및 사법개혁 국면에서도 사법부 불신을 자초했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이 주장이 법적으로 최종 입증됐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정치적으로는 이미 충분한 파괴력을 갖췄다. 재판 재개론이 살아날수록 조희대 개인의 거취 문제, 사법개혁 3법 이후 사법부 책임론, 그리고 ‘누가 먼저 사법을 정치화했는가’라는 역공의 명분이 커진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재판 재개론이 실전 카드로서도 생각만큼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서울고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재판 재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뒤 여권 일각에서 이른바 ‘재판중지법’ 재추진론이 다시 불붙은 바 있다. 그러나 그때조차 대통령실은 공개적으로 그 법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다시 말해 여권의 기본 계산은 “굳이 방탄 입법까지 하지 않아도, 법원이 무리하게 재판을 재개하면 그 순간 정치적 역풍은 법원 쪽으로 간다”는 것이다. 이 구도에서는 재판 재개 시도가 곧 법리 공방이 아니라 정국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고, 그 과정에서 조희대 탄핵론은 더 날카로운 무기가 된다.
결국 이 싸움의 승부수는 재판 그 자체가 아니라 누가 상대를 더 비정상 권력으로 보이게 만드느냐에 있다. 반이재명 진영은 재판 재개를 통해 “법 앞의 평등”을 외치겠지만, 여권은 곧장 “선출 권력을 법복 권력이 뒤집으려 한다”는 프레임으로 맞받아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숫자만 놓고 보면, 전국 단위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높은 편이고, 조희대 탄핵 추진은 이미 발의선까지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 재개를 밀어붙이는 것은 이재명을 궁지로 몰기보다, 오히려 조희대를 더 빠르게 고립시키는 역설을 낳을 수 있다. 승부수를 던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상대에게 승수효과를 안겨주는 것이다.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이재명 재판 재개론은 법리의 칼처럼 보이지만, 지금 정국에선 조희대 탄핵을 증폭시키는 정치적 부메랑에 더 가깝다. 조희대가 물러서지 않으면 사법개혁 명분은 더 커지고, 무리하게 버티면 ‘사법 불신의 얼굴’이 된다. 반대로 야권이 재판 재개를 집요하게 밀수록, 여권은 “보복 사법 대 민주적 정당성” 구도로 전선을 넓힐 수 있다. 그러니 이 판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이재명이 아니라, 스스로 정치를 법정으로 끌고 들어왔다고 의심받는 조희대일지 모른다.
참고문헌
- 한겨레, 「‘조희대 탄핵안’에 국회의원 112명 서명」, 2026-03-25.
- 뉴시스, 「범여권 의원 10명 “‘조희대 탄핵안’에 112명 참여…탄핵 필요”」, 2026-03-25.
- 매일경제, 「與의원 112명 ‘조희대 탄핵안’ 발의」, 2026-03-25.
- 조선비즈, 「법조계 반발 속 ‘사법 3법’ 의결… 여권은 조희대 압박」, 2026-03-06.
- 뉴시스, 「법원노조 ‘사법개혁 3법, 대법 무능에 개탄…조희대 사퇴하라’」, 2026-03-03.
- 뉴시스, 「정청래 ‘조희대, 사법 불신 자초…스스로 거취 고민해야’」, 2026-02-27.
- 연합뉴스, 「與 ‘재판중지법’ 추진 사실상 공식화…」, 2025-11-02.
- 연합뉴스, 「대통령실 ‘재판중지법 불필요…與에 사법개혁안서 제외 요청’」, 2025-11-03.
- 한겨레, 「재판중지법 추진, 엇박자 끝에 ‘급정거’」, 2026-01-31.
Socko/Ghost





